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쇼핑 천국이라 할 만큼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최신 제품이 나날이 쏟아져 나오고, 제철이 아닌 농산물도 언제 어디서든 구입할 수 있다. 대형 쇼핑몰과 인터넷 쇼핑, 신용 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연다. 어느새 사람들은 쇼핑의 포로가 된 지도 모르는 채,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소비를 한다.


사진_미래를 여는 소비ㅣ만젤라 로이스턴 지음ㅣ김종덕 편역ㅣ다섯수레 펴냄.jpg 그러나 우리가 이러는 사이에 극지방에서는 빙하가 녹아내리고, 세계 곳곳에서는 때 아닌 홍수와 가뭄, 이상 고온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른바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구 멸망을 다룬 영화와 소설 속 이야기가 상상의 산물만은 아니다. 우리는 현재의 삶이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지가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천 방안을 제안하는 <미래를 여는 소비>는 특히 소비와 환경, 미래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무절제한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월마트와 같은 대형 할인 마트가 우리나라에서 왜 철수했을까, 우리나라는 농약과 화학 비료를 얼마나 사용할까, 우리나라의 공정무역은 어디까지 왔을까 등 현실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생산보다 소비가 더 중요해졌다. 기계를 이용하게 되면서 적은 노동력으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개발도상국에 하청을 주어 싼값에 납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광고를 비롯해 다양한 판매 전략을 구사하며 소비를 부추긴다. 그 결과 사람들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기도 하고,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비싼 물건을 사기도 한다. 그러나 소비를 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며, 과소비의 그늘에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개발도상국 노동자들과 자원 남용, 환경 문제가 숨어 있다.


무엇보다 소비의 뒤에는 기업의 전략이 숨어 있다. 기업들은 값싼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그 결과 자원이 남용되고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며, 개발도상국 노동자의 인권이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공산품과 농산물의 생산 방식은 자원을 소모할 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다. 지구 온난화는 최근에 너무나 빨리 진행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화석 연료가 연소되면서 배출하는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제품은 생산과 유통의 모든 단계에서 화석 연료를 사용하면서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다.


대부분의 제품은 여러 곳의 원자재를 사용해 인건비가 적게 드는 개발도상국의 공장에서 제조된다. 이러한 원자재와 소비재가 수송되는 과정에서 많은 화석 연료가 사용된다. 농산물 또한 세계 전역으로 수송되면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지역에서 나는 제철 음식인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농작물은 녹색 혁명으로 대변되는 다수확 품종의 개량 덕분에 산출량이 늘어났다. 그러나 화학 비료와 농약에 의존하는 현대 농업은 이산화탄소를 수백만 톤 배출하면서 세계의 많은 지역에 피해를 주고 있다.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는 유전자 변형 식품의 문제 또한 심각하다. 때문에 유기농업이 권장되고 있으며, 먹을거리를 직접 생산하는 도시 농업도 늘어나고 있다.


값싼 소비재가 넘쳐 나므로 사람들은 멀쩡한 물건을 버리고 새것을 사기도 하고,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을 사기도 한다. 그 결과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제품의 포장 역시 결국엔 쓰레기로 버려진다. 쓰레기 매립은 매립지 선정 과정에서의 주민 갈등, 쓰레기 트럭이 유발하는 교통 체증, 부패 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이에 따라 생활 폐기물, 음식물 쓰레기, 산업용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책은 지구 온난화를 막는 행동을 일상생활에서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소비를 하면 자원 사용도 줄이고 지구 온난화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