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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좋은 일을 하고 싶은 개인이 점점 많이 출현하고 있다.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변호사가 된 후 시민단체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행지에서 알게 된 오지의 아이들에게 도서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경제적 조건이 좋은 직장을 거부하는 이도 있다. 평생을 모은 돈을 장학재단 등에 기부했다는 소식도 이제는 제법 자주 들려온다. 좋은 직장 나와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내가 가진 것을 남들과 나누려는 청소년들과 청년들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나아가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기부’와 ‘나눔’의 확산, 비영리단체와 사회적 기업의 성장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7년 150만 개의 비영리단체가 국가 경제 연간 수입 가운데 1조 달러 이상을 차지했다. 사실상 오늘날 미국에서 비영리 부문은 세 번째로 큰 산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영리단체가 국민총생산과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회를 더 좋게, 광범위하게 바꾸는 중심에 비영리단체가 있다.
기업에게 더 좋은 경영 습관을 배운다고 하더라도 사회를 급격하게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서서히 조금씩 바꿀 뿐이다. 그리고 아무리 최고의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세계를 바꿀 방법을 알려주지는 못한다. 그들의 기본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그 길을 보여줄 존재는 우리 사회를 진정으로 바꾸는 데 영향력을 크게 발휘한 최고의 비영리단체들뿐이다. 우리가 다른 연구자들처럼 기업에서 훌륭한 경영 습관들을 뽑아 사회적 분야에 적용하려고 하지 않고, 비영리단체 가운데 최고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비영리단체가 가지는 중요성은 우선 기부문화의 확산에 있다. 빌 게이츠를 비롯해 워렌 버핏 같은 재벌과 대기업은 물론, 개인 기부자 등도 전례 없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살아있는 동안 자선활동에 참여하는 ‘생전 기부’도 많다. 우리나라 역시 아직은 소수지만 ‘기부’를 ‘아름다움’에서 ‘보편적인 도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민간의 부를 이용해 공공문제를 풀어내는 중계자로서 비영리조직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이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시장의 힘은 점점 커져가는 반면, 정부의 기능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또 사회가 다원화하면서 정부가 나서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틈새를 비영리단체들이 메우고 있다. 전통적으로 정부가 하던 일을 비영리단체가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구가 직면한 기후변화, 자연재해, 인종과 문화 갈등, 핵 확산, 에이즈와 전염병, 기아와 주택 문제, 끊임없는 가난 등 문제들에 관한 인식이 높아졌다.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가 동시에 소통하면서 전 지구인들이 힘을 합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높아졌다. 이런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제도나 영향력이 큰 조직이 점점 더 중요해지게 된 것이다.
우리에게는 천천히 조금씩 변화할 겨를이 없다. 오늘날 우리가 전 세계에 걸쳐 직면한 복합적인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야 한다. 모든 부문에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며, 우리는 그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 사회 변화에 영향력을 더 크게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시간 낭비다. 다행히도 이들 위대한 비영리단체와 그들이 보여주는 교훈은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레슬리 R. 크러치필드와 헤드 머클로우드 그랜트는 최근 비영리단체를 둘러싼 환경과 비영리단체의 변화를 직시한 결과를 <선을 위한 힘>에 담고 있다. 이들은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비영리단체 12개를 선정하고 60회 이상의 인터뷰와 심층 연구를 실시했다.
책엔 빚으로 집을 뺏길 위기에 놓은 통학버스 운전사를 위해 싸우다가 정책활동으로 발전시켜 약탈적 대부 금지 연방법을 제정하고 저소득층 대출센터까지 운영한 셀프헬프, 업계 선두인 맥도날드사로 하여금 친환경 포장지를 사용하게 해 대량의 쓰레기 감소 효과를 가져오게 한 ‘환경방위’, 지미 카터를 영입해 집을 짓게 함으로써 일약 세계적 비영리단체로 떠오른 해비타트 등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해비타트는 우리 시대에 가장 성공한 비영리단체 가운데 하나다. 1970년대에 조지아 주 농촌지역에서 설립된 해비타트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자원봉사자 수십만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00여 개 나라에 20만 채가 넘는 집을 지었다. 그 명성은 스타벅스와 동급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해비타트가 가장 크게 성장한 해는 1984년이었다. 해비타트 대표 풀러가 당시 조지아 주에 살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에게 해비타트의 홍보대사가 돼달라고 설득한 해였다. 300만 달러쯤이던 이 단체의 수입은 그로부터 10년 뒤 1억 달러로 늘어났다. 해비타트를 세상에 가장 널리 알린 열성 지지자 카터 덕분이었다.
책에 소개된 ‘성공한’ 비영리단체는 조직이나 자금 규모 때문이 아니라, 가장 혁신적인 방법으로 사회변화를 이끌어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이야기지만 여기서 말하는 6가지 경영습관은 우리 상황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지은이는 “기업과 비영리단체의 경영은 엄연히 다르다”면서 “이는 아무리 최고의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세계를 바꿀 방법을 알려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또 “세계를 바꾸려면 세계를 크게 바꾼 비영리단체의 습관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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