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오직 인간관계에서만 온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대부분이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이 틀렸어요. 우리는 습관적인 삶에서 등을 돌리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시작해야 해요. 이제 나는 야생 속으로 갑니다.” 


 이 시대 ‘소로’의 부활이었을까.


1992년 8월, 알래스카 오지의 버려진 버스 안에서 시체 한 구가 발견된다. 크리스토퍼 존슨 매캔들리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매캔들리스는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다.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직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린다. 아울러 가족과 친구들을 뒤로한 채 알래스카의 야생 속으로 홀로 들어간다.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 그리고 몇 달 후 매캔들리스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아웃사이드>지의 요청에 의해 이 사건을 기사로 쓰게 된 존 크라카우어는 기사를 완성한 뒤에도 이 청년의 삶과 죽음에 마음이 이끌려, 이후 1년이 넘는 취재를 통해 이 책 <인투 더 와일드>를 썼다고 한다.


지은이는 매캔들리스의 마지막 여정부터 시작해 그의 가족과 친구, 그가 길에서 만난 사람들, 그가 읽은 책들, 일기와 편지, 메모를 파고들어가면서 그의 진실에 다가간다. 단순히 혈기 넘치는 한 젊은이의 야생 도전기가 아닌, 그보다 복잡하고 열정적이고 솔직한 젊은이의 영혼의 기록을 완성한 것이다. 한 인간에 대한 공감과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마력을 지닌 기록이다.


등반가이자 산악문학 작가인 지은이는 매캔들리스의 이야기 속에 자신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끼워 넣는다. 또 매캔들리스와 같이 자연과 산을 사랑해 극한의 모험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속속 들려준다. 매캔들리스와 닮은 듯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사람들의 삶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결국은 주인공의 수수께끼 같은 행동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매캔들리스는 열정적인 젊은이였으며 현대의 생존 방식과 쉽사리 맞물리지 못하는 고집스러운 이상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톨스토이, 잭 런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작품에 심취했고, 이들이 자연을 바라본 방식을 따라 금욕의 삶을 살아보고자 원했다.


매캔들리스는 알래스카 오지로 들어갈 때 약간의 쌀과 소총, 그리고 몇 권의 책을 배낭에 넣어 갔다. 이 책들 곳곳에는 매캔들리스가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은 책의 구절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가 감명 깊게 읽고, 곳곳에 밑줄을 치면서 마음의 위안을 삼은 책들로는, ▲잭 런던 <늑대 개 화이트 팽> <야성의 부름> ▲레오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행복> <이반 일리치의 죽음>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 ▲니콜라이 고골 <타라스 불바> 등이다. 


원초적인 외로움, 배고픔과 싸워가며 16주 동안 매캔들리스는 흔들리지 않고 강하게 알래스카 오지의 생활을 견뎌냈다.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한두 가지 실수만 하지 않았더라면 매캔들리스는 4월에 들어갔을 때와 똑같이 8월에 그 숲을 걸어 나왔을 것이다. 지은이가 책의 말미에서 밝혀낸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는 이런 이유 때문에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마지막 매캔들리스의 부모가 헬기를 타고 오지의 버려진 버스, 아들이 죽은 채로 누워 있던 그곳을 돌아보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슬픔은 극에 달한다.


출간 10년 후인 2007 미국의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숀 펜은 이 책을 원작으로 같은 제목의 영화를 제작, 연출했다. 에밀 허쉬 주연의 이 영화는 시에틀 출신의 얼터너티브 밴드 ‘펄잼’의 리드 보컬인 에디 베더의 감성적인 노래로 제65회 골든글로브 주제가상을 받기도 했다. 이 영화의 말미 주인공은 다음과 같은 인상적이고도 아이러니 한 말을 남기고 세상을 등진다. “진정한 행복이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나눔으로부터 오는 것….”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에 일어난 이야기, 우리에게서 먼 알래스카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그렇지만 젊음, 자연, 열정, 진리, 자유 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경험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