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는 세계 각지에서 인문과학과 자연과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젊은 과학자들의 10년 후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사진_넥스트ㅣ조슈아 그린 지음ㅣ한세정 옮김ㅣ21세기북스 펴냄.jpg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최신 이론과 참신한 주장들을 가진 과학자들은 뇌과학과 물리학, 인류학, 진화생물학, 지리학, 언어학, 철학, 해양학, 문화사회학, 미래학, 우주학을 넘나들며 새로운 세계의 모습을 예측하고 진단하며 신선하면서도 충격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이들은 인간, 뇌, 미래, 자연세계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미래 사회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21세기를 지나는 동안 내면적 인간 경험의 질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고 저장되며 재생되는지 알게 되면,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창조하기 위해 기억을 조종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과거, 혹은 적어도 과거에 대한 인간의 회상이 선택의 문제가 된다. 이미 누트로픽nootropics이라 불리는 ‘스마트 드러그smart drug’(머리를 좋게 하는 약-옮긴이)가 출시되었다. 이 약은 학습 속도와 인간의 기억능력을 향상시킨다. 간직하고 싶은 기억과 버리고 싶은 기억을 선택할 수 있는 기술 또한 발달할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인간은 배우거나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도 기억을 창조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기술이 사회에 전면적으로 등장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잠재적인 윤리적 결과는 어떤 것들일까?



책은 우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인간 존재의 비밀이 과거와 현재, 미래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면서, 도덕과 윤리, 언어, 상상력, 사회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간다움의 본질에 접근한다. 특히 뇌과학을 도구로 인간의 도덕적 본능을 재조명한 조슈아 그린과 크리스천 케이서스의 글은 주목할 만하다. 이밖에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영리함이 아닌 친근함을 택했다는 주장, 상상력의 본질과 기능에 대한 새로운 접근, 언어와 인간사고의 연결고리를 파헤친 글이 소개된다.


책은 또 우리가 그동안 가졌던 뇌에 관한 통념을 뒤집는다. 뇌가 청소년기를 지나서까지 성장한다는 사라-제인 블레이크모어의 주장은 교육에 대한 기존의 접근을 근본적으로 뒤흔든다. 교육학자들은 사춘기 청소년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교육이 무엇인지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며, 그 결과에 따라 미래 교육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가 구성원의 성향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뇌 구조가 문화를 결정한다는 매튜 리버맨의 주장 역시 세계를 보는 새롭고도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뇌의 시간 인식 방법을 설명해낸 글과 뇌가 타인의 뇌와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갈망한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기억’의 생물학에 관한 샘 쿡의 글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곧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억의 조작과 삭제가 제기할 윤리적 함의에 대한 고민도 뒤따른다. 인위적인 장치를 통해 인간의 능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닉 보스트롬의 글 역시 미래사회의 놀라운 현실을 보여주면서, 인간이 감당해야 할 도덕적 책임을 제기한다.


다른 사람과 지식을 나누게 하는 회로는 인간 본성에 또 하나의 깊은 의미를 지녀, ‘직관적 이타주의intuitive altruism’의 기초를 놓는다. 대부분의 문화는 윤리의 황금률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독교는‘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라고 권고하며, 이슬람교는‘너희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남에게 소원하여 주지 않으면 진실한 신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행동하게 되는 걸까? 이것은 타인의 고통과 기쁨을 공유하는 뇌의 메커니즘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윤리적 판단을 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동안의 엄청난 과학적 진보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아직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무지한 것일까? 책은 바이러스와 곤충사회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주는 글과 함께 인류 멸종의 증거와 가능성에 대한 고찰 그리고 암흑에너지와 우주의 배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이들 과학자는 특별한 연결고리 없이 단지 ‘미래’라는 키워드를 공유하며 각각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그리는 미래사회와 그것을 만들어갈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가 유사한 결론을 암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고 인상적이다. 책에 실린 글의 대부분은 공통적으로 미래사회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전망을 낳은 기존의 학설과 통념, 상식들을 뒤집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