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고 있는 ‘스티브 잡스의 신화’는 어디까지 계속될까? 마이크로소프트라는 ‘PC 제국’을 건설하고 이제는 워런 버핏과 함께 자선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빌 게이츠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사진_평전 스티브 잡스 VS 빌 게이츠ㅣ다케우치 가즈마사 지음ㅣ김정환 옮김ㅣ예인 펴냄.jpg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이 두 사람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세계를 대표하는 경영자이자 시대의 아이콘이다. 이들은 지난 30여 년간 서로 경쟁하면서 개인용 컴퓨터(PC) 시대, 인터넷 시대, 모바일 시대를 열어갔다. 우리의 일상생활 모습과 비즈니스 지도를 바꾼 동시대인의 ‘영웅’인 것이다. ≪평전 스티브잡스 VS 빌게이츠≫는 이 두 사람의 꿈과 열정, 도전, 성공을 담은 평전이다.

 

책에서 12개의 키워드로 두 사람을 비교한 내용은 풍부한 사례들로 인해 구체적이고 흥미롭다. 이 키워드는 ▲CEO 능력(개척자 잡스 vs 수확자 게이츠) ▲예견 능력(소프트웨어에 집중한 게이츠 vs 하드웨어를 사랑한 잡스) ▲매니지먼트 능력(상식의 벽을 깨는 잡스 vs 견실한 게이츠) ▲성장 환경(블루칼라의 양자 잡스 vs 부자 엘리트의 아들 게이츠) ▲인간성(강한 기대로 압박하는 게이츠 vs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잡스) ▲인재 확보 능력(인재가 인재를 모으게 하는 게이츠 vs 자신을 중심으로 꿈을 좇게 하는 잡스) ▲신상품 개발 능력(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잡스 vs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게이츠) ▲협상 능력(실리를 중시한 게이츠 vs 대담하고 파격적인 잡스) ▲라이벌 대응 능력(사내의 정적을 내보내는 잡스 vs 라이벌 기업을 물리치는 게이츠) ▲커뮤니케이션 능력(용기와 배짱의 게이츠 vs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잡스) ▲마케팅 능력(제품 이미지를 강조하는 잡스 vs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하는 게이츠) ▲업무에 몰두하는 힘(끈질기게 포기하지 않는 게이츠 vs 한계에 도전하는 잡스) 등이다.


아이폰 제품 발표회에서는 “이날을 2년 반 동안 기다렸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너무 있어 보이는 척하는 예고편이지만, 관객들은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다. 또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친숙한 말 중 하나가 ‘One more thing(한 가지 더)’이다. 이제 프레젠테이션이 끝나는가 싶은 순간,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하려던 관객들은 마치 갑자기 생각이 난 듯 꺼내는 잡스의 이 말에 ‘뭐가 또 있는 건가?’ 하는 기대감을 품고 다시 한 번 무대를 올려다보며 잡스에게 주목한다. 이렇듯 잡스는 마지막까지 관객을 매료한다.



책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대조적인 길을 걸어왔다. 두 사람은 1955년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자라난 환경은 크게 달랐다. 잡스는 사생아로 태어나 블루칼라인 양부모 밑에서 자랐고, 학교에서는 우등생과는 거리가 먼 문제아였다. 한편 아버지가 변호사였던 게이츠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유명 사립 고등학교를 거쳐 하버드 대학에 진학했다.


게이츠는 현실주의자다. 제품의 완성도보다 비즈니스 기회를 중시한다. 경쟁심이 매우 강한 게이츠는 승리에 집착하며, 앞서가는 기업을 분석해 따라 하고 개량함으로써 라이벌을 물리치는 2인자 전략으로 경영의 안정화를 꾀해왔다. 이에 비해 잡스는 완벽주의자다. 다른 회사의 모방품 같은 어중간한 제품이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독창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인생을 걸었으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독창적인 제품에 너무 집착한 탓에 대성공도 거두지만 때로는 큰 실패도 맛보았다.


‘잡스는 황야를 개척하고, 게이츠는 그 뒤에 수확을 한다’ 두 사람의 경영 스타일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될 것이다. 만약 반대로 게이츠가 황야로 나가고 잡스가 수확을 하려고 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본인이 가장 자신 있는 무대에서 최대한 힘을 발휘했기 때문에 이만큼 탁월한 실적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여러 가지 면에서 대조적이지만, 두 사람은 모두 강렬한 개성을 가졌다. 잡스는 게임회사 아타리(Atari)에서 일했을 때, 해외 출장을 갔다가 복귀하지 않고 인도를 방랑하며 가진 돈을 다 쓰고 난 뒤에야 돌아온 적도 있다. 한편 게이츠는 컴퓨터를 좋아하는 우등생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잡스를 능가하는 괴짜이기도 했다. 자동차를 좋아하고 스피드광인 그는 교통법규 위반 상습범으로 법원의 소환을 받은 적도 있다. 학창 시절에도 머리는 뛰어나게 좋았지만, 그것을 너무 드러내는 바람에 주위 사람들과 마찰을 겪기도 했다.


이런 두 사람이 ‘컴퓨터의 대중화’라는 시대의 대전환기에 기회를 발견하고, 잡스는 게임기 회사에서 일하다가 게이츠는 하버드 대학을 다니다가 거의 동시에 컴퓨터 세계로 뛰어든다. 빌 게이츠는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들었고, 스티브 잡스는 1976년 애플을 설립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집착도 비슷하다. 잡스는 엔지니어에게 “매킨토시(Mac)의 크기를 전화번호부보다 작게 만드시오”라고 명령했으며, 게이츠는 “프로그램의 행수가 너무 많다”라고 화를 냈다. 두 사람 모두 현장 사람들에게는 피곤한 경영자다. 그러나 그들은 진정한 경영자였다. 자신들의 제품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최고의 직원들과 함께 미친 듯이 일에 열중했으며, 선두에 서서 수많은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했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면서 37세에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고 그 자리를 13년간이나 유지했다. 잡스는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쫓겨나기도 했고 ‘넥스트’를 만들어 큰 실패를 맛보기도 했으며 ‘픽사’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하는 등 굴곡을 겪었지만, 결국 다시 애플로 돌아와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지금도 두 사람은 여전히 열정이 넘치며,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지난 1월 태블릿 PC인 아이패드를 공개하면서 또 한 번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아이팟으로 음악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아이폰으로 휴대폰 시장을 뒤흔들었던 그는 아이패드에 이어 이제 아이TV를 준비하며 TV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빌 게이츠는 지난 5월 워런 버핏과 함께 미국의 400대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재산기부 동참을 권유하는 만찬모임을 가졌다. 생전이나 사망 시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하는 ‘기부 약속(The Giving Pledge)’ 운동이다. 이들이 내기로 한 돈은 125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재산이 530억 달러에 달하는 빌 게이츠는 이미 자신이 설립한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280억 달러가 넘는 거액을 기부했다.


경영 컨설턴트인 지은이 다케우치 가즈마사는 책에서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를 경영, 인물, 도전, 열정이라는 카테고리로 비교하며 그들이 살아온 모습을 정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