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비전문가와 다른 점은 해당 분야의 기초 자료에 얼마나 다가갈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초 자료를 제대로 다룰 수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언론에서 전문가 행세를 할 수는 있다.


사진_부동산 시장 흐름 읽는 법ㅣ김광수경제연구소 부동산경제 팀 지음ㅣ더팩트 펴냄.jpg 엉터리 전문가가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다면, 그 사회의 정보 생산과 유통, 수용 체계가 심각하게 왜곡돼 있거나 기준점으로 삼을 만한 통계 자체가 엉터리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이런 측면에서 정보 자정 능력이 매우 낮아 엉터리 전문가들이 넘쳐나고, 결과적으로 엉터리 정보, 이해관계에 오염된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인들도 기초 자료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엉터리 전문가와 왜곡된 언론보도를 꿰뚫어 보기 위해 기초 자료를 바탕으로 스스로 분석하고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상당수 기초 자료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돼 있는 지금은 누구나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기초 자료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통해 전문가에 비견되는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더 이상 사람들은 기존 미디어의 틀에 갇혀 수동적인 정보 수신자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기초 자료를 가공하여 블로그나 트위터를 통해 적극적인 정보 발신자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부동산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더욱이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국 언론의 왜곡보도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시장 상황을 보기보다 왜곡된 시장 정보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집값이라는 현실 앞에 부동산 거품에 올라타느냐, 변두리로 밀려나느냐의 선택은 서민들에게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에 앞서 생존을 위한 문제가 돼버렸다. 더 이상 결과를 책임져주지 않는 언론보도나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부동산 업자들에게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시장에서 콩나물을 살 때는 꼼꼼히 따지면서 거의 모든 재산이 걸린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탐욕이나 공포에 사로잡혀 그토록 맹목적이 되는 것은 국민 경제를 위해서도, 가계경제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여기서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공급 과부족 여부를 살펴보면, 2000년 이후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으로 아파트 투기 수요가 급증했다. 건설사들은 이러한 투기 수요에 부응하여 아파트 일변도의 주택공급을 이어갔다. 수도권의 전체 주택공급 가운데 아파트 공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이를 정도이다. 2000년대 이후 아파트 일변도의 공급으로 지방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공급 초과 상태에 들어갔고, 수도권도 2008년부터 사실상 공급 초과 상태에 빠졌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지수 역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거래가지수 작성에 사용된 통계 모형은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지수인 케이스-실러(Case-Shiller) 지수와 영국의 토지등기소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반복매매모형(repeat sales)이다. 반복매매모형이란 같은 아파트 단지·층·면적인 아파트 중 2회 이상 반복 거래된 동일 주택의 가격 변동률로 지수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국토해양부는 실거래가지수 산정 시 반복매매모형을 적용하면서 한국적 특성을 고려해 아파트의 단지, 면적, 동, 층그룹(저층, 중간층, 최상층 등)이 같은 아파트는 동일한 주택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이 경우 거래량이 적어 표본의 대표성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신고 된 거래가격 중 급매물과 같은 비정상적인 가격이 그대로 통계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수 60일 내에 실거래가를 신고하도록 한 규정 때문에 특정 유형의 아파트 거래 비중이 과다 반영된다.


일례로, 지난 2007년 이후 주택시장 침체기에도 상대적으로 가격과 거래 면에서 강세를 보였던 소형 아파트와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지역을 대상으로 한 투기적 거래가 지수 산정에 과다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처럼 거래량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는 참고할 수 있는 거래 가격이 몇 달 전 가격인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주택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자료로 삼기는 더욱 어렵다.


상식적으로 집에 대한 수요는 사고 싶다는 ‘욕구’만 있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고령 노약자나 미혼의 청년 독신세대와 같은 1인가구가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 자기 집을 장만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집을 사고 싶다는 욕구와 더불어 살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이 있어야 유효수요가 될 수 있다.


오히려 주택보급률은 정부가 국민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비상시 여분주택 등을 포함한 경제 전체의 적정 주택 총량과 주택공급 정책을 결정하는 데 참고하는 정책 판단 지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엉터리 통계조작을 통해 주택공급을 마음대로 늘려 투기를 선동하고 부동산 경기를 띄우려 한들 이미 주택공급 과잉은 한계에 달해 있으며 주택가격 하락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의 경기 회복은 인위적인 저금리와 막대한 재정투입, 부실 은폐와 유동성 과잉 등으로 만들어낸 자산시장 버블형의 회복일 뿐 지속 가능한 경기 회복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경기가 회복되면 집값이 오른다”는 주장은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나온 매우 순진한 생각이다.



≪부동산 시장 흐름 읽는 법≫은 일반인들이 주택을 구입할 때나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고 선동과 조작 정보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동산 관련 지표와 자료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전체 그림 속에서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데 중심으로 두고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하고 있다.


또한 이제껏 과도한 자원이 부동산 시장에 집중되면서 사회 전체의 자원배분이 왜곡되고, 국민경제의 질이 악화되며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 한국 사회이 어두운 면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