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내륙습지 우포늪,
연안습지이며 갈대밭과 너른 갯벌이 아름다운 세계 5대 습지 중 하나인 순천만,
지구의 마지막 갈라파고스라 일컬어지는 파주와 화천의 DMZ, 동북아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천수만,

수려한 자연경관과 유교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영주 소백산 자락길과 진안의 고원마실길과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며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도 거문오름,
내륙과 해안 생태계의 완충기능을 하는 국내 유일의 사구인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생태자원의 보고인 평창 백룡동굴과 동강.

사진_대한민국 생태관광지 10선ㅣ복거일 황승경 외 지음ㅣ늘봄 펴냄.jpg  올해 초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한국형 생태관광 모델사업 대상지 10곳이다.

≪대한민국 생태관광지 10선≫은 정부가 선정한 10곳을 직접 다녀온 소설가 복거일 등 명사들의 감상문을 담고 있다.


저녁나절 이른 저녁을 먹고 옆 마을로 마실 가던 길,

임실에서 진안으로 시집오던 맞이 길,

몇삼 년 후 애 업고 걸려서 친정으로 마실 가던 그 친정 길,

해질녘 동네 어귀에서 소 팔러 간 남편을 기다리던 임피댁이

마실길을 따라오던 낭군 맞이하던 그 길, 삶의 길,

전주에 유학하는 아들을 마실길 따라 마중하던 전주댁 소원의 길,

동란의 포학 속에서 군복 입은 장정들이 총칼을 매고 지나던 전쟁 길,

횃불에 그 마실길 따라 곡식과 닭, 도야지를 찾아

눈이 시뻘겋케 달아오른 빨치산들이

저버저벅 오든 공포의 길,

옆집 딸 그만이네가 수를 다하고 앞산에 묻히려 나가던 상여길,

그런 길이 진안의 마실길이다.



우포와 순천만 등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교통편은 물론 DMZ, 진안, 신두리 등은 걸어 다닐 길도 없고, 먹을거리, 볼거리 등 아직 일반 관광지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 때문에 책은 관광정보가 자세한 담긴 일반 관광정보지가 아닌, 자신들만의 색깔의 문장과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명사들의 문학적 기행문이다.


과거 자신이 군 생활을 했던 파주 DMZ을 다시 다녀온 소설가 복거일 씨는 이곳이 이제 생태관광지로 복원되는 모습을 보며, 화려한 문학적 인용들을 곁들인 글을 선보인다. 또 6·25 격전지를 돌아보며 써내려가 일종의 안보관광 기행문이라는 인상을 준다. 화천 DMZ를 방문한 신세대 성균관대 사학과 학생은 민통선 곳곳에서 군장병과 조우하기도 한다.


그날이 오면, 난 이곳에 더 높게 철조망을 둘러치고 싶다.

서러운 허리에 단단히 감긴 칠백 리 긴 띠를

한 올도 풀지 않고, 그대로 두고 싶다.

나무와 벌레가 마음 놓고 살도록.

군사분계선 철조망은 뜯어서

남부에서 겹겹 둘러친 한계선 철조망과 철책을 더 놓이고,

팻말은 뽑아다 안내판으로 삼고,

막사와 엄폐호엔 짐승들이 깃들게 하고,

서러운 이름으로 남은 경의선, 경원선, 동해북부선,

그 갈라진 토막들만 이어놓고,

나머지 땅과 하늘은 모두 짐승과 새와 잎새와 꽃에게로 돌리고,

그래서 노루와 여우가 기름기 잘잘 흐르도록,

소나무, 떡갈나무, 뽕나무, 느티나무가 쭉쭉 뻗도록,

천덕꾸러기 아까시나무까지 귀티가 나도록,

개울마다, 강마다, 붕어, 피라미, 빠가사리가 득실거리도록….

그렇지, 지금도 서슴없는 저 물길이야 누가 막으랴.

한탄강엔 뱃노래만 뜨게 하리라.



한양대 영화과 교수였으며 문화미래포럼의 정용탁 대표는 오픈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동굴을 탐험하기 위해 방수 옷으로 갈아입고 아직 사다리도 만들어지지 않은 조도 0°의 굴을 직접 기어서 돌아보며 탐방한다. 회사가 어려울 때 다짐을 위해 찾아간 이순신의 젊은 시절 훈련소가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천수만이어서 좋았던 충무아트홀 박민호 극장장의 글도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 꿈꾸던 장소를 찾은 듯 시작되는 이순신 출연 배우이자 음악감독인 젊은 음악가 황승경 씨의 글은 우포의 물안개를 보기위해 몇 번이고 다시 찾아야했던 내용을 재미있게 감상적으로 써내려간다. 특히 일본 생태관광지와 비교한 일본인 츠치다 마키가 쓴 소백산 자락길도 시사적이다. 국수호 디딤무용단 단장은 오래전 떠난 자신의 전라도 고향 길을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정서적인 노래로 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