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명을 구했다면, 그것은 온 세상을 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 탈무드.


사진_2차대전의 숨은 영웅들ㅣ토머스 J. 크로웰ㅣ김영진 옮김ㅣ플래닛미디어 펴냄.jpg 전쟁영웅이란 어떤 사람일까?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장군이나 지휘관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전부는 아니다.


독일인 실업가 오스카 쉰들러(Oskar Schindler). 자신의 뿌리가 유대계였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지난 1993년 제작한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1000여 명의 유대인을 자신의 공장에 고용해 그들의 목숨을 구해준 위인으로 널리 아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 목숨을 잃을 위험에 빠진 다른 사람들을 구한 이들은 쉰들러 외에도 많이 있다. 대부분 이러한 영웅들의 이름은 사라지거나 잊혀졌지만, 이들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는 아직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2차대전의 숨은 영웅들>은 쉰들러와 마찬가지로 전쟁의 참화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엔 너무나도 유명한 스웨덴 외교관 라울 발렌베리(Raoul Wallenberg)를 비롯해 유대인들이 나치 점령 지역을 탈출해 중립국으로 떠날 수 있도록 비자를 발급해준 두 외교관 스기하라 지우네(杉原千畝)와 아리스티데스 데 소사 멘데스(Aristides de Sousa Mendes), 불시착한 연합군 비행사들을 구해준 세르비아 농민들, 중국 어부들, 덴마크 시민들, 심지어 보르네오(Borneo)의 머리사냥꾼들도 있다. 남편을 게슈타포(Gestapo)의 손아귀에서 구출하려는 뤼시 오브락(Lucie Aubrac)의 대담한 계획 등 개인적인 이야기도 있다.


책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불시착한 연합군 조종사들을 구출하거나, 유대인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거나, 극단적으로 포로수용소 전체를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뿐 아니라 뛰어난 지략도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평범한 남녀가 생면부지의 타인을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때로는 희생도 감수한다는 점은 경외스러움 그 자체다.


위대한 용기는 어디로부터?


“사람들이 짐승처럼 취급당하는 모습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들이 살해당하는 것을 못 본 척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책은 ‘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2차대전의 진정한 영웅들이라고 말한다. 분노와 공포, 연민과 증오, 관용과 잔혹, 기쁨과 슬픔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이 가장 극단적인 양상으로 나타나는 전쟁과 폭력 앞에서 용기를 발휘한 의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은이 토머스 J. 크로웰은 이러한 그들의 이야기들이 감동에서 나아가 “반드시 그들을 기억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책은 나치 치하 유럽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유대인들을 구하는가 하면, 포로가 될 위기의 연합군 병사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사람 등 자유를 구속당하고 위협 속에 살아가던 또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했던 선량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