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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갯벌 문화 사전문화 2010. 10. 12. 10:37
최근 갯벌이 체험 학습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폐혜가 상당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먹지도 않을 조개나 게를 재미로 잡아 가지고 놀다가 쓰레기통에 버리면서도 사진만 잔뜩 찍고는 좋은 체험 학습이었다고 생각한다. 갯벌을 소중히 지키고 있는 어민들과 말 한 마디 섞지 않고, 그저 다녀오기만 하면 좋은 체험 학습이었다고 생각한다. 해마다 그 규모가 줄어들고, 제 기능을 잃어 가는 갯벌을 해치는 체험을 언제까지 나서야 하는 건지….
이런 식의 체험을 통해 아이들이 생명의 소중함이나 오랜 세월, 어렵게 만들어진 갯벌이 지니는 가치를 제대로 배우고 익힐 수 있을까? ≪대한민국 갯벌 문화 사전≫은 갯벌에 가서 도대체 아이와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지, 무엇을 보라고 안내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느끼고 돌아오도록 도와줘야 하는지 모르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갯벌에 기대 사는 사람들은 ‘공존’을 본능으로 새겼다. ‘살림’의 철학만이 갯벌이 갖는 가치를 새로이 하고, 갯벌을 살릴 수 있다. 도요새도 살고, 인간도 살고, 갯벌도 살기 위해서는 ‘갯살림’의 가치가 갯벌에서 육지로 확산되어야 한다. 고유한 삶의 방식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시대에 어민들은 온전히 갯벌에 기대어 사는 특별한 이들이다. 이들의 삶이 소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갯살림’은 자연과 인간, 낙지와 어민의 미래 지향적인 삶의 가치가 공존한다. 내가 바다와 갯벌, 섬과 어촌 마을을 다니면서 ‘오래된 미래’, 희망을 찾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지은이 김준은 바닷가 사람들이 몸으로 익힌 시간을 배우고, 갯살림으로 자리 잡은 소중한 문화들도 보고, 직접 요리를 해 먹을 만큼만 조심조심 잡고, 어촌 민박이나 마을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숙소에서 주민들과 일상을 함께하라고 권한다. 그래야 ‘즐기는’ 관광객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여행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지난 2000년부터 일주일에 한 번꼴로 갯벌에 나갔다고 한다. 지금까지 최소한 500번이 넘는 걸음이었다. 그러면서 갯벌을 이용 대상으로 보는 세간의 시선을 따르지 않고 갯벌과 사랑에 빠져 버렸다고 한다. 사람과 자연과 문화를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바다 살림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진 그는 바다에 기대 살아가는 자연과 사람을 같은 위치에 두고 그들이 함께 일구어 온 바다 살림, 갯살림에 주목했다.
“나를 낳아 준 것은 부모님이었지만, ‘존재의 이미’를 깨닫게 해 준 것은 갯벌이었다.” 갯벌에서 철학을 배웠고, 인문학을 찾았고, 또한 공동체의 원리를 배운 지은이에게 대한민국 갯벌 중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곳은 없다. 책엔 어촌 문화가 잘 남아 있는 곳, 시민들의 힘으로 되살려 낸 갯벌, 도심 속에서 어렵게 숨 쉬고 있는 갯벌, 섬 문화가 잘 남아 있는 곳에 자리한 갯벌 등 각 갯벌마다 그 모양새는 다르지만 우리가 아껴 보존해야 하는 우리갯벌을 소개하고 있다.
책은 각 갯벌이 지닌 지리적 특징을 소개한 지도에서부터 시작해 해당 갯벌이 다른 갯벌과 구별되는 점을 보여 주고, 해당 갯벌의 주요 해산물과 얽힌 이야기나 그 갯벌에 기대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아울러 갯살림이 육지 사람들의 삶과 다른 것은 무엇인지를 하나씩 설명하고 있다. 모든 갯벌이 저마다 고유한 특성과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 준다.
책은 또 갯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면서, 이 특별한 장소가 우리 삶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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