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조선업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3대 지표인 수주량, 수주잔량, 건조량에서 한국은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가 중심인 핸드폰2.0, 비즈니스2.0 시대에 대만의 HTC에 이어 겨우 5위에 머무르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09년 핸드폰 시장 점유율 7%에 불과한데도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의 영업이익의 58%를 가져갔지만 연초 삼성전자의 휴대폰 매출은 34% 가까이 줄었다.

 

사진_2020 부의 전쟁 in Asiaㅣ최윤식 배동철 지음ㅣ지식노마드 펴냄.jpg 전통산업에서는 후발주자의 추격에 잠식당하고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형 신산업에서는 미국과 일본, 중국에 밀리고 있는 것이 한국 경제시스템의 현주소다. 안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시스템의 위기요인들이 현실화되는 동안에 밖으로는 아시아 시장을 무대로 미국과 중국, EU, 일본 등 세계 강대국들 사이의 ‘부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현실이다.


≪2020 부의 전쟁 in Asia≫는 현재의 상황에서 한국이 잃어버린 10년에 빠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내다본다. 지은이(최윤식 배동철)는 안팎의 시스템적 위기 요인과 각국의 전략적 대응을 밝힘으로써 위기를 미리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 하고, 미래의 변화 속에 숨어있는 기회를 잡아 새로운 성장 사이클에 올라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모색하고 있다.


어느 나라나 새로운 성장 시스템을 구축하면 성장을 거듭하다가 그 한계에 이르게 되는 시점에서 반드시 위기를 맞는다. 문제는 그 때 낡은 시스템을 혁신하고 새로운 성장 시스템으로 바꿀 수 있는지 여부다. 1980년대 미국은 제조업의 몰락을 IT와 금융 산업으로 넘어섰다. 반대로 일본은 시스템 혁신에 실패해 잃어버린 10년에 빠졌다. 한국 역시 이러한 시스템의 위기 요인들이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오만과 무관심은 미래의 재앙이 ‘엄청난 쇼크’를 수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다음에야,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재앙이 닥쳤다는 것이 분명해지게 되면서 한순간에 공포로 바뀌면서 사회 경제적 혼란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제도권들은 그 때야 비로소 비상대책을 마련하려고 부산을 떨 것이다. 1998년의 IMF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바로 그랬다.



책은 모든 나라가 경제성장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맞는 시스템의 위기를 ▲기존 산업의 성장 한계, 종신고용붕괴(그에 따른 중산층의 약화), 저출산, 고령화, 재정 적자 위기, 경제성장률 저하, 부동산 거품 붕괴, 정부의 뒤늦은 정책 등을 들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 심각한 사회적 분열과 준비되지 않은 통일의 가능성이라는 2가지 위기 요인이 더 있다고 이야기한다.


책에 따르면, 오는 2018년부터 한국의 인구가 줄기 시작해 2050년까지 800만~1000만 명 정도가 줄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이 되면 인구의 14%가 65세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며, 2026년에는 총인구의 20%가 고령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출산율을 1.7에서 2.1로 겨우 0.4 높이기 위해 15년간 매년 44조 원이 넘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다. 한국이 1년에 집행하는 출상장려 정책 예산은 겨우 2조 원대에 불과한 만큼, 사회적으로 저출산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 개인적 이해를 앞서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이 추세를 반전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은이의 진단이며, 그 시점을 2050년으로 보고 있다.


또한 책은 3차례에 걸쳐서 부동산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에 따른 부동산 거품 붕괴가 잃어버린 10년의 위기로 이끄는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10년~2011년의 1차 조정의 경우 글로벌경기 침체와 부동산 공급 초과가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최근 5~6년간 집중된 100조 원대의 부동산 담보대출 상환시기(대개 5년 거치)가 2011~2012년에 집중되고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2015~2016년경으로 예상되는 2차 조정의 가장 큰 원인은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될 것이며 그 충격이 가장 클 가능성이 높다. 이 시기는 712만 명에 이르는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절반이 은퇴를 완료하는 시점이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도 35~54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시점에 주택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020년의 3차 조정은 8가지 시스템적 문제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에게 통일의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40년 후의 세대들에게도 통일의 기회는 희박하다.” 1989년 7월 전 독일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한 말이다. 이렇게 공언한지 4개월 만에 베를린 장벽은 붕괴됐고 이듬해 10월 독일이 통일됐다.

 

지은이는 향후 10년이 한반도의 통일 가능성이 가장 큰 시기라고 예측한다. 그렇다면 이 경우 통일비용은 얼마나 들까? 독일의 경우 주민들의 평균소득을 서독 수준의 70%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데 20년간 매년 110조 원 정도를 투입했다. 하지만 통일 당시 동독의 1인당 국민소득이 서독의 40%나 됐고 인구도 서독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남한 국민의 5.9%에 불과하고 인구는 남한의 절반 가까이나 된다.

 

지은이가 추산하는 통일비용은 매년 180조~270조,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급격하게 통일이 되는 경우 2040년까지 약 30년간 2525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미 지자체와 공기업 부채를 포함할 경우 GDP의 70%로 그리스나 스페인과 비슷한 수준의 부채를 가지고 있는 한국 정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라는 분석이다.


‘부의 전쟁’ 중심지 아시아


책에 따르면, 전쟁의 주 무대가 아시아라는 것은 우리에게 기회이자 위협이다. 서구보다 잘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이지만, 세계 최강의 기업, 국가들과 경쟁해야 하므로 여기서 밀리면 세계시장에서도 그대로 도태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8년 위기를 거치며 상처를 입은 미국의 반격이 시작되고 이에 맞선 중국의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또 시스템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치유하지 못한 일본은 다시 잃어버린 20년을 걱정하게 됐으며, 중국은 내부적으로 한국 다음으로 비슷한 시스템의 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맞는 문제를 푸는 핵심 고리가 바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패권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 서울’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그러나 ‘스토리 인 서울Story in Seoul’은 돈이 거의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디자인적 접근보다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지난 2007년부터 디자인거리 사업을 벌이며 서울시내의 50여 곳에 한 곳당 평균 20억 원 정도를 들여 디자인거리를 조성중이다. 미관을 강조하는 사업은 비용도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계속해서 유지 보수해주거나 바꾸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스토리의 경우는 시간이 지나며 낡을수록 부가가치가 더 해지는 구조다. 예를 들어, 경복궁 안에 있는 불로문不老門은 임금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늙지 않는 문으로 불린다.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고, 그리 큰 것도 아니고, 그리 아름다운 디자인도 아니다. 그러나 수많은 아시아의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지은이는 “무엇보다도 현실의 문제를 냉정하게 인정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시스템을 고칠 타이밍을 놓쳐서 근본적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우니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시스템을 혁신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라는 것. 지은이는 말한다. “다행인 것은 우리에게는 아직 10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보다 잃어버린 10년을 먼저 경험했던 일본이라는 반면교사가 이웃에 있다. 그들의 시행착오를 분석하고 우리만의 새로운 미래전략을 세워서 대처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