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관련 매체에서 기자 생활을 한 랜들 존스는 ‘부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어느 날 고향의 컨트리클럽에 갔다가 친구가 옆자리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우리 도시에서 최고 부자야”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다른 도시에서는 누가 최고 부자일까?


사진_잘 벌고 잘 쓰는 법ㅣ랜들 존스 지음ㅣ강주현 옮김ㅣ부키 펴냄.jpg 존스는 꼬박 2년 동안 ‘포브스 400’과 전자공시시스템 등 관련 자료를 뒤지고 지역 신문기자들을 만나 100개 도시의 최고 부자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미국 전역을 돌며 그들을 인터뷰했다. <잘 벌고 잘 쓰는 법>은 이에 대한 이야기다.


존스는 이 책에서 최고 부자들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보통 사람들과는 무엇이 다른지,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인지, 역할 모델이나 멘토는 누구인지,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게 얻은 교훈을 무엇인지 등 현대 미국 부자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록펠러, 포드, 카네기의 후손은 이 책에 나오지 않는다. 지은이는 상속받은 부자들이 아니라 맨주먹으로 시작해 오늘날 미국에서 최고 부자가 된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 중에는 빌 게이츠나 마이클 델처럼 유명한 사람도 있지만 웨인 하이젱어, 카르틱 발라와 구하 발라, 조너선 넬슨 같은 생소한 이름도 있다. 최고 부자들의 순자산은 최소 1억 달러, 평균 35억 달러 이상이다. 100명의 재산을 전부 합하면 3550억 달러에 이르며, 이는 미국 국부의 7.4퍼센트에 해당하는 대단한 액수다.

또한 최고 부자의 81퍼센트가 고향에서 사업하는 이른바 ‘토박이 부자’라는 것. 흔히 억만장자라고 하면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들 최고 부자들을 보면 부를 일구는 것은 도시의 크기나 인구와는 상관없음을 알 수 있다.


책에 나와 있는 부자들이 잘 버는 법 ‘부의 12계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하나, 돈만을 좇지 마라

부자가 되려면 돈을 좇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많은 재테크 책들이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존스가 만난 최고 부자들은 돈이 아니라 ‘가치’를 좇으라고 충고한다. 존 맥아피(뉴멕시코 로데오)는 모든 소프트웨어 회사가 복제를 막는 데 몰두할 때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나눠 주었다.


“1980년대 중반에는 모든 소프트웨어 회사가 사용자들이 소프트웨어를 복제하거나 정상적인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데 몰두했습니다. 내게는 그것이 어리석은 짓으로 보였어요. 그래서 나는 완전히 반대로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나눠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홈페이지의 첫 화면에 ‘이 소프트웨어를 훔쳐 가십시오!’라고 대문짝만 하게 써 두기도 했지요.”



둘, 자신의 강점을 찾아라

최고 부자들은 ‘진정으로 원하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달콤한 말이 틀렸다고 말한다. 그 대신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모든 열정을 쏟으라고 충고한다.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강점을 안다는 것은 약점 또한 인정하는 뼈아픈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틀리 피비(미시시피 머리디언)는 젊은 시절 보 디들리의 연주에 반해 8년 동안 기타에 매달렸으나 결국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내가 뭔가를 만드는 데 상당한 재주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능숙하게 잘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가 될 수는 없어도 뛰어난 연주자들의 소리를 훨씬 듣기 좋게 해 주는 앰프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피비 일렉트로닉스’는 오늘날 130건이 넘는 특허를 가진, 자산 가치가 5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전자음악 기기 회사가 되었다.


셋, 창업하여 주인이 되라

최고 부자들은 피비처럼 자신의 강점을 찾았다면 창업하여 스스로 주인이 되라고 충고한다. 실제로 그들 중 94퍼센트가 자신의 기업을 만들어 성공했다. 재미있는 것은 100명 가운데 기업을 공개한 사람은 1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단기 수익을 내는 데 급급하다 보면 기업을 견실하게 일굴 수 없기 때문이다.


테드 터너에 이어 미국 2위의 부동산 소유자인 아치 에머슨(캘리포니아 앤더슨)도 그 때문에 기업을 공개했다가 5년 만에 다시 개인회사로 전환했다. 암웨이의 창업주인 리처드 디보스는 손자들에게 “창업하고 기업을 공개하지 마라”고 충고할 정도이다. 디보스는 회사를 공개하거나 매각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천만에요! 제이와 내게 돈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인인 기업을 운영하며 우리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한다.



넷, 은퇴는 없다

많은 최고 부자들이 무엇보다 일을 즐기며 나이가 들어도 결코 일을 놓지 않는다. 100명의 평균 연령은 65세에 달했으며, 80이 넘은 부자들도 많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늘고 지혜도 깊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더구나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최고 부자들은 “은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입을 모은다. 내년이면 70이 되는 샘 젤(일리노이 시카고)은 지금까지 어떤 업적을 이루었느냐는 질문에 “지금도 뭔가를 성취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답할 수 없다고 말해 지은이 존스를 머쓱하게 했다. 73세인 웨인 하이젱어(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 역시 “지금도 일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74세인 필립 루핀(캔자스 위치토)은 자신의 묘비에 ‘이 묘지가 그의 마지막 부동산 거래였다.’라는 문구가 새겨지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이다. 실제 그는 2년 전에 당시 26세이던 미스 우크라이나 출신 슈퍼모델과 네 번째 결혼식을 올릴 만큼 정력적으로 살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최고 부자들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지치지 않는 정열을 과시한다. 윌리엄 켈로그(위스콘신 밀워키)는 콜스 백화점 경영에서 손을 뗐지만 벤처 캐피털 회사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돈과 지혜를 초보 기업가들에게 빌려 주고 있다. 로버트 스톤(조지아 캐럴턴) 역시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준 뒤 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부를 창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최고 부자들이 말하는 부의 12계명에는 ▲야망을 끝까지 지켜라 ▲일찍 일어나라 ▲목표를 정하지 말고 실행하라 ▲성공하기 위해서 실패하라 ▲어디에서 시작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윤리를 지켜라 ▲‘안 된다’는 말을 하지 마라 ▲다른 사람에게서 배워라 등이 있다.


무엇보다 최고 부자들은 버는 법만큼 쓰는 법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거 ‘이웃집 백만장자’가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최고 부자들은 돈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열심히 벌어라 그리고 즐기고 나눠라’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은 전용 제트기와 요트를 타고 돈으로 누릴 즐거움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쾌락에만 빠져 지내는 것은 아니다. 이웃과 사회를 위해 흔쾌히 자신의 부를 나눌 줄 안다. 최고 부자들은 총 355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 중 거의 절반을 기부했다. 또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이 받은 것을 세상에 돌려주고 있다.


로버트 스틸러(버몬트 벌링턴)는 미술품을 수집하고 호화 요트를 탄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경영하는 그린 마운틴 커피의 세전 수익 5퍼센트를 매년 시민단체에 기부한다. 또 직원들이 자원봉사를 한 경우에는 일주일에 한 시간 초과 근무한 것으로 인정하고 명상 훈련에 보조금도 지급한다. 스틸러는 선행을 베풀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클레이턴 마틸(오하이오 데이턴)은 애완동물 사료 회사인 아이암스를 매각하고 받은 돈 중 1억 달러를 직원들에게 나눠 주었고, 또 다른 1억 달러를 지역사회에 기부했다. 여행 업계에서 성공한 크리스텔 디한(인디애나 인디애나폴리스)은 직접 자선단체를 설립해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교육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이 외에도 초보 기업가들을 위한 교육 시설을 만드는가 하면 연구소와 학교에 거액을 기부해 학문 발전을 후원하는 최고 부자들도 많다.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 오랫동안 남을 ‘진정한 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