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과학이라고 하면 복잡한 수식과 기호가 동원된 논문과 책, 각종 실험도구가 어지럽게 놓인 실험실 한가운데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괴짜 과학자를 떠올리곤 한다.


사진_과학의 언어ㅣ캐럴 리브스 지음ㅣ오철우 옮김ㅣ궁리 펴냄.jpg 영화나 소설에서 접할 법한 이런 이미지가 아니더라도, 과학 자체와 직접적인 경험이 없는 대중이라면 과학 관련 강연, 저널, 보도에 대해서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기가 쉽지 않다. <과학의 언어>에서 캐럴 리브스는 ‘과학 언어’의 특수성과 그에 따른 편견 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HIV 같은 경우, 지금은 ‘후천적 면역결핍증(AIDS)’으로 통용되어 불리지만, 발견 초기인 1970년대만 해도 당시의 동성애에 관한 편견 때문에 ‘게이 관련 면역결핍증(GRID)’으로 불렸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과학 내부에서는 같은 사실을 놓고서도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다양한 문제가 일어난다.


다른 모든 인간 활동의 영역과 마찬가지로, 과학도 본래는 사회성을 지닌다. 과학자 역시 자신의 업적을 증명하기 위해 말과 글이라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실험에서 나온 데이터를 공유해야 하며, 연구의 의의와 결과와 전망을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대상이 일차적으로는 과학계 내부이므로 그에 적합한 방식을 갖춰왔다.


하지만 과학의 적용이 광범위하고 다차원적으로 일어나는 오늘날에는 과학자 역시 학회와 논문이라는 영역을 뛰어넘어 대중 앞에서 말과 글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언어’는 과학에서 실험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돼가고 있다.


반면 과학자가 아닌 입장에서도 과학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인문학이나 비즈니스 분야에서 일한다 하더라도 첨단 문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에는 과학과 친한 만큼 더 나은 기회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또 자녀의 당혹스런 질문 하나에도 문학적인 답만큼 과학적인 답이 필요하다는 것은 많은 부모가 아는 사실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의 호기심 때문이다.


이 책은 막연히 과학의 언어를 설명하지 않는다. 실제로 존재하는 논문과 저널을 예시로 들면서 각 장에서 읽기와 쓰기에 대한 분석을 시도함과 동시에 효과적인 팁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과학을 논하고 전하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과학을 접하고 배워가는 학생과 일반인 모두에게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비평하고 향유하는 습관이 체득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