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이나 화학 비료와 같은 화학 물질이 필요 없다는 유기농 텃밭, 유기농 정원은 어떤 원리로 작동될까? 사람들은 대부분 유기농업에서 좋은 흙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하다면 좋은 흙이란 어떤 흙일까?


사진_땡큐 아메바ㅣ제프 로웬펠스, 웨인 루이스 지음ㅣ이현정 옮김ㅣ시금치 펴냄.jpg 흙은 토양 먹이그물의 모든 생물이 사는 집이다. 좋은 흙은 세균, 균류, 원생동물, 선형동물, 지렁이, 미세 절지동물 등이 잘 살수 있는 흙이다. 토양 먹이그물의 토양 생물들은 한 가지 이상의 먹이를 서로 먹고, 한 가지 생물 이상에게 서로 먹힌다. 누가 누구를 먹는지 그림을 그려보면 직선의 사슬이 아니라 서로 이어지고 얽히는 그물이 되는 것이다. 이 얽히고설킨 토양 먹이그물 덕에 식물은 땅속 영양분을 먹고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좋은 흙을 가진 유기농 텃밭과 정원은 농약과 살충제, 살균제를 대신해 병균과 싸우고, 화학 비료를 대신해 식물에게 필요한 온갖 양분들을 만들어주는 생물, 미생물이 흙에서 살고 있다. 이런 흙이 좋은 흙인 것이다.

 

토양 먹이그물의 맨 밑바닥에는 세균과 균류가 산다. 식물은 이들에게 뿌리로 삼출액을 내주고, 세균과 균류는 삼출액을 받아먹으며 다시 아메바나 짚신벌레 같은 원생동물과 선형동물을 끌어들여선 그들의 먹이가 된다. 원생동물과 선형동물이 내놓는 물질은 식물이 영양분으로 흡수하는 식이다.


<땡큐 아메바>에서 소개하는 토양 생물은 세균, 균류, 원생동물, 선형동물 외에도 나뭇잎이나 식물 잔해 같은 유기물을 썩히는 ‘분해자’ 절지동물, 흙을 뒤섞으며 기름진 흙을 만드는 지렁이, 해충으로만 여겼던 달팽이와 민달팽이의 희생, 미생물의 ‘택시’ 파충류와 조류, 포유류까지에 이른다.


유기농업의 진정한 주인공은 놀랍게도 농부가 아니라 바로 토양 미생물, 생물이다. 유기농의 세계에서 인간은 토양 먹이그물의 도움을 받는 식물들이 내놓는 결실을 취하면 그만인 존재다. 좋은 흙이란 유용 생물이 바글바글한 것이다. 싱싱하거나 딱딱하고 메마른 유기물이 썩어 만들어진 퇴비도 토양 생물이 만들고, 식물에게 필요한 풍부한 양분도 토양 생물이 만든다. 전통적인 퇴비 만들기는 곧 좋은 흙 만들기다. 때문에 토양 먹이그물을 활용한다고 해서 어려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다. 다만 유기농 텃밭과 정원을 잘 가꾸려면, 땅위의 식물만 보아서 무엇을 더 줘야 할지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발아래 흙 속 세계에 대해 알라는 것이다. 그러면 유기농은 더욱 잘 된다는 것이다.


토양 먹이그물은 식물 재배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채소는 맛이 좋아지고 꽃은 더 예쁘게 피고, 나무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잘 자라게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책은 토양 먹이그물이 나의 텃밭과 정원에서 과연 작동될지 확신을 얻고 싶다면 가까운 숲으로 가볼 것을 권한다. 농약과 제초제, 살충제 등 화학 물질이 없어도 잘 굴러가는 숲은 숲의 토양 먹이그물에 의해 완벽하게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내 텃밭과 정원에 누가 얼마나 사는지 알아보는 방법을 소개한다. 막 뽑은 녹색 잡초와 낙엽 같은 갈색 풀을 번갈아 쌓아 만드는 전통적인 ‘퇴비’ 만들기, 완성된 퇴비에 물과 공기를 주입해 유용한 미생물을 더욱 증식시킨 ‘퇴비차(茶)’, 풀로 식물 주위를 덮는 ‘멀칭(mulching, 피복)’도 토양 생물을 늘리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여러분이 사는 곳의 기후가 어떠하든 땅의 유형이 어떠하든 균류, 세균, 원생동물, 선형동물, 절지동물 등 토양 먹이그물의 구성원들이 하루 24시간, 일주일에 7일 동안 일하도록 하라. 그러면 여러분의 밭과 정원이 더 좋아질 것이고 여러분은 더 훌륭한 농부, 더 훌륭한 원예가가 될 것이다.” 책은 인위적으로 화학 양분을 공급하지 말고, 기계로 밭을 갈며 흙을 다지는 일을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대신 흙과 흙 속에 사는 생물, 미생물에 대해 제대로 알고서 토양 먹이그물에 속한 토양 생물과 한편이 되는 쪽을 택하고, 토양 생물들이 일하게끔 만들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