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서울 G20 정상회의에선 균형 성장을 위한 협력체계, 국제금융기구 개혁, 보호주의 반대, 금융 소외계층 포용과 같은 문제들이 주요 관심사로 제기됐다. 에너지 문제와 녹색성장도 포함됐다. 특히 환경문제를 언급한 선언문 제13항은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철폐하고, 화석연료 가격의 불안정성을 완화하고, 글로벌 해양 환경을 지키고, 글로벌 기후변화의 도전들을 지혜롭게 극복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_그린 자본주의ㅣ사와 다카미츠 지음ㅣ오영환 옮김ㅣ부글북스 펴냄.jpg 그러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한창인 가운데서도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환경세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환경세 도입은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며, 이산화탄소 배출 삭감 효과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또 에너지 과세가 이미 과중한 상태에서 환경세를 도입하는 것은 옥상옥의 꼴이 되며, 에너지 집약형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므로 기업의 자율적 대응 조치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이들의 주장은 정말일까? 이에 대해 사와 다카미츠는 <그린 자본주의>에서 환경세를 도입하면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소득이 일정하다고 하면 가계의 실질적인 소비지출은 틀림없이 줄어든다. 환경세 도입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면 소비지출은 줄지 않겠지만, 기업의 수익이 줄고 임금 인상이 억제되며, 법인소득이 줄어 결과적으로 내수를 위축시킨다. 환경세 수입을 재정적자 삭감에 충당한다면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버리고 반대론자의 논리가 옳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면 반대론자의 논리는 부정된다. ‘세수 중립(총 세액 동일)’의 원칙에 따라 개인소득세와 법인세를 그만큼 감세하면 어떻게 될까? 개인 소득세의 감세는 가처분소득을 늘리기 때문에 가계 소비지출이 증가한다. 법인세 감세는 민간 기업의 설비투자를 늘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면 세수를 지구온난화 대책과 연결시킨다면? 친환경 자동차의 취득세와 보유세를 공짜로 하고, ‘친환경 포인트 기금’을 증액한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빌딩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고, 주택의 에너지 절약에 무이자 융자를 실시한다. 일본형 FIT(고정가격 매입제도)를 독일형 FIT로 바꿔 전력 요금이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도록 일부를 환경 세수에서 보전한다. 이들 모두는 내수 진작으로 연결돼 환경세 도입에 의한 가계 소비지출의 감소를 보전하고도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은이의 설명이다.


21세기 인류에 부과된 ‘제약’은 환경 제약이다. 특히 무거운 제약은 20세기의 상징이라고 해야 할 이산화탄소의 배출 삭감이다. 2050년까지 세계 전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1990년 대비)을 반으로 줄이지 않는 한 21세기 말의 기온은 섭씨 2도 이상 올라가 기상 이변의 강도와 빈도를 증가시키고 그 때마다 수만 명 규모의 사망자를 낼 것이다.



20세기는 자동차와 석유의 세기였다. 이번의 세계 동시 불황은 20세기형 산업문명에 종언을 고하고 21세기형 문명의 개막을 알리는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내구소비재인 자동차 보급은 모든 산업에 파급된다. 뿐만 아니라 석유산업을 윤택하게 하고 주유소를 통해 대량의 고용을 창출하며 손해보험회사와 대형 소매 점포를 윤택하게 만든다. 자동차 산업이 경제성장의 견인차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은 자동차의 국내 생산 증진에 여념이 없다.


일본의 경우 고도 성장기의 초기에는 전기냉장고, 전기세탁기, 전기청소기, 흑백TV 등의 급속한 보급이 경제성장의 견인력으로 작용했다. 1970년에 이르자 이들 제품(전기청소기 제외)의 세대 보급률은 90%를 넘어 일단락됐다. 다음의 견인차로 등장한 것이 3C, 즉 컬러TV, 승용차(car), 에어컨(cooler)의 보급이었다. 1973년 오일 쇼크로 고도 성장기가 종지부를 찍고 일본 경제는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에어컨, 승용차, VTR 등의 보급이 포화 상태에 달한 2000년을 지나 새 내구소비재로 등장한 것이 휴대전화, 퍼스컴, 디지털 카메라, DVD 플레이어·레코더 등의 디지털 제품이다. 특히 승용차는 다른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큰데 반해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으로 혜택을 입는 것은 전자부품 업체 정도다. 1991년부터 2008년에 걸쳐 일본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1.0%에 머문 것은 디지털 제품의 산업 연관 파급효과가 적다는 점을 웅변하고 있다. 디지털 제품에 이어 보급이 기대되는 내구소비재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지은이는 에너지와 환경과 관련된 재화와 서비스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쉽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친환경 제품의 세대 보급률은 현재 1% 전후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은 재래형의 경제성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경제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정된 자원을 낭비하는 경제성장에서 순환형의 경제성장으로 옮겨갈 것을 요구받고 있다. 자원 생산성(부가가치액÷ 자원투입량)을 가능한 한 높이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3R(reduce, reuse, recycle:폐기물의 축소, 재이용, 재활용)의 실천에 나섬으로써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의존율을 높여야 한다. 빌딩과 주택을 건설할 때도 에너지 절약에 유의해야 한다.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은 역사적인 사건은 교토의정서의 채택이었다. 교토의정서는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보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정개발체제(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라는 제도다.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가스의 배출을 감축할 의무를 진 선진국들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투자해 온실효과 가스의 배출을 삭감하면 그 삭감 분을 투자국의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가 잠재적 수요를 유발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CDM은 싼 비용으로 이산화탄소 삭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 부품과 제품에 대한 수요도 불러일으킨다. 일거양득의 측면이 있는 셈이다. 이외에 탄소배출권에 대한 매매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특히 CDM에 주목한다. 앞으로 세계가 심각한 불황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선 신흥국·개발도상국의 잠재적 내수를 진작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자금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흐르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융자 외에도 교토의정서의 국제적 틀이 이런 자금 메커니즘의 구축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들어 급진전을 보인 세계화는 사람과 재화, 돈, 정보의 이동 비용의 하락에 기인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때문에 앞으로도 돈과 정보의 이동에 드는 비용은 계속 낮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반면 사람과 재화의 이동에 드는 비용은 크게 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경우 세계화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행로는?


만약에 원조 케인스에게 세계 동시 불황의 처방전을 내달라고 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재정지출은 좋다 하더라도 사용처가 틀리면 안 된다. 교육· 의료· 환경· 에너지 등 ‘미래의 투자’에 돈을 쓸지어다. 내가 쓸데없이 정부를 크게 하라고 말한 기억이 없소. 필요한 것은 ‘크고도 현명한 정부!’란 말이요”라고.



경제성장과 발전의 세기였던 20세기를 지난 지금. 자본주의 경제의 세계화, 유효수요를 앞지르는 공급 능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케인스주의적 정책의 실천, 그리고 기후변화의 완화와 그에 대한 적응이 인류의 생존에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지은이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시간적 시야와 공간적 시야를 더욱 넓혀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해야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