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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움직인 돈의 힘경제 2010. 10. 16. 00:00르네상스 때 유럽 굴지의 금융업자였던 메디치가, 근세 초기에 독일의 아우크스부르크를 중요한 경제 거점으로 만든 푸거가와 벨저가, 함부르크에 사설은행을 설립한 베렌베르크가, 로스차일드 은행을 창설한 국제적 금융업 가문 로트실트, 미국의 금융업 가문 모건, 독일 쾰른의 사설은행 가문 오펜하임….
과거 세계사를 뒤흔들었던 대표적인 금융 가문들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 가문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현대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고 ‘몰락’했다는 것이다.
이들 금융 가문, 이른바 ‘금융 왕조’는 보통의 은행가 가문과 달리 권력과 공생해 경제적ㆍ정치적 권력을 행사한 가문을 말한다. 이들 가문은 역사에서 왕과 황제들의 득세와 몰락, 전쟁이나 평화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힘이 막강했다. 영국이 수에즈 운하를 사들일 때 자금을 마련해 준 로트실트 가문은 19세기에 영국, 프랑스,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강력한 세력으로 여겨졌을 정도다.
르네상스 때 이미 은행가들은 자기들의 부를 이용했다. 메디치가는 우선 피렌체를 예술의 본거지로 만든 다음에 남자 후손들은 교황으로, 여자 후손들은 왕비로 만들었다. 이후에 푸거가와 벨저가는 상업도시 아우크스부르크를 단기간 내에 근세 초기에 가장 중요한 금융 중심지들 중 하나가 되게 했다.
그러나 대부분 금융 왕조는 가문의 부를 현대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19세기에 주식은행이 부상할 때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몰락하고 말았다. 권력에 기댄 금력은 권력의 움직임에 따라 수명이 결정되는데 절대적인 힘을 행사하던 전제군주 시대가 가고 아이디어와 정보가 부상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세계를 움직인 돈의 힘≫은 스물한 개 금융 가문의 성공과 실패 이야기를 돈과 권력의 결탁에 초점을 맞춰 들려준다. 금융 명가들의 흥망성쇠를 세계사적인 사건과 관련해 재조명함으로써 금융자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오늘날 정치권의 모습을 투영해 볼 수 있다.
책에선 역사에서 재력을 기반으로 왕조에 버금가는 권력을 누린 가문들, 특히 권력자에게 정치 자금을 대주거나 돈을 빌려 줌으로써 시대와 세계적 사건에 영향을 끼친 금융업 명가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이를 통해 각 금융 왕조가 융성하거나 몰락하게 된 당시의 경제적ㆍ정치적 상황을 읽을 수 있다.
금융 왕조가 성공하거나 실패한 이유들을 살펴보면 그 왕조들이 있었던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 일례로, 합스부르크의 카를 5세를 황제로 선출하기 위해 뒤에서 자금을 댔던 푸거가와 벨저가는 합스부르크 왕가에 돈을 빌려주고 은광 채굴권, 교역 독점권 등을 행사하며 막강한 권력을 누렸으나 결국 합스부르크 왕가의 재정 파탄과 함께 끝이 나고 말았다.
책은 다양한 사건에 얽힌 각 가문의 이야기를 통해 가문의 권세를 유지하지 못한 까닭이 무엇인지, 또 대를 이어 명맥을 유지하는 금융 가문의 힘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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