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역에는 구정물이 든 500밀리리터 크기의 페트병을 1000원에 파는 구정물 자판기가 등장했다. 한 증권사에서 식수난을 겪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기부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알려졌고, 색다른 이벤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며 자판기 앞에 줄을 서 구정물을 구매하는 풍경도 벌어졌다.


사진_소셜 크리에이티브ㅣ황석욱, DDB KOREA 지음ㅣ마젤란 펴냄.jpg 이 구정물 자판기 캠페인은 ‘소셜 마케팅’일까?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도 아니고, 자판기 하나를 설치한 오프라인 마케팅인데. 이에 대해 <소셜 크리에이티브>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페이스북을 오프라인의 광장에서 실현한 디젤 독일의 ‘페이스파크’ 캠페인, 무동을 타야 콜라를 뽑을 수 있는 자판기를 설치한 코카콜라 아르헨티나의 ‘우정 자판기’ 등은 소셜 마케팅이 꼭 온라인에서만 이뤄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콘텐츠 자체에 힘이 있다면 그것이 오프라인의 것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온라인으로 그 힘을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사람’이라는 소셜 마케팅 최고의 미디어가 그러한 역할을 충실히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네트워크는 보이지 않는 오프라인의 네트워크와 눈에 보이는 온라인의 네트워크로 구성돼9 서로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구정물 자판기 캠페인이 오프라인 캠페인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소셜 마케팅이라 불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책은 새로운 ‘웨트웨어(Wetware)’의 시대는 사람이 중심이고 미디어인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사람을 움직이는 이 시대의 마케팅은 소셜 마케팅, 즉 사람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집단 영향을 활용하는 마케팅이다. 특정 집단의 일부 구성원에게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갖게 하고, 그 사람이 집단 영향을 발휘하도록 활용해 다른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것, 이것이 바로 소셜 마케팅의 목표다. 때문에 SNS는 소셜 마케팅의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자 통로일 뿐이라는 얘기다.


지은이(황성욱, DDB KOREA)는 책에서 이와 관련해 두 가지를 설명하고 있다. 우선 진짜 소셜 마케팅이란 무엇인지 전 세계의 소셜 마케팅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 이를 가능케 하는 ‘소셜 크리에이티브’를 펼치는 전략을 제시한다.

책에 따르면, 소셜 마케팅은 단순히 SNS를 이용하는 마케팅이 아니라 그보다 넓은 개념의 통합적인 마케팅이다. 소셜 마케팅에서는 얼마나 새로운 매체와 현란한 첨단 기술을 사용하느냐보다 변화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시각이 더욱 중요하다. SNS라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었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위, 즉 정보를 주고받고 대화를 나누며 교류하는 행위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SNS를 통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이 눈에 보이도록 드러났다는 것이며, 이로 인해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사람’이 중심이고 미디어로 기능하는 시대로 변화한 것이다.


사람이 미디어로 기능해 서로 영향을 끼치는 집단 영향을 이끌어내는 것이 소셜 마케팅의 목표다. 그리고 집단 영향을 일으키도록 하는 추진력의 실체는 바로 ‘콘텐츠’다. 새로운 매체를 활용하는 것보다 소비자의 관심과 참여를 유발하는 창의적인 콘텐츠가 더욱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SNS 마케팅을 해도 큰 효과가 없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이 추진력에 해당하는 콘텐츠가 없거나 부실하기 때문이라고 지은이는 설명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소셜 마케팅에 필요한 콘텐츠는 ‘연관성’ ‘유익성’ ‘재미’를 갖춰야 한다.


콘텐츠는 제품이나 브랜드의 속성이나 가치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야 하고, 목표층이 되는 소비자들과도 연관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 또 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성격의 것이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재미있는 것이어야 한다. 지은이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인 만큼, 각 캠페인의 방향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특화된 콘텐츠를 찾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조언한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전 세계의 최신 소셜 마케팅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는 것. 책은 미국과 영국에서부터 스웨덴, 독일, 아르헨티나, 스페인, 호주, 콜롬비아, 에콰도르와 남아프리카까지 세계 각국에서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성공적인 소셜 마케팅의 사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국내의 소셜 마케팅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책은 또한 획기적인 ‘소셜 마케팅 엔진 모델(Social Marketing Engine Model)’을 제시한다. 이는 엔진의 4행정인 ‘흡입, 압축, 폭발, 배기’의 사이클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소셜 마케팅을 성공으로 이끄는 시스템이다.

흡입 단계에서는 소셜 데이터를 통해 타깃의 정보와 인사이트를 모으고,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다. 압축 단계에서는 리서치 데이터들을 활용하여 콘텐츠를 창조하는 단계다. 폭발 단계에서는 강한 추진력을 갖는 콘텐츠를 가능한 멀리, 가능한 많이 퍼뜨려야 한다. 바로 이 단계에서 SNS 등 소셜 인터페이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즉 SNS는 콘텐츠를 퍼뜨리기 위한 통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 배기 단계에서는 폭발 단계에서 발생시킨 추진력이 최대한 오래 지속되도록 소비자에게 소셜 마케팅 캠페인의 주도권을 넘겨주고,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성과를 측정한다. 4단계 소셜 마케팅 엔진 모델은 더욱 강력하고 효율적인 소셜 마케팅을 가능하게 하며, 구체적인 단계별 전략과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