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삶과 가난한 삶 가운데, ‘가난’을 선택할 수 있을까? 평범한 보통 사람이 스스로 가난을 자처하기란 쉽지 않다. 살아간다는 일이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란 것을 알수록 더 가지려고 하고, 가진 것을 더 움켜쥐려 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_자발적 가난의 행복ㅣ강제윤 지음ㅣ생각을담는집 펴냄.jpg 그러나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 중에도 욕망을 걷어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욕망의 페달을 밟기보다 그 자리에서 내려와 ‘진정한 삶’을 살아보려는 ‘특별한’ 사람들. 그들은 '자발적 가난‘을 택한 이들이다.


부자가 돼서 나누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부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삶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부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얻게 되는 모든 것을 나누어 버릴 때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계에는 여전히 먹을 것이 없고, 입을 옷이 없고, 잠잘 집이 없는 사람들이 허다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기아와 빈곤의 문제가 물질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더 많이 나누기 위해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모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우리는 결코 나누기 위해 부자가 되려고 애써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가난해지기 위해 애써야 합니다. 가난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나눔 이전의 나눔이며 가장 큰 나눔의 실천입니다. 역설적이지만 모두가 가난해 지려고 노력할 때, 이 세계의 모든 가난은 끝나게 될 것입니다.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강제윤은  모두가 가난해지려고 할 때 비로소 세상이 평화로울 것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없는 세상에서 모두 부자가 되려고 함으로써 싸움과 전쟁이 벌어진다는 것. 내가 더 가짐으로써 부자가 되었을 때 다른 사람은 가난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그는 ‘부자가 되는 것은 죄악’이라고까지 말한다. ≪자발적 가난의 행복≫은 ‘부자 되세요’라는 말을 덕담처럼 주고받는 이 시대,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강제윤의 삶과 그 철학에 관한 이야기다.


남들처럼 대학을 나오고 도시에서 발붙이고 살던 지은이는 어느 날 오랫동안 떠났던 고향 보길도로 들어갔다. ‘동천다려’라고 이름 지은 집에서 그는 뒤꼍 대숲에서 딴 새순으로 차를 끓이고, 메주를 쑤기도 하며, 동치미를 담그고, 뒷산에서 주운 돌배로 술을 담그기도 했다.


풀을 뜯고 있는 저 염소에게서 나는 섬뜩함을 느낍니다. 묶여 있는 저 염소는 어느 예기치 못한 순간 팔려가 죽게 될 것입니다. 살기 위해 부지런히 풀을 뜯을수록 염소는 제 죽음을 재촉하게 됩니다. 무섭지 않습니까! 저 염소의 생애가.

먹이가 삶을 이어주는 생명의 끈인 동시에 생명을 앗아갈 올가미가 되기도 하는 생애의 들판. 풀을 뜯어 살이 찌고 윤이 날수록 염소의 죽음은 가까워집니다. 생명력 넘칠수록 생명은 점점 위태로워집니다. 전율스럽지 않은가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살아지는 염소의 삶이, 삶의 역설이.



책에는 염소가 먹는 쑥을 따라 뜯기도 하고, 도시 사람들에게 낯선 김국이 맛있다며 그 김국 끓이는 법까지 담겨 있다. 개는 보신탕감으로 팔려가고, 흑염소 역시 보신용으로 팔려나가는 세상에서 지은이는 키우는 개 봉순이가 새끼를 낳으면 고깃국을 끓여주며 수고했다는 말을 아끼지 않고, 부실한 흑염소 새끼에게 젖병을 물려주며 살려내기도 한다. 


지은이는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유랑자, 떠돌이 시인, 섬 순례자 등으로 불린다. 벌써 몇 년 째 그는 이 땅의 500여 개 유인도를 모두 걸을 생각으로 섬을 떠돌면서 한 일간지에 <강제윤의 섬에서 만나다>를 연재하고 있다. 이 책은 그가 마지막으로 머물며 살았던 고향 보길도에서의 생활과 청도 한옥학교에서 보낸 한철의 산문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