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테크놀로지 시장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브랜드 발전에 무엇보다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휴대폰 시장에서 커다란 성공을 일궈낸 블랙베리와 노키아 등 기업은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제품의 이노베이션에 끊임없이 반영한 대표적인 브랜드들이다.


사진_아이디어 배틀ㅣ데이비드 레스터 지음ㅣ김무겸 옮김ㅣ북스넛 펴냄.jpg <아이디어 배틀>은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시장을 뒤흔든 세계 유명 기업들의 비전과 전략을 담고 있다. 글로벌 기업 성장 연구가인 지은이 데이비드 레스터는 노키아, 닌텐도, 애플, 구글, 볼보, KFC, 아디다스, 힐튼 호텔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어떠한 혁신과 노력을 통해 자신의 사업적 목표와 아이디어를 위대한 성과로 일궈냈는지 그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우선 블랙베리를 만들어낸 ‘리서치 인 모션RIM’은 ‘좀 더 손쉬운 디스플레이 기기’를 만들어보자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블랙베리는 윈도우 운영체제로 작동하며 빠른 이메일링 기능을 수행한다. 기업 중역과 비즈니스맨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히트 상품이 된 이 기기는 일반 소비자들을 더 많이 확보할 계획으로 비디오카메라와 음악 재생기를 장착한 블랙베리 모델을 출시해 아이폰의 도전을 뿌리치고 성장하려는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사람과의 연결(Connecting People)’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내건 노키아는 초기 이동통신 업계에서 개척자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세계화되면서 노키아는 몇몇 아이콘 제품으로 업계를 선도했는데, 그 예로 세계 최초의 국제 핸드폰 네트워크인 ‘노르딕 모바일 텔레폰’은 노키아를 최정상에 올려놓은 시금석이 돼 줬다. 노키아는 해외 로밍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실시했으며, 카폰을 최초로 도입하며 통신업계를 주도했다.

게임 산업의 선두주자 닌텐도의 가장 큰 화제작은 무엇바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다. 슈퍼마리오는 총 7000만 개 이상의 판매 성과를 올렸다. 성인 콘텐츠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게임 산업에서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이미지를 일체 배제하는 건전성을 앞세운 닌텐도의 정신은 브랜드가 한층 더 크게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1980년대에 출시한 ‘게임보이’는 닌텐도 사상 또 한 번의 히트 기록을 세웠으며, 최근에는 리모컨을 들고 실제 동작을 함으로써 게임을 제어하는 모션 테크놀로지를 사용한 ‘위(Wii)’를 출시하면서 컴퓨터 게임의 새 장을 열어가고 있다.


브랜드 발전에 아이디어가 중요함은 출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텍스트 위주의 책이 주류를 이루었던 출판에서 양질의 삽화를 가득 담은 책을 만들고자 설립된 돌링 킨더슬리DK는 시각적이고 가독성이 뛰어난 도서로 독자의 이목을 사로잡은 대표적인 출판사다. 풍성한 삽화 도서는 번역 출판에도 용이했고 이는 돌링 킨더슬리의 해외 사업 확장에 큰 디딤돌이 됐다. 돌링 킨더슬리의 중점적인 사업 아이디어는 기존의 책보다 훨씬 질 높은 책을 만들고, 그에 필요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여러 언어의 동일한 서적을 동시에 출판하는 방식에 있었다. 소위 ‘동시 출판’을 선택한 것이다. 설립자는 이 전략이 돌링의 결정적인 성공 비결이었다고 말한다.


론리 플래닛은 여행을 좋아하는 한 부부의 넘치는 아이디어와 유연한 발상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룩한 출판사다. 1년 간 아시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설립자 부부는 만나는 사람마다 여행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의 여행을 기록할 책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들의 첫 책 <저렴한 가격에 아시아를!>은 높은 판매고를 올렸고 그들은 계속해 양질의 여행 안내서를 내놓았다. 1376페이지에 달하는 베스트셀러를 4만 부나 찍고 나서 책등의 오자를 발견했을 때 이들은 잘못된 단어를 두고 논쟁하는 카툰이 그려진 책갈피를 끼워 넣음으로써 치명적인 실수를 재치로 만회하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그렇게 이들의 재치 넘치는 책갈피는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책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론리 플래닛은 자신들의 사이트에 토론방을 만들어 여행자들의 지식과 정보 공유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하며 여행안내서 출판사라는 독특한 브랜드를 견고히 다져나갔다.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은 무엇보다 고객의 체험을 중시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호텔 업계에서 각종 혁신을 불러일으킨 힐튼 호텔과 고객에게 직접 가구를 조립해 사용하게 하는 이케아는 그런 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업들이다. 힐튼 호텔은 ‘변함없이 환하고 따스한 서비스로 지구를 가득 채우는 책임을 다한다.’는 설립자의 철학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고객에게 포인트를 적립하게 하고 그것을 항공사 마일리지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한 힐튼 호텔은 브랜드의 가치와 위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을 뿐 아니라 이노베이션 리더로서의 명성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케아가 최초로 도입한 ‘플랫 패킹’ 제도는 비교적 싼 가격에 가구를 운송할 수 있고 고객에게 집에서 가구를 조립하게 함으로써 고객을 가치 창출에 포함시켰다는 의미 있는 혁신이다. 이런 알뜰한 기풍은 우수한 판매 실적으로 이어졌다. 이후 다른 가구 업체들도 이케아의 플랫 패킹 방식을 채택했을 만큼 이케아의 아이디어는 실로 혁명적인 ‘발명’이었다. 이케아는 고객들이 제품을 직접 사용해본 후 구매하도록 고객 체험 매장을 업계 최초로 마련하기도 했다. 평등주의를 기업이념으로 삼고 경영진이 매장이나 계산대에서 일하는 ‘반관료주의 주간’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이케아는 성공 사례를 넘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주역이 됐다.


이처럼 책은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세계적인 브랜드와 기업을 탄생시키는 데 필요한 기업가적 자세와 경쟁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