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한국인처럼 모진 역경을 헤쳐 나온 국민도 드물다. 오랜 식민지기 생활을 비롯해 가난, 전쟁, 이념 대립, 정치 불안, 치명적인 경제위기를 겪었지만, 세계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건재하다.


사진_인문학 콘서트 2ㅣ이어령 김정운 임현우 외 지음ㅣ이숲 펴냄.jpg ≪인문학 콘서트 2≫는 다양한 분야의 원로・중견 학자와 전문가들이 인문학적 관점에서 한국인을 탐색하고 있다. 세계가 놀라는 성공 신화를 이룩한 한국인의 힘은 어디서 오는지, 그 토양이 된 한국인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그 정체성은 한국인의 삶에서 어떻게 발현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다문화 사회가 되었고, 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살고,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으로 나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동안 너무 단일민족 이데올로기를 강조하고 그것을 긍정적으로만 생각한 것 같습니다. 물론, 식민시대를 경험하고 우리끼리 살아가는 폐쇄적인 공간에서는 단일민족의 신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국제화 시대에서 배타적 민족주의는 약점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앞으로는 군사력, 경제력이 선진국의 관건이 아니라, 나와 다른 문화 집단을 이해하는 능력, 제가 ‘문화력’이라고 부르는 능력이 있는 나라가 강대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임돈희)

우리 문화만 뛰어나다는 생각은 망상입니다. 제가 한국 문화를 공부할수록 다른 문화도 그렇게 아름답고 훌륭해 보일 수가 없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라고 해서 문화가 뒤진 것은 결코 아니거든요. 저는 우월감도, 열등감도 없이 문화를 상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선진 국민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눈에는 한국인이 아주 고귀한 집안의 자손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자기 본연의 모습을 깨닫게 해주면 한국인은 잃어버렸던 긍지를 되찾고 다시 세계 문화의 주역이 되는 날이 오리라고 믿습니다.

이런 생각은 자화자찬이 아닙니다. 국제적인 금융회사 골드만 삭스는 한국이 2050년에 세계 2위 국가가 되리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프랑스의 지성 자크 아탈리 역시 한국이 2050년에 세계 최강국 가운데 하나가 되리라고 했죠. 우리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민족입니다. 지방에 답사를 갈 때마다 저는 우리 문화가 워낙 거대하고 엄청나기에 한국학의 틀로는 도저히 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담을 수 없음을 새삼 깨닫곤 합니다. (최준식)



책은 허약한 시민의식에 좌절하고, 이기적인 부유층과 훼손된 환경에 절망하고, 억압적이고 무능한 정부를 탓해왔지만, 바로 그 부정의 힘을 긍정으로 전환하는 놀라운 힘을 지닌 국민이 한국인이라고 말한다. 창의력이 약하고, 창조의 능력이 모자라지만, 창조된 것들의 맥락을 바꿔 새로운 것으로 재창조하는 독창성과 상상력을 지닌 국민이 바로 한국인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은 한국엔 명절과 절기에 살아 있는 한국인 고유의 철학이 있으며, 한국의 창세 신화에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갈등이 그려져 있음을 확인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문화사회적 현상을 통해 한국 속 한국인의 특징을 살펴본다. 한국인의 문학적 재능은 어떻게 드러나는지, 한국인의 음악과 춤의 고유한 특징은 무엇인지, 한국인은 어떤 집에서 살았고 살고자 하는지, 남들은 한 번 죽는 죽음을 한국인은 어떻게 세 번 죽는지, 인문학적 관점에서 한국 문화의 다양한 면모를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탐색한다.


책은 한국인을 인문학적으로 성찰하려는 사람들에게 각 주제의 전문가들이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