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대기 오염, 산성비에 의한 오염의 국제화, 유해 폐기물의 범람, 심각한 핵폐기물, 스모그, 오존층의 파괴, 지구 온난화 등 지금 우리가 떠안고 있는 환경 문제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인류가 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얼마나 많은 자연파괴를 했는지를 좀 더 객관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사진_녹색세계사ㅣ클라이브 폰팅 지음ㅣ이진아 김정민 옮김ㅣ그물코 펴냄.jpg ≪녹색 세계사≫는 지구의 환경이 만들어지던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과정에 관한 기록이다. 인간의 역사가 아닌 ‘지구 환경’을 주체로 하는 역사는 지금껏 진보 내지는 진화의 역사라고 믿었던 과정이 지구 환경의 손실과 파괴의 역사와 함께 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새로운 토지를 개간하는 사람들 중 다수가 영세농이다. 사회, 경제적으로 열세인 이들은 이미 안정적으로 확립된 농지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살림 지대로 이동해서 개간하도록 권장된다. 이들은 토양의 양분이 고갈될 때까지 몇 해 동안 옥수수를 심고는 대규모 육우업자에게 팔아 버린다. 토양이 너무나 척박해져서 목초지로서의 수명조차 5년 이상 가지 못해, 그 후로는 그대로 버려진다. 1978년 이전에 아마존 강 유역에 세워진 목장들이 1980년대 중반에 벌써 대부분 포기되어졌다. 매우 생산성이 높은 자연 생태계가, 얼마나 쉽게 생산성이 낮고 인공적인 생태계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예다.



지난 1991년 초판이 출간된 이래 재정립돼 나온 책은 그동안 변화된 지구환경 관련 자료를 상세하게 추가해 더욱 깊어진 학문적 시각으로 기존 내용의 상당 부분을 수정했다. 긴 세월동안 지구상에서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변화를 담기 위해 치밀한 고증에 바탕을 두면서도 역사 과정의 큰 줄기를 그려내고 있다.


지은이 클라이브 폰팅은 16년 전 출간했던 첫 판에서 비관론과 낙관론의 입장에서 균형을 취하려고 노력한 것과는 달리, 다시 개정판을 출간하는 이 시점에선 비관론에 더 가깝게 이동했다고 밝히고 있다.


첫 판에서는 그래도 비관론과 낙관론의 균형을 취하려고 애를 썼다. 마지막 부분에 ‘인류의 과거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를 현대 사회에 물려주었다’라고 한 것은 바로 그런 심정에서였다. 그런데 지난 16년 동안 균형점은 확실히 비관론에 더 가깝게 이동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들을 아깝게 낭비한 16년이었다.



지은이에 따르면, 세계 산업 생산과 소비 수준은 전에 없던 속도로 빠르게 늘어났고, 그 결과로 자원과 에너지 고갈과 환경파괴는 더욱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은이는 이러한 추세를 역사의 관점과 결합시켜 인간 사회의 진화 과정과 얼마나 뿌리 깊게 얽혀온 것인지를 보여주면서 현대인들에게 앞날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특히 서술의 중심축이 ‘인간 사회’가 아니라 ‘지구 환경’이라는 점은 이 책의 독특한 매력 가운데 하나다. 인간을 중심으로 볼 때 인류의 ‘진보’ 내지 ‘승리’로 여겨졌던 변화들이 지구 환경 전체로 보면 손실과 파괴일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스터 섬이 붕괴된 까닭이 삼림 벌채로 인한 환경파괴 때문이었다는 사실로 내용을 시작하는 책은 인류의 역사 전체를 생태학적 역사관을 통해 살펴 나가고 있다. 지은이는 “역사란 곧 다양한 식물과 인류를 포함한 동물이 상호 의존하는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단언한다.


인간이 지구 생태계의 일부임이 분명할 때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과정과 지리적, 천문학적 영향력 등 여러 자연 조건이 역사의 핵심 기초를 이룸을 보여주고 있는 책은 그 기본 법칙을 무시한 사회들은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음을 세세히 서술하고 있다.


특히 열대 지방에서의 대규모 산림 파괴는 그 지역 기후의 변화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환경 파괴까지 일으킬 수있다. 일단 식물이 토지 표면에서 제거되고 나면, 태양 에너지가 나무에 흡스되지 못하고 드러난 땅에서 반사되므로, 기온이 올라가고 토양을 메마르게 하며 대기 중에 먼지를 일으켜 비구름의 형성을 막는다. 이렇게 하여 광범위한 지역이 사막과 같은 지형과 기후로 변해가는 것이다.

(…) 그 영향은 멀리 에티오피아에까지 미치고 있다. 감비아는 1989년까지 계속 강우량이 줄어들어, 100년 전 강우량의 3분의 1정도로 줄어들었다. 그 결과 서아프리카에서는 작물 재배가 더욱 어려워졌고 토양의 질은 떨어졌으며 사막의 규모가 늘어났다.



책은 인간이 어떻게 생태계의 제한을 극복했으며 그 결과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매번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고에 얼마나 무감각했는가를 알려준다. 1만 년 전 인류 역사에 농업이 처음 등장한 이래로 특히, 200년 전 산업 혁명(공업화)이 시작된 뒤부터 인류는 최대의 시련에 놓여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