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주의 시대의 과학자들과 문학가들 덕택에 인간의 지식을 분류하는 구체적 기준들이 마련되었고, 각 기준들의 범위와 계통도 분명하게 규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인류는 무엇인가를 상실하고 말았다.”

 

자연과 상징 그림으로 읽기ㅣ루차 임펠루소 지음ㅣ심장섭 옮김ㅣ예경 펴냄 흔히 동양에서는 자연을 경이의 대상으로 보고 서양에서는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겼다고 한다. 이러한 사상의 차이는 미술에도 반영된다. 동양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모습을 중시한 반면, 서양에서는 자연을 정복한 인간이 중심에 자리한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서양인들은 그들을 둘러싼 자연의 가치를 정말 하찮게만 여긴 것일까?

 

<자연과 상징, 그림으로 읽기>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 귀여운 애완동물과 무서운 맹수 등 서양인들의 삶과 함께 해온 갖가지 동식물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기독교라는 서양인의 사상을 지배한 두 줄기 속에서 각각의 동식물이 상징한 의미와 이에 얽힌 설화 등을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읽을 수 있다.

 

이 책에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사과와 딸기, 호랑이와 토끼 등을 비롯해 도금양, 마르멜로, 황금방울새처럼 서양에서 들어온 다소 생소한 이름의 동식물까지 다뤄진다. 아울러 우리에겐 달나라에 산다는 귀여운 옥토끼가 서양에서는 욕정과 육체적 쾌락을 의미하는 등 같은 자연물이라도 동양과 서양에서 각각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 차이를 알아볼 수 있다.

 

300여점의 명화와 함께 하나하나의 의미를 짚어나가다 보면, 과학과 이성이 발달하기 이전 신화와 종교로 모든 것을 설명한 서양인들의 자연을 향한 애정과 두려움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