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문과형 인간’, ‘이과형 인간’은 타고나는 걸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교육과 문화적 동질화 등을 통해 이런 ‘틀에 박힌’ 인간형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교육현장을 비롯한 사회 곳곳에서 ‘학문 간 융합’, ‘통섭적 교육과정’ 등 ‘통섭’이라는 단어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학계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수학능력시험에서 인문계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과학 탐구 분야의 과목을 공부하지 않아도 되고, 자연계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마찬가지로 사회 탐구 분야의 과목을 시험 보지 않는다. 이렇게 교육을 받고도 대학생이 되면 달라질까?
때때로 소설을 읽다 보면 궁금해지는 일들이 있다. 묘하게도 그 궁금증은 과학과 연결되고 그렇게 연결된 과학은 다시 문학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민성혜 선생님이 지은 <소설이 묻고 과학이 답하다>는 과학 전문가의 기준이 아닌 문학, 인문 취향을 가진 이들에게 쉽고 재미있는 과학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주는 지구로 들어오고 지구는 문학으로 들어와, 과학의 세계와 문학적 상징의 세계가 만나는 것이 놀랍다. 내가 아직 모르는 이 세계의 비밀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는 뭐라고 말해줘야 할까?” 소설 읽는데 재미가 있는 지은이는 언제부터인가 소설 속의 과학이 궁금해졌다고 한다. 이에 학창 시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과학을 다시 공부하고, 그 공부한 내용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기로 마음먹었다. 특유의 친근하면서도 감각적인 언어로, 그리고 소설처럼 재미난 이야기의 형식으로.
책을 살펴보면, ‘돌’과의 인터뷰와 패러디 소설 ‘돌의 전설’이라는 두 가지 장치를 통해 우회적으로 지구의 나이를 알 수 있다. 대하드라마 <생명의 탄생> 시나리오를 통해 지구에 어떻게 생명이 태어났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또 <거성이 되고 싶어 한 소년 명수>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태양과 같은 별의 일생, 그 탄생과 죽음을 이야기하며, 무협지 풍으로 그린 <오메가의 비밀>에서는 우주가 앞으로 팽창할지 수축할지에 대한 임계 밀도와 중력에 대해해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지구의 현주소와 과학의 관계, 과학의 발달과 인간의 미래, 인간이 풀어야 할 문제 등이 어우러진 고전 소설 <곰곰 전>에서는 과학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소설’이 묻고 ‘과학’이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는 책은 청소년들에게 소설과 과학이라는 이질적인 세계, 가까이 하기엔 멀어 보이는 두 세계를 넘나드는 방법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사고체계, 서로 다른 관점,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이질적인 두 세계가 만나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한다.
책의 주요 등장인물이며 화자인 ‘봉구’와 그에게 미지의 세계인 과학 속에 살고 있는 ‘곰’이 바로 그 이질적인 두 세계를 대표한다. ‘소설 읽는 봉구’와 ‘과학 하는 곰’은 때로 하나의 똑같은 현상을 보아도 얼마나 다른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유쾌하게 수다 떨기도 하고, 문학․인문학적 시스템으로 세상을 보는 창을 가진 자와 과학적 시스템으로 세상을 보는 창을 가진 자의 접합 지점을 찾아보기도 한다.
또한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하는 과학적인 현상들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를 비롯해 생태계 파괴, 인간 복제와 존엄성의 문제, 과학의 발달과 인간의 미래 등 최근 과학계의 이슈, 생각해볼 논쟁거리에 대해서도 진지하면서도 거침없는 대화를 나눈다. 아울러 인간 본성에 대한 진실한 이해와 인간 외부 세계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두루 갖춰야 비로소 ‘세상을 보는 방식의 문제’에 대해 균형 잡힌 관점과 해답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