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은 과학과 떼놓으려야 떼놓을 수가 없다. 뉴스에서 광고까지, 과학을 바탕에 둔 소식이 매일 마다 넘쳐난다. 그런데 이런 소식들은 마치 ‘귓속말 전달 놀이’와도 같다. 때로는 연구 결과를 언론홍보 자료로 내는 연구소에 의해, 때로는 그 자료만 참조해 기사를 쓴 기자에 의해, 그리고 제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한 광고업자에 의해, 과학적 사실은 의도가 있어서건 있지 않아서건 종종 왜곡된다.


사진_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과학ㅣ셰리 시세일러 지음ㅣ이충호 옮김ㅣ부키 펴냄.jpg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과학>은 잘못된 과학 뉴스를 다루면서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생생한 사례를 통해 과학 이슈를 되짚어보고 있다. 지은이 셰리 시세일러는 과학 이슈가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다루면서 비판적 사고틀을 제시하고, 나아가 과학적 분석력을 키워주는 구체적 도구를 소개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현실에서 벌어지는 과학 연구는 우리가 학창 시절 명료하게 결과를 얻었던 과학 실험과는 다르다. 가설을 만들고 실험을 하는 이른바 ‘과학적 방법’은 교실에만 해당된다. 오히려 과학 실험과 교과서만 암기하던 경험으로 사람들은 과학적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지 못한다. 때문에 과학 이슈를 둘러싼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과학자를 오해하게 된다. 책은 과학 수업이 지겨웠던 일반인이나 과학을 좀 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과학 이슈의 진실을 꿰뚫어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또한 ‘이해 당사자들의 득실 관계’라 할 수 있는 트레이드오프가 모든 과학 이슈의 전제이기에 우리는 정치인과 로비스트, 제품 판매업자, 최신 다이어트 열풍 전도사, 심지어는 의사의 말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이들의 주장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날씨, 건강식품, 나노기술 등 모두 일상과 밀접하면서도 중요한 결정들로 이어진다. 일례로, 광우병과 관련한 이해 당사자는 단지 미국 농무부나 정육업체만이 아니다. 유기농 축산업자는 물론 광우병 검사 장비 제조업체, 육류 소비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는 환경 운동가 등이 포함된다.


유전자 변형 농작물과 관련한 논쟁처럼 복잡한 문제를 흑백논리로 단순화할 때도 잘못된 결과에 이르기 쉽다. <네이처>지가 발표한 유전자 변형 옥수수 관련 논문으로 모나크나비는 환경 운동가들의 상징이 됐지만, 이 논문은 실험실에서만 이뤄진 연구라 결함이 있었고 흑백논리로 인해 다른 과학적 논의를 막아버렸다. 책은 과학 이슈의 진실을 가려내는 데서 나아가 이를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