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엄마가 정성껏 지어준 밥은 안전할까?


사진_식탁의 배신ㅣ윌리엄 레이몽 지음ㅣ이희정 옮김ㅣ랜덤하우스 펴냄.jpg 오늘날 식탁의 80%를 차지하는 식재료는 가공식품이다. 공업화된 방식으로 길러진 소와 돼지·닭, 그 부산물로 만든 우유·버터·생크림, 시판 된장·고추장은 우리 몸에 유해한 독소 물질로 가득하다. 문제는 이렇게 공업화된 식품과 식품첨가물이 범벅이 된 가공식품을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섭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잘못 알려진 조리법에 대한 상식은 조리 시 발암유발물질을 생성시킨다. 일례로, 많은 사람들이 튀기지 않고 굽거나 조리면 몸에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튀길 때 트랜스지방처럼 몸에 나쁜 성분이 생기기 때문에 튀기지만 않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전분이나 당류 등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은 튀기지 않더라도 120도만 넘으면 발암유발물질인 아크릴아미드가 생성된다. 아크릴아미드는 인간의 DNA와 유사한 DNA를 가진 쥐 실험을 통해 밝혀졌듯 암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러한 이유들을 종합하면 앞서 물은, 집에서 정성껏 해먹는 밥이 건강에 좋을 거라는 안일한 의식은 이제 경계해야 할 것 같다. 프랑스 출신 취재기자인 윌리엄 레이몽이 지은 <식탁의 배신>은 광범위하고 정확한 연구에 근거한 결론을 바탕으로 우리 몸을 해치는 음식 속 독소의 위험을 생생하게 알린다.

50년 전에 화학산업의 발달과 함께 시작된 농업혁명의 대가로 현재 우리는 영양가 없는 음식을 먹게 된 것이다. 과일과 채소의 수분 함량이 증가하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감소한 것은 작물에 다량의 물을 주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행태가 비단 작물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뜩이나 지구온난화 때문에 물이 증발하는 마당에 무리한 관개농업으로 지하수층이 마르고 완전히 고갈될 지경에 이르렀다. 생산성만 추구하는 경향은 물을 비롯한 천연자원의 낭비로 이어졌고, 화학비료 역시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살충제와 제초제, 살진균제를 들이붓다시피 살포하는 대량생산 시스템 역시 식탁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농약은 발암위험물질로 범벅이 된 식품을 우리 식탁에 오르게 하는 주범일 뿐 아니라 과일과 채소의 맛까지 저하시키고 있다.



책에 따르면, 오늘날 비만은 거의 전염병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몸무게가 급격히 늘어났다. 체중증가와 함께 암 발병률 역시 급상승했다. 비만 전염병의 확산속도에 발맞춰 암 발병률이 연간 2%씩 늘어나고 있다. 이는 미국 남성 2명중 1명, 여성은 40%가 살면서 적어도 한 가지 암에 걸린다는 얘기다. 특별히 미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식 식습관을 따르고 있는 대다수 국가들의 현실이 그렇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암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 사람들이 암을 숙명적인 유전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구결과 유전적인 요인은 기껏해야 2~3%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대다수 암을 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암을 유전병이라고 굳게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몸에 나쁘다고 생각하는 패스트푸드를 멀리하는 데도 치명적인 암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으며, 암에 걸린 원인을 추적할 때 의사들이 특정 암에 대한 집안내력을 물어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담배를 피지도, 과음을 하지도 않으며, 오래전부터 햄버거 비슷하게 생긴 것조차 먹지 않았기 때문에 단지 재수가 없어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일과 채소의 맛이 없어진 것은 비타민과 미네랄, 항산화물질이 점차 감소한 것과 관련이 있다. 오늘날 소비되는 품종의 대부분은 잡종이다. 수확량 증가라는 단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이종교배를 거듭해온 결과다.

(중략)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는 작물에 비해 이종교배 작물은 뿌리를 얕고 약하게 내리는데, 과일과 채소는 필요한 영양분을 대부분 땅속 깊숙한 곳에서 얻는다. 과일과 채소에 필요한 영양분은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다.



음식과 질병에 대한 또 다른 잘못된 상식은 ‘덜 먹고 더 많이 움직이면 살이 빠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통념에 단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체중은 얼마나 덜 먹느냐에 달린 게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각종 질병의 온상이 되는 비만을 야기하고, 암을 무럭무럭 키우는 진짜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오늘날 피할 수 있는 질병과 암을 확산시키는 주범은 다름 아닌 식탁을 지배하고 있는 ‘독소식품(Toxic Food)’이다.


독소 식품은 우리생활 깊숙이 곳곳에 퍼져있다. 슈퍼마켓 진열대마다 반조리식품과 가공식품이 넘쳐난다. 집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고,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음식을 구입한다. 소비자들은 카트에 무심코 식품을 담으면서 그 속에 실제로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처럼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가공식품과 공업화된 시스템으로 길러낸 육식과 야채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칼슘, 무기질, 비타민 등의 필수영양소는 부족하고, 소금, 설탕, 카페인, 지방, 화학첨가물은 넘쳐흐른다.


비단 가공식품뿐 아니라 과일과 채소 역시 영양가가 현격히 떨어진다. 감자나 바나나, 사과처럼 가장 대중적인 과일과 채소류의 필수비타민과 미네랄 함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감자는 비타민 A를 100%, 비타민C와 철분을 57%, 칼슘을 28%를 잃어버렸다. 1960년대 오렌지 1개를 먹어 섭취할 수 있는 비타민A를 지금은 8개를 먹어야 겨우 섭취할 수 있다. 육류도 마찬가지다. 지난 40년간 육류는 더 기름지고 철분은 줄어들었다. 유제품 역시 지방은 더 많아지고 칼슘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식품업계에서 일하는 홍보 전문가들은 여러 해 전부터 ‘자연제품natural'이라는 단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식품에 의심의 눈길이 쏟아지는 이 시대에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데 이보다 더 완벽한 단어는 없기 때문이다. 수년간의 로비 덕분에 미국에서는 그 어떤 법적 제약 없이도 자연제품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다. '유기농’이라는 말을 쓰려면 인증을 거치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자연제품이라는 단어는 아무 제품에나 붙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 농업이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식물이나 동물 종의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이종교배를 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식품이 안전하다는 주장을 그대로 믿었던 희생자들의 입장에서, 돈의 미끼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식품안전 시스템의 운명을 걱정하는 투사의 입장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책은 저질먹을거리의 개념을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가공식품으로만 범주 지으며 우리가 놓치고 있던, 광범위하게 퍼진 일상 속 음식들에 숨겨진 독소에 대해 폭로한다. 아울러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 거대 식품업체를 대상으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식생활 혁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