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만일 세살의 아이가 숲에서 생활한다면, 아이는 그곳에서 배우고 생각한 것을 통해 자연의, 생명의 소중함을 평생 간직하며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


사진_숲 유치원ㅣ장희정 지음ㅣ호피 펴냄.jpg 자연은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큰 배움터다.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이웃과 하나 되는 공동체성을 지니게 하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아이로 자라게 하는 교육의 장이 바로 숲유치원이다. 아이들에게 숲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실이자 열린 학교다. 숲에서 만나는 새들과 시냇물과 바위와 나뭇잎들이 모두 놀잇감이 되고 교재가 된다.


<숲유치원>은 우리나라 숲유치원의 산파 역할을 담당해 온 장희정 박사가 자신이 직접 방문한 세계의 여러 숲유치원에서 보고 배운 유아를 위한 대안교육 철학과 숲 활동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숲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류와 함께했지만, 현대 문명은 우리 아이로부터 숲을 떼어 놓았다.


숲유치원은 우리가 어릴 때 친구들과 어울려 뒷동산에서 뛰어놀던 바로 그 모습이다. 아파트와 지옥 같은 시간표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잃어버린, 이 시대가 우리 아이들에게서 빼앗아 간 것들을 되돌려준다. 자연의 품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저절로 배우는 ‘교사 없는 교육, 교육과정 없는 대안교육’이 바로 숲유치원인 것이다.


책은 숲유치원의 의미와 역사를 비롯해 각국의 설립 과정과 숲 활동 사례, 그에 따른 교육 효과를 다양한 사진과 함께 선보인다. 특히 전인 교육과 창의성과 자발성을 중시하는 대안교육의 철학적 의미까지 담고 있다.


책에는 독일에서 교육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지은이의 휴학 시절에 보고 듣고 경험한 유아를 위한 대안교육 방식과 귀국한 뒤 지리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한다.


숲유치원은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교육 방식이지만, 유럽 전역에서는 유아 대안교육으로 벌써 몇십 년 전부터 큰 인기를 끌어 오고 있다. 1950년대 덴마크의 엘라 훌라타우 부인이 자기 아이와 이웃 아이를 데리고 날마다 숲을 찾아 활동하면서 시작된 뒤로, 유아 대안교육기관으로서 숲유치원은 덴마크에 인접한 독일을 중심으로 스위스, 스웨덴, 오스트리아, 영국, 스코틀랜드, 벨기에, 필란드 등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지금은 미국, 일본, 한국 등 전 세계 여러 나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북부지방 산림청에서 일반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숲해설가들이 이끄는 ‘숲유치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숲유치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이 주도하여 숲유치원 활동 장소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경우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책은 이제 아이와 숲을 다시 붙여 놓으려는 유치원 선생님과 숲 해설가들에게 믿음과 자신감을 갖게 만들어주면서 아이를 건강하고 지혜롭게 키우고 싶어하는 모든 부모의 바람에 작지만 큰 혜안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