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수학 수업시간. 선생님께서는 칠판에 다양한 공식을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그렇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학생은 과연 얼마나 될는지. 수업시간 내내 ‘멍하니’ 칠판만을 보는 학생이 눈에 띈다. 심지어는 다른 과목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는지, ‘자습’하는 학생도 보인다. 물론 선생님의 설명에 집중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는 학생들도 눈에 들어온다.


사진_철학 수학ㅣ야무챠 지음ㅣ김은진 옮김ㅣGBRAIN 펴냄.jpg 이처럼 ‘수학’ 하면 한숨부터 내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철학 수학>의 지은이 야무챠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수학 공식과 증명에 ‘인간의 정열’이 숨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수학의 즐거움이 다가온 순간이었다. 이후 수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수학사상 최대의 난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집중하게 된다. 이를 둘러싼 수학자들의 에피소드를 특유의 상상력으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자에게 10만 마르크를 주겠노라.’

이렇게 과거의 유물이 되기 시작했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 볼프스켈이 새로운 불을 댕겼다. 하지만…….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증명될 때 인류는 멸망할 거라고 말할 만큼 절망적인 이 정리에, 사람들이 미쳐 날뛸 정도로 막대한 현상금을 거는 것이 과연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하는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는 이름의 악마는, 어둠 속에서 그렇게 중얼거리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이다.



책에 따르면, 350여 년 전 인물인 페르마는 취미로 수학을 즐겼다고 하다. 그렇지만 그가 남긴 성과는 당대 수학자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엄청난 것이었다. 그는 짓궂게도 자기가 발견한 정리의 증명을 남기는 법이 없었다. 그가 읽던 책, 쓰던 노트 귀퉁이에 남겨진 정리들을 아들이 책으로 출판했는데, 이후 가장 증명하기 힘들었던 정리가 바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인 것이다.


‘나는 이 명제에 대해 정말 놀라운 증명 방법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것을 다 쓰기에는 이 여백이 너무 좁다.’ 이 메모 하나에 매료된 사람들은 증명에 그들의 인생을 걸기도 했다. 이 책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발견부터, 정리가 증명되기까지 그를 둘러싼 수학자들의 인생과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 많은 문제들. 리만 예상, 홋지 예상, 버치와 스위너톤-다이어 예상, 골드바흐 예상, P≠NP 예상 등 지금 이 순간에도 이들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 있다.


퍼레이드가 향하는 마지막은 절망이라는 이름의 낭떠러지이다. 아아, 일찍 깨닫지 않으면 까마득한 벼랑 밑으로 처박힐 상황. 그런데도 피리 소리에 혼을 빼앗겨 구원받을 길 없는 결말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런데 악마는 불만이 가득했다. 왜냐하면 그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행복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야말로 마지막 정리를 증명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성공한 모습을 상상하고는 벼랑 끝에서 마지막 한걸음을 내딛는 그 순간까지도 너무나 즐겁게 웃고 있는 것이다.

악마는 그것마저도 용납하지 않는다.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 그들에게 ‘절망’이라는 이름의 공포를 떠올리게 하려고 악마는 퍼레이드의 진로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퍼레이드가 향한 그 끝은….



지은이는 무기적으로 보이는 수학 공식에도 인간의 정열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감동’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또 수학이라는 학문의 놀라운 깊이와 재미는 모두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를 통해 수학에 대한 흥미의 문이 조금이라도 열리길 바란다고 덧붙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