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립 마을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지금도 산청, 통영, 화성, 원주, 나주, 임실, 홍성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마을이 희망입니다.”


사진_태양과 바람을 경작하다ㅣ이유진 지음ㅣ이후 펴냄.jpg 자동차, 반도체,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산업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무려 97%에 달한다. 막상 에너지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만일 이러한 에너지 가격이 어떤 상황에 의해 급작스레 올라간다면 어떨까? 최근 배추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깊은 우려를 비친바 있는데, 과연 에너지 특히 석유 값이 폭등했을 때는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나타낼까?


과거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 당시 ‘언제까지 불안정한 중동 석유에 기댈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된 때가 있었다. 이는 그러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화석연료 사용, 에너지 과다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반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그렇다면 원자력에너지가 대안’이라거나 ‘중동이 불안하니 다른 곳에서 석유를 사 오자’는 식으로 결론이 났다. 한시적이고 즉흥적인 대책은 사람들의 에너지 사용 습관도 바꾸지 못했고, 국가 에너지 정책을 바꾸는 데도 효과적으로 기여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석유와 석탄, 수소, 원자력, 천연가스,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인류가 마음껏 써도 고갈되지 않고, 값도 싸며, 더구나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꿈의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 에너지 위기는 ‘에너지원’ 자체보다는 에너지원을 어떻게 생산하고, 소비하며, 누가 선택하고 공급하는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어떤 에너지를 선택할까’라는 것보다 ‘아껴 쓰고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에너지를 전환한다는 것은 인류가 지금까지 누려 왔던 편리함과 풍요로움ㅇ르 뭊건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연과의 화해를 이루어 한 차우너 더 높은, 더 많은 생태적인 삶의 질을 추구하자는 것입니다. 무한한 줄로 알았던, 유한有限한 화석에너지를 아껴 쓰고, 에너지의 효율화를 통하여 에너지 소비를 줄여 나가자는 것입니다. 우리 삶을 조금 소박하게, 겸손하게 살자는 것입니다. 더 많은 부를 차지하기 위해 발버둥치기보다는, 더불어 함께 가난한 삶을 지향하는 것입니다.



≪태양과 바람을 경작하다≫는 에너지 문제에 대한 과거의 의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완전히 바꿔 보자고 제안한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에너지 말고 다른 대안은 없는지, 있다면 어떤 것인지, 그 대안이라는 것이 현실 가능한 것인지, 가능하다면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있는지, 우리 마을이나 우리 집에서도 그런 에너지로 살아갈 수 있는지 등 지금 사람들이 궁금해 할 질문들에 상세한 답을 주고 있다. 최근 몇 해 동안 에너지 문제와 기후변화 문제에 집중해 왔던 지은이 이유진은 십 년 넘게 환경단체 활동을 하면서 체득한 전문성과 시각을 통해 ‘지역 에너지(Local Energy)’라는 해답을 내놓는다.


책은 왜 지금 시점에서 지역 에너지를 고민해야 하는지를 밝히면, 지역 에너지 논의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절실한 이유와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마을과 지역자치단체, 사회적 기업, 학교, 사찰과 교회, 섬 등 다양한 곳에서 실천되고 있는 새로운 에너지 자립생활을 소개한다. 또 나라 안팎의 에너지 자립 마을을 찾아다닌 곳,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산청과 임실에서, 제주와 부안에서, 학교와 마을에서, 사찰과 교회에서, 섬과 육지에서, 나라 안과 밖에서 에너지 자립 마을이 번져가고 있다. 에너지 자립 마을은 외부의 도움은 최소화하고, 마을 자금으로 재생가능 에너지 시설을 지었으며, 주민 스스로의 요구와 계획대로 에너지 설계를 하려고 애썼다. 쓰고도 남는 에너지는 정부에 팔아 마을 기금으로 조성한다.


유채와 바람으로 새로운 마을을 설계하고 있는 제주 가시리. 이곳은 재생가능 에너지 시설을 통해 해마다 10억 원 가까운 마을 소득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익금으로는 가시리 출신 대학생들의 학비 전액 지원, 마을 어르신 한 분께 매달 10만 원 경로 수당 지급, 주민 건강보험료 최대 7만 원까지 부담 등을 현실화할 계획이다. 이런 계획을 세워질 수 있었던 이유는 가시리 유채꽃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10만 평이 넘는 유채밭의 유채 씨로 바이오 디젤을 만들고, 마을 소유의 목장에 국산 풍력발전 단지를 세울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에너지 자립 마을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공동체와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에너지 문제를 걱정하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삶을 바꿔 에너지 생산에 뛰어드는 이들을 ‘에너지 농부’라고 부른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피크 오일이 다가오는 지금, 지은이의 주장은 분명하다. ‘에너지 농부’와 에너지 자립 마을이 늘어나는 것만이 기후변화 시대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이다.


비록 자근 실천이지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마을을 에너지 자립 마을로 만들려는 노력, 그것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길입니다. 마을 주민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가는 모습, 이러한 작은 실천이야말로 미래를 만들어 가는 아름다움 날갯짓입니다. 이러 노력이 잃어버린 공동체를 되찾는, 자원과 인간, 인간과 환경이 하나의 원을 이루며 순환하는 고생의 사회를 만들어 가는 길입니다.

미래의 희망은 여기에, 에너지 자립 마을에 있습니다.



지역에서 에너지를 직접 만들어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은이는 우리의 삶을 바꾸고, 에너지 체제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역에 기반을 둔 에너지 협동조합을 만들고, ‘마을’에서 에너지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사서’ 쓰는 에너지가 아니라, ‘만들어’ 쓰는 자연에너지로 하루를 보내는 ‘에너지 농부’들이 늘어 가고 있는 만큼, 언젠가 지역 에너지의 거대한 물결이 석유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를 넘어서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