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하지도 않고 동료의 컴퓨터를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는 행동, 애인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살펴보는 것, 친한 친구니까 뭐든 숨기지 말자고 강요하는 행동 등 아무리 가깝게 지내는 친한 사이라 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넘어서는 안 되는 물리적, 심리적 ‘선’이 있다.


사진_선을 넘지 마라lㅣ시부야 쇼조 지음ㅣ박재현 옮김ㅣ흐름출판 펴냄.jpg 선, 다시 말해 영역이란 타인에게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각 개인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범위이자 장소를 말한다. 하지만 나의 영역이라 해서 그것이 온전히 나만의 것은 아니다. 영역은 사람들끼리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이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선을 넘지 마라≫는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수만 가지 문제들이 상대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원하는 거리’가 아닌 ‘상대에게 편안함을 주는 거리’를 기준으로 자신의 말과 행동을 조율하는 것이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포인트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자신은 미움을 받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믿고 필요 이상으로 거리를 두는 사람도 눈치 없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상대의 곁으로 다가가려 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상대는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낄 것이다. 회사의 상사와 부하직원 관계의 경우, 부하직원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상사는 의욕이 없거나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될 위험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람이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오면 불쾌해한다. 불편한 사람, 어려운 사람과도 가까이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심지어 가족이나 친한 친구, 상사나 편한 동료라 하더라도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도 좋다고 허락하지 않았는데 마음대로 선을 넘어오면 불쾌해지는 건 마찬가지다. 이런 감각은 모든 사람들에게 존재하는데, 이게 바로 영역감각이다.


이처럼 상대의 영역을 존중해주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성공하지 못한다. 상대의 영역을 존중한다는 것은 사회생활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다. 그만큼 상사와 부하직원, 동료와 동료, 남녀, 부부관계 등 모든 인간관계에서 선을 지킨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면 인간관계 속에 숨어 있는 영역의 비밀을 무엇일까?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이 비즈니스맨의 본분이라 한다면, 상사는 부하를 관리하는 것이 상사의 영역을 지키는 일이다. 반면 상사가 지시한 일을 구체적으로 행하고, 상사의 입장을 존중하며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 부하직원으로서의 도리이자 전략이다. 그런데 상사의 발언이나 결정에 대해 대놓고 반대할 경우 상사로서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보고, 연락, 상담은 비즈니스맨의 기본이다.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절차를 하나하나 밟는 것은 분명 부하직원으로서는 내키지 않는 귀찮은 작업이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미리 보고하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부하직원이 하는 일 전부를 파악하고 싶다는 게 상사들의 심리다. 그런데 부하직원이 제대로 보고하지 않으면 상사는 자신(혹은 상사의 영역)이 무시당했다고 여긴다. 사소한 것이라도 미리 상사에게 귀띔을 해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대를 자신의 영향권으로 끌어들인다는 의미에서 훔쳐보고자 하는 욕구는 영역의식으로 볼 수 있다. 타인의 영역에 멋대로 들어가 그 사람을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같은 이야기는 미스터리 소설이나 영화에 그치길 바란다. 문제는 악의는 없다고 해도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영역에 멋대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행복한 직장생활, 유쾌한 직장생활을 위해 영역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선을 ‘일부러’ 넘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각자의 고유 영역을 지켜주기만 한다면 관계의 진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관계를 유연하게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일부러라도 상대의 영역을 침범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기본 전제는 모든 사람에게는 그만의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영역을 침범할 때는 역효과가 나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그리고 조급해하지 말고 상대의 반응을 탐색하면서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


책은 직장생활에서 나아가 일상생활에까지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의 역학관계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려주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