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개인과 국가, 문화, 경제, 정치 등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경계가 낮아지고 관계가 빈번해짐에 따라 개인에게도 많은 지식이 필요해졌다. 이를테면 커피나 빵을 고를 때 공정무역과 환경문제를 생각하고, 취직을 위해 국제적 흐름과 과학기술의 동태를 파악해야 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포함한 온갖 발전된 매체들이 우리에게 엄청난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 지식이 넘쳐나고 아무리 많은 지식을 습득해도, 이를 활용해 개인 삶의 문제에 적용할 줄 모르면 그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사진_아이프레임ㅣ이동우 지음ㅣ더난출판 펴냄.jpg ≪아이프레임≫은 세상을 정확히 읽고, 개인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식’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 자체에 관한 지식뿐 아니라 관련된 사회현상과 역사의 흐름까지 사고를 확장해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습득한 지식을 활용해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프레임은 ‘세상을 보는 창’으로, 모두 네 개의 지식, 즉 인문적 지식, 과학적 시각, 분석적 논리, 비판적 지식으로 구성된다. 중요한 것은 이 네 개의 지식을 다른 누구의 힘도 아닌 나 자신의 힘으로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마다 살아가는 모양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유명한 학자의 이론이라 해도 무조건 수용할 수는 없다. 개인의 삶을 위한 자신의 프레임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사람이 특정분야에서 30년간의 경험을 쌓아왔다고 생각해보자. 그 사람은 일 년의 경험을 서른 번이나 반복한 사람이다. 사실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한 경우에 속한다. 일 년이나 이삼 년 정도는 자신이 겪은 경험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일이 년이 지나면 그 경험에 익숙해진다. 그러고는 그렇게 익숙해진 것을 나머지 28년 동안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진짜 고수는 과거의 경험들을 계속 잊어버리고 매번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새로운 경험을 하며 30년간 계속 다른 경험을 한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30년을 보냈을 때 어떤 사람은 고수가 되고 어떤 사람은 여전히 일 년짜리 하수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적 시각이 경험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할 때 그 경험은 매번 달라지면서 생명체처럼 변할 수 있는 경험, 자기의 경험 속에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축복의 경험인 것이다.



책은 우선 인문적 지식의 흐름을 읽을 것을 주문한다. 인문적 지식은 문제나 현상의 흐름과 그 핵심을 꿰뚫어보는 지식이다. 이는 사마천이 언제 살았던 인물인지, 순수이성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도구적 지식이 아닐 뿐만 아니라 목적 없이 배우는 인문학의 나열도 아니다. 눈덩이가 커질수록 더욱 많은 눈이 붙듯이, 인문학 지식이 쌓이면 더욱 큰 그림과 흐름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기는데 그것이 바로 인문적 지식이다. 나아가 인문적 지식은 과거와 현재를 읽음으로써 미래를 예측하는 힘까지 길러준다.


모든 현상을 과학적인 시간으로 보는 경험도 중요하다. 과학적 시각은 도구적 지식의 습득과 경험이 반복돼 이뤄진 시각이다. 이는 전문분야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이 있을 때 비로소 가질 수 있는 시각이다. 그러나 경험이 많고 학력이 높다고 해서 모두가 과학적 시각을 가질 수는 없다. 또 과학적 시각을 한 번 갖게 됐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상황이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기에 계속 새로운 지식과 더불어 경험 쌓기를 반복해야 한다. 과학적 시각에서는 세계적인 경영학자의 이론이나 크고 작은 사회문제들도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균형감각은 운동경기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일이 균형감각과 관련되어 있다.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에서 영어만 잘하는 직원이 있고, 글만 잘 쓰는 직원도 있기 마련이다. (…)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해온 아이프레임도 마찬가지다. 아이프레임을 이루고 있는 네 개의 지식이 모두 중요하지만 인문적 지식만을 추구한다든지, 도구적 지식만을 습득한다든지, 분석만 하려고 한다든지, 비판만 하려고 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물론 각각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전체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균형감각이다.



아이프레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상황에 맞는 지식이 아니라 스스로가 분석하고 생각할 줄 아는 논리적 체계다.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일회성 지식 또는 파편화된 지식이 아니라 꾸준히 분석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기 때문이다. 분석적 지식은 특정한 현상 또는 이슈가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는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를 탐구한다. 인문적 지식과 과학적 시각을 가지고 있어도 문제를 분석할 줄 아는 능력이 없다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올바르게 분석한다는 것은 생존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분석에 따라 나의 진로와 인생과 가족의 미래가 바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비판적 지식을 쌓아 거짓에 속지 말 것을 요구한다. 비판적 지식은 사회가 공유한 규범적 가치를 평가의 기준으로 설정한다. 이를테면 군사기술을 도구적 지식의 관점에서 접근할 경우 주된 관심은 어떻게 하면 파괴력을 더 높일 수 있을까에 맞춰지지만 인류의 평화라는 규범적 가치를 내포한 비판적 지식의 관점에서 볼 때 최첨단 군사무기의 개발과 확산에 기여하는 도구적 지식은 다른 평화로운 목적에 쓰여야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비판적 지식이 일상에 뿌리내릴 때 무조건적인 찬성이나 반대, 집단쏠림 현상, 사회문제에 무책임한 침묵도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지은이 이동우는 “지금처럼 지식이 많았던 적도, 그 지식을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었던 적도 없건만 왜 일상의 문제들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나름의 지식론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