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 현재 이 두 기업이 디지털 세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다.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라는 혁신적인 기기들을 차례로 내놓으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구글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토대로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가고 있다.


사진_애플 VS 구글ㅣ오가와 히로시, 하야시 노부유키 지음ㅣ김경인 옮김ㅣ위키북스 펴냄.jpg 한때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려 IT 세상에서 멀어지는 듯했던 애플컴퓨터는 ‘컴퓨터’라는 이름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애플’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등장했다. 이어 혁신과 창조의 대명사라 불리는 스티브 잡스를 중심으로 애플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기기를 차례로 세상에 내놓으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최근엔 아이폰을 필두로 스마트폰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아이폰이 처음 세상에 공개됐을 때 아이폰이 IT 세상에 던진 메시지는 강렬했으며 순식간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들을 아이폰의 열혈 팬으로 만들어 버렸다. 검색 기술로 웹 세상을 점령하고 현재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구글 역시 이에 뒤질세라 안드로이드라는 개방형 운영체제를 중심으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며 애플 진영에 맞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휴대전화 부동의 1위를 지키던 노키아를 비롯해서 애플과 구글의 질주를 맹추격하며 곧 정상을 탈환할 것 같았던 기존의 휴대전화 회사들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패러다임이 바뀐 소비자들의 변심에 다소 어리둥절할 뿐이다.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IT 세상은 급격하게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했으며,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용 앱을 개발해 중소기업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하드웨어를 만들려면 제조 설비나 물류 등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애플과 구글이 바꾸어 놓은 스마트폰 세상의 새로운 생태계는 제조자 중심의 패러다임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모바일 전쟁’이라고까지 하는 현재의 경쟁 구도 속에서 두 기업은 미래를 어떻게 보고 어떤 전략으로 열어갈까? <애플 vs. 구글>은 디지털 세계의 맞수인 이 두 기업이 펼치는 패권 경쟁에 대한 이야기다.


애플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을 변화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데 비해, 구글은 사람들의 집단인 사회가 바뀜으로써 개개인의 생활도 바뀐다는 주의를 지향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미소를 떠올리며 제품을 만든다기보다는 인터넷 너머 세상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웃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에서는 각각 폐쇄성과 개방성이라는 특성을 대표하는 애플과 구글 사이의 역학 관계를 살피고 그들이 전 세계 IT 영웅으로 거듭날 수밖에 없는 원동력을 짚어본다. 이어 현재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모바일 전쟁의 면면을 들여다보고 두 기업이 각자 어떤 카드를 내놓고 경쟁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에 대해 소개한다. 또 두 디지털 맞수의 패권 경쟁에 전혀 참여조차 하지 못하는 일본 기업들이 두 기업에게서 배워야 할 점을 일러준다.


지은이 오가와 히로시와 하야시 노부유키는 책을 통해 일본 기업에게 거침없은 비판을 쏟아놓는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에도 애플이나 구글과 같이 전 세계의 흐름을 주도할 만한 걸출한 기업이 없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일본 기업과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도 체질 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애플과 구글이라는 걸출한 두 기업이 주도할 미래에 종속될 따름이다.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지 않고서는 그들과 어깨를 견줄 수 없는 것이다.


두 회사가 그만큼 대단한 성공을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순히 다른 기업보다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자는 식의 생각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 번뿐인 인생에서 한 가지 정도는 세상 사람들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일념으로 일에 전념한다는 데 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표는 사실 ‘제품’을 뛰어넘어 일반적인 사람들의 일상 풍경을 바꾸는 데 있다.



오늘날 디지털 생태계에서 단순히 애플과 구글이라는 두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상상 그 이상의 것이다. 생태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그것의 경중을 떠나 생태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개체에 영향을 준다. 애플과 구글이라는 두 거대 기업의 행보에 따라 한순간에 희비가 교차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이전에 세운 제품 전략이나 마케팅 전략을 폐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부서도 있다. 개별 제품을 구입하는 일반 소비자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와 관련해 지은이는 “애플과 구글의 관계를 논하는 것은 바로 디지털 사회 전체의 동향을 논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또 “이러한 현실에서 두 기업의 대립축이나 관계를 규명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두 기업을 능가하는 기업이 등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웹과 스마트폰 세상을 이끄는 애플과 구글의 전략과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IT 세상을 조명해 보고, 애플과 구글의 성공에 근간이 되는 기업 문화를 소개한다. 또 애플과 구글이 펼치는 패권 싸움에 끼지 못한 기업이 배워야 할 점들을 짚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