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와 교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좁고 네모나다.


사진_꽃보다 귀한 우리 아이는ㅣ조재도 지음ㅣ살림터 펴냄.jpg ‘국영수사과’라는 틀에 갇혀 성적에 목을 매다시피 하는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의 잣대로 만들어진 입시전쟁터로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우리 아이들 하나하나가 꽃보다 더 귀한 존재라고 여기는 시인이자 교사인 지은이 조재도는 선생으로서 안타까워하고, 때로는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부채의식을 느끼곤 한다. 이러한 사색이 <꽃보다 귀한 우리 아이>의 곳곳에 점점이 스며 있다.


책엔 학교와 교육 문제를 다루는 이 책엔 학생과 교사의 생활이 오롯이 담긴 진솔한 이야기들과 교육 문제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한 비판과 교사로서 자성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특히 일상의 삶과 우리 사회의 문제를 엮어 생각하며 성찰하는 지은이의 안목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날카로운 시선과 차가운 지성보다도 ‘꽃보다 더 귀한 존재’로서 전인적으로 자라 인생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야 할 아이들에게 느끼는 안타까움은 이 책의 시발점이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은이는 심지어 유서 같은 낙서, 낙서 같은 유서를 남기고 아이들이 우리 곁을 떠나는 현실에 분노한다. 21조 6000억이라는 거액의 사교육비를 쏟아 붓고 있는 학부모들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교육문화에서 자라난 우리 아이는 어떤 모습인가. 어른들이 바라는 만큼 ‘그렇게’ 됐나. 적잖은 아이들이 자아정체감이 없고, 여유가 없고, 쉽게 절망하며, 충돌이 잦고 불화를 일으키며 권위주의적이고 배려하지 않는다. 인생을 충만하게 살지 못하고, 부박한 일에 자기 에너지를 낭비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아이들과의 만남에서 발견하고 빚어낸 희망의 빛을 간직한다. 아름다움을 살펴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일상에서 오는 지루함과 누추함을 더 깊이 견뎌야 하는 고통이 있을 것이고, 누가 더 행복하냐는 물음에 어느 쪽이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 아름다움을 느끼며 사는 사람의 인생이 그렇지 못한 사람의 인생보다 풍요롭지 않겠냐는 것이다.


“자서전 쓰기를 하면서 우린 한 달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만났다. 자영이는 나를 만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아마도 처음으로 어른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에서였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 60번이나 가출을 했던 자영이었지만 여느 아이와 똑같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으며, 다만 상처를 많이 받았고, 그로 인해 세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처세관을 가지고 있었다. 자영이는 이 학년에 무사히 진급했다. 자영이가 이 학년에 올라가던 해 나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다. 학생들에게 이임 인사를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오는 나에게 자영이가 사탕으로 만든 조그만 꽃바구니를 선물했다.”



지은이는 그렇다고 아이들이 마냥 나약하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한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인격과 자주성을 키워주지 못하지만, 아이들은 어떻게든 스스로 꽃바구니 가득 열매를 담으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은이는 자기 자신을 알고, 아이들과 함께하며, 자신을 둘러싼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특히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것이라는 궁극적 기대감을 갖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