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근은 북한산 밑자락에 살면서 아이들과 사계절 생태놀이를 하며 어린이 책 그림 그리는 일을 한다. 그런 그가 2003년부터 6년 동안 150회 걸친 들꽃이야기를 연재했다. <강우근의 들꽃 이야기>는 그 가운데 엄선된 94편의 들꽃이야기를 새로 묶은 것이다.


사진_강우근의 들꽃이야기ㅣ강우근 지음ㅣ메이데이 펴냄.jpg

독하고 잘난 것만 살아남을 것 같은 세상살이에 지치고 힘들 때, 높은 곳만 올려 보지 말고 발밑을 보자. 거기 자라는 소박하고 보잘것없는 풀들은 이미 세상을 이긴 풀들이다. 그래서 잡초를 보면 희망이 보인다.



그늘진 응달, 한겨울 살얼음 아래, 크고 웅장한 나무들 사이, 두텁게 앉은 낙엽과 함께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존재. 들꽃은 시멘트 사이사이, 전봇대 아래, 건물의 틈새와 틈새, 경계석, 그리고 도시의 이면에서 피어나 그 도시와 어울려 살아간다. 유려한 장식과 향기 없이 꼭 있어야 할 필요한 것만으로 한 줌 흙만 있다면 그래서 거기에서 살아 움트는 존재다. 들꽃은 시궁창 속에서 찾아낸 ‘녹색 희망’이고, 콘크리트 도시에서 찾아내야 할 또 하나의 미래다. 이것이 잡초라 불리는 들꽃의 진짜 의미인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도 마디가 필요하다. 마디가 있는 삶에는 완전한 실패란 없다. 시행착오가 있을 뿐이다. 싸움은 다 끝났으니 전처럼 일상으로, 과거로 돌아가라는 말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자들의 악선동일 뿐이다. 싸움으로 다져진 마디는 지난 싸움의 끝이지만 새로운 싸움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미 우리는 어제의 우리가 아니다.


 

‘보잘 것 없는 것이 세상을 바꾼다.’ 생각하면 잡초는 보잘것없고 이름도 없지만 강한 생명력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이 땅의 일하는 사람들을 닮았다. 들꽃의 존재는 오늘날 이 땅에서 묵묵히, 그러나 지지 않고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와 다름이 없다.

책은 아름다움을 찾아 도시를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도시에서 ‘들꽃 되어보기’를 통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찾아나갈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도시의 들꽃처럼 한 뼘의 땅 한 줌의 햇볕만 있더라도 바로 거기서 생명력을 키워내고 함께 어우러지면서 세상을 바꿔나가자고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