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물건을 쉽게 구입해 쓰고, 또 쉽게 버리는 것이 익숙한 요즘이다. 그러나 이와 달르리 어떤 이들은 적게 쓰고, 아껴 쓰고, 다시 쓰는 삶을 살아가는데 전혀 이상이 없다.


사진_조각보 같은 우리 집ㅣ김근희 이담 지음ㅣ동녘라이프 펴냄.jpg ≪조각보 같은 우리 집≫은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을 찾는 이들의 소박하고 건강한 삶을 만드는, 즐기는 방법을 통해 달라진 생활의 변화를 담고 있다. 삶에 대한 철저함과 진정한 가치를 찾아가는 노력을 보여준다.

요즘 같이 소비가 미덕인 세상에서 소비를 줄이고 스스로 고치고 만드는 것은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나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거꾸로 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힘을 얻어 왔다. 항상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은 언제나 목마르고 부족하지만, 갖고 싶은 것이 줄어들면 마음은 그만큼 넉넉해진다.


 

어떻게 보면 헬렌 니어링과 닮은 김근희, 이담 부부. 이들은 아끼고 덜 쓰는 생활을 실천해 온 자연주의 부부다. 미국에 살면서 ‘쓸모없는 것’을 ‘쓸모있게’ 만드는 소비지양적인 삶을 살아가게 됐다. 늘 집에서 식사를 하며, 직접 기른 채소로 샐러드를 해 먹고 100% 통밀빵을 구워 먹는 등 자연에 감사하고 환경을 아끼며 살아간다.


남편과 나는 하루 종일 집에서 일을 하기에 주어진 환경을 될 수 있는 한 효율적으로 가꾸려고 노력한다. 일하는 동선을 짧게, 햇빛이 잘 들게, 늘 앉는 자리에서 즐거운 것들을 볼 수 있게. 그러자니 같은 물건도 자주 이리저리 옮기곤 한다. 한 친구는 사람들에게 우리 집 이야기를 할 때면 “올 때마다 뭔가 바뀌어 있는 집, 일주일에 두 번 왔는데도 두 번 다 바뀌어 있는 집”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건 아주 특별한 경우이지만, 그만큼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게 사실이다. 우리 집에는 흔히 있는 큰 소파나 장식용 그릇장, 대형 텔레비전, 거대한 탁자와 같은 가구가 없다. 모두 옮길 때 분해와 조립이 간편하도록 우리가 직접 만든 가벼운 것들이다. 하나하나 보면 가구라고 부르기 쑥스러울 정도로 간단하고 밋밋한 것들이지만 같이 모여 있으면 나름대로의 멋이 느껴진다.



이들에겐 절약하되, 넉넉해 보이는 재주가 있다. 자연스러우면서 세련된 멋이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한 소비를 하거나 비싼 명품을 좇는 것이 아니다. 누가 내다버린 것으로도 나만의 느낌을 담은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들은 자연 속에서 마주하는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내고, 재활용 해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쓰며, 니어링 부부의 삶에 감명을 받아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기도 하는 일상을 보여준다. 이들의 소박한 삶의 모습을 담은 이 책에서 “그동안 소박하게 살아온 우리의 이야기가 깨끗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작은 산들 바람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누추한 우리 집의 문을 연다”고 입을 모은다.


물건에도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하듯 사람과 물건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잘 쓰이는 물건이 있는가 하면 자리만 차지하는, 쓸모없는 물건도 있다. 서로 임자를 못 만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버려진 물건이 거라지 세일이나 재활용 가게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 쓰임이 생기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어딘가에서 다 부서져 가던 물건이 내게로 와서 새로 깨끗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나면 참 뿌듯하다. 또한 버려질 물건을 이리저리 고쳐서 다시 쓸 수 있게 만들고 난 뒤의 기분은 새 물건을 샀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



자투리 나무로 만든 가구를 비롯해 버리는 옷감으로 만든 가방, 쓸모없는 액자로 만든 거울 등 버리는 물건도 이들을 만나면 새 것 못지않은 독특한 물건으로 재탄생된다. 이들은 버려진 물건은 나와 인연이 있는 물건으로 바꾸고, 상대방에게 줄 선물은 어울리는 아이템을 생각해 직접 만들어 낸다.


책엔 화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이들 부부의 작품도 담겨 있다. 소박한 일상을 담은 에세이와 소소한 감정을 전하는 시, 그리고 서정적인 그림이 어우러져 보고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책을 보면 돈이 없어도 집을 꾸미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먹을거리와 운동법, 사람들과의 관계 등 건강한 생활방식을 영위하는 방법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게끔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