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위 은폐 기록과 일본의 만행ㅣ셸던 H. 해리스 지음ㅣ김소정 옮김ㅣ눈과마음 펴냄 지난 반세기 동안 과거 저지른 만행을 언급한 일본 지도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최근까지도 일본의 지도자들은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을 이끌고 있는 막강한 보수적인 관료들은 과거의 만행을 없었던 일로 만들려고 애를 쓸 뿐이다.

 

:::일본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무고한 사람들을 인간 생체실험에 이용했던 과학자들이 전쟁이 끝난 후에도 행정부를 장악한 채 일본 NIH에서 실시하는 주요 연구를 반세기 동안이나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들 과학자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에 관해서는 본문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여기서는 적어도 전후 NIH의 소장 7명과 부소장 5명이 1930년대와 1940년대에 자행된 BW 인간 생체실험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미리 말해두고자 한다.

NIH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관이었다. 전범으로 알려져 있는 과학자들은 바로 이 기관에서 일하면서 조직이 부여한 강력한 권력을 사용하여 40년 이상 사람들의 동의 없이, 혹은 거짓으로 동의를 얻어 인간 생체실험을 계속해 오고 있다. NIH의 마사미 키타오카 부소장은 1947년뿐만 아니라 1952년에서 1955년까지 죄수들과 어린 아기, 정신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간 생체실험을 자행했으며 1952년 도쿄에 있는 일본 국립제일병원에서 출생한 신생아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과학자도 있었다. 신생아를 대상으로 실험을 행한 이 과학자는 1967년에서 1971년에는 자위대 병사들을 대상으로 이질균의 일종인 시겔라균(Shigella)에 대한 실험도 실시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총아들은 학생들을 가르칠 교과서를 승인하기 전에 난징대학살이나 위안부 문제 혹은 세균전에 관한 내용을 삭제해버린다. 그 결과 오늘날 평범한 일본 국민들은 조국이 저지른 과거의 만행을 거의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역사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가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은 물론,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일본 과학자들은 생물학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인간 생체실험을 자행했다. 그 결과 최초로 전투에 탄저균과 천연두, 페스트균을 무기로 활용하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나치와는 달리 일본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행한 실험 자료를 상납해 미국으로부터 전범 재판에 회부하지 않는다는 면책권을 받아냈다.

 

미국과 일본의 은밀한 약속

 

≪미국의 은폐 기록과 일본의 만행≫은 그동안 겉으로만 전해오던 731 BW 비밀 부대가 왜 만들어졌으며 이를 통해 일본은 어떤 야망을 가졌는지에 대해 샅샅이 들춰내고 있다.

 

:::이시이는 세 가지 방법으로 인간 생체실험을 자행했다. 첫 번째 방법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실험 방법으로 핑판이나 안다와 같은 만주와 중국 점령지에 퍼져 있던 이시이 직속 부대 실험실에서 행한 실험이었다. 두 번째 방법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균 폭탄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안다에서 인간 마루타를 대상으로 행한 야외 실험이며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일반 시민과 분대원들을 대상으로 세균 노출 실험을 실시한 야외 실험이었다.

이시이가 전체 계획을 세워 만든 BW 연구 실험실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자행한 실험은 수백 건 아니 어쩌면 수천 건에 이르렀다. 본부의 7번 건물이나 8번 건물에 있는 작은 방이나 분대의 작은 감옥에서 끌려나온 마루타들은 지하에 있는 실험실로 직행했다. 그 곳에서 과학자들은 개인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세균을 살포할 때 어느 정도가 적당한 양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각기 다른 양의 세균을 희생자들에게 주입했다. 과학자들은 또한 어떤 방법으로 세균을 살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세균 보균자의 음식이나 옷감, 기구 혹은 용기 등을 달리하여 실험했다. 생체실험에 희생되는 사람들은 탄저균이 들어 있는 초콜릿이나 페스트균이 들어 있는 쿠키 등 특별한 세균이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야 했으며, 세균의 양을 달리해서 넣은 차나 커피, 우유, 물, 맥주, 화주와 같은 음료수를 마셔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농작물이 세균을 퍼뜨리는 효과적인 장비라는 사실을 알아낸 이시이는 수많은 야채와 과일 속에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실험도 실시했다. 이를 위해서 이시이의 총명한 신봉자 나이토 료이치는 도쿄에 있는 육군의과대학에서 다양한 야채와 과일을 이용한 BW 연구를 진두지휘했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저지른 만행(1932년~1945년)과 전후 미국의 사실 은폐에 대한 기록이다. 만주와 중국 본토에서 일본 과학자들이 BW 무기를 만들기 위해 인간에게 자행한 생체 실험과 이후 미국이 왜 그리고 어떻게 그 사실을 은폐했는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1930년부터 도쿄전범재판소가 인간 생체실험을 했다는 혐의로 법정에 선 전범들을 모두 무죄로 판결한 1948년까지 시기를 다룬다. 특히 태평양 전쟁판 ‘요제프 멩겔레이’라고 할 수 있는 이시이 시로의 ‘731 BW 비밀 부대’에 관해 가장 정확하게 서술하고 있다.

 

지은이 셸던 해리스는 중국과 일본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면서 수많은 과학자들과 BW 실험의 희생자들을 만나고 기밀이 해제된 정부 문서를 뒤졌다고 한다. 그 결과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자들의 만행, 미국이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BW 무기 개발 프로그램, 전후 미국과 일본의 의학 윤리와 같은 731부대의 또 다른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냈다.

 

이 책은 역사 왜곡과 독도 찬탈로 한반도를 들끓게 하는 일본 정부의 과거 야망은 무엇이었으며, ‘현재진행형’인 야욕에 대해 파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