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즐겁게 하나가 돼 공부하는 나라. <독일 교육 이야기>는 독일에서 두 아이를 교육시킨 한국 아줌마가 보고 듣고 경험한 독일 교실이야기다.


지은이 박성숙은 처음 ‘왜 이렇게 독일인들은 공부를 안 시키는 거야’라며 불만을 가질 정도였지만 독일 교육을 알아갈수록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고 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독일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깊이 있는 수업을 통해 사회성을 갖춘 인간을 길러내는 전인교육이라는 것이다. 성적과 성과에 연연할 필요가 없으니 교사는 얼마든지 수업다운 수업을 구상할 수 있고, 아이 역시 자연스럽게 스스로 공부하고 생각하고 말하는 법을 익히게 되는 것이다.

독일인의 기부문화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그저 돈을 전달하는 것이 기부의 시작이자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먼저 그들은 도와줄 나라가 어떤 곳인지 상세히 공부부터 한다. 그런데 그 공부라는 게 갈비뼈를 앙상하게 드러내고 슬픈 얼굴을 한 어린이의 사진을 보는 게 아니다. 그런 자료를 사용하더라도 결코 전면에 내세워 강조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보통 독일어나 영어는 책 한 권이 시험범위인 경우가 많다. 부교재로 선택한 책을 단원별 숙제로 집에서 읽고, 학교에서는 내용을 분석하고 비평하면서 토론식으로 수업한다. 이런 시험에서'벼락치기'가 가능할 리 없다. 그저 수업시간에 충실하게 참여하고, 좀 신경 쓰는 학생은 책을 한 번 더 읽는 정도가 전부다. 시험 전날 아들에게 공부해야 하지 않느냐고 잔소리를 하면 항상'특별히 공부할 게 없다'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시험에 뭐가 나올지 감도 잡을 수 없고, 며칠 동안 달달 외운다고 답안을 채울 수 있는 문제도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 첫 번째 역사 공부는 보통 자기가 사는 동네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3학년 때 처음 수업을 들은 작은아이의 관심사는 우리 동네 ‘부로히바이덴’이었다. 이것저것 물어오는 통에 나도 인터넷을 뒤져서라도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처럼 계획된 신도시가 거의 없는 독일은 작은 동네의 역사도 웬만하면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또한 학교에서의 자전거 교육, 초등학생들의 성과 동성애 교육, 스타벅스로 배우는 경제교육, 절반이 비평문 쓰기인 미술교육, 영어는 선택, 체육은 필수가 되는 교육 등은 독일의 교육을 잘 나타내주는 독특한 교실 모습이다. 이를 통해 독일 교육을 경쟁이 없는 인성교육으로 이끌고 있는 원동력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입시 성공을 위한 최고 전략이 ‘학교 수업 충실히 듣기’인 나라, 학원이나 고액과외 없이 얼마든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나라, 주입식 교육이 철저히 배제되는 나의 모습이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준다. 독일 교육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우리 교육이 나아갈 길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고, 경쟁과 욕망으로 얼룩진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