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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에게 복종하라>는 미국의 미술가이자 디자이너인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가 만들어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는 ‘거인에게 복종하라(Obey Giant)’라는 포스터 캠페인에 기인한다.
길거리 여느 포스터 광고처럼 붙어 있는 납덩이같이 무거워 보이는 거인의 얼굴 이미지를 본 사람들 중엔 이 문구를 위협적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이 수수께끼 같고 모호하면서 계속 반복되는 그래픽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바보 같은 시도’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가지만 전혀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은 복종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은이 릭 포이너는 “제목이 주는 모호함은 순전히 의도적인 것”이라며 “아이러니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이런 명령조 어투 때문에 거인의 어떠한 명령에도 꼼짝없이 복종하게 되는 이미지를 연상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그런 생각에 코웃음을 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의 내용은 상당히 논쟁적이고 비주얼 분야를 비난하는 것처럼 비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은이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동시에 저항하는 전략을 전개하기 위해 때론 역경에 부딪히면서도 부단히 노력하고 생각하는 디자이너나 이미지 제작자들은 여전히 많이 있으며, 그들 중 일부를 이 책에서 다뤘다고 설명한다.
디자인 교육에서는 개인적 참여, 저작권, 책임감 같은 이슈가 빈번히 논의된다. ‘비평적 디자인’이나 ‘시대 정신이 살아 있는 디자이너’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많다. 그러나 요즘같이 디자인을 의식하는 시대에도 비교적 개방적이고 이론적인 고등 교육계와 좀 더 실무적이고 이익을 따지는 ‘크리에이티브’ 업계 간의 실질적 교류가 없는 실정이다.
지은이는 이에 대해 “디자인계의 말만 앞서는 개혁가들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원한다면 마음의 문을 열고, 참신한 사고를 위해 좀 더 넓게 보고, 디자인 정신을 구속하는 사이즈에만 연연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거인과 제대로 대화하는 건 쉽지 않을 뿐더러 거인의 커다란 머리는 잡생각으로 인해 집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에서다.
업계 안 깊숙이 들어가 있으면서 진정한 비평적 시각을 유지하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다. 어느 순간부터 업계 생리와 가치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책은 도에 어긋나는 디자인 실무, 환경 재앙, 기업과 민주주의 간의 관계보다 비주얼 컬처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에세이들은 길거리의 보행자, 이미지 소비자, 관심을 가지는 대중의 관점에서 그동안 드러내지 못했던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비주얼 컬처는 중요하고, 우리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전혀 다른 목적을 위해 의미가 조작·통제·변조·희석돼 우리에게 돌아오는 경우도 무수히 많다. 이 책은 바로 이 문제를 확실하게 짚고 넘어간다. 또 통념에 도전장을 던지고 신성불가침의 원칙들로부터 벗어나 이 시대 핵심 이슈와 트렌드에 대해 도전적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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