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노트북을 가지고 카페나 정원에 앉아 있다면, 그는 일하는 걸까, 아니면…?


사진_스마트 워킹ㅣ마르쿠스 알베르스 지음ㅣ김영민 옮김ㅣ비즈니스맵 펴냄.jpg 정규직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근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며, 세계와 협업하는 새롭고 효율적인 근로자가 탄생해서 일의 방식을 원천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일할까? 또 이들을 어떻게 경영해야 할까?


‘일’의 본질이 완전히 달라진 스마트한 시대를 맞았다. 9시부터 6시까지, 사무실에 함께 모여 일한다는 고정관념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세계 곳곳의 동료와 첨단 네트워크를 통해 협력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일하는 ‘e-프리워커(e-free worker)’가 직장의 모습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과거의 프리랜서가 아니다. 고용의 불안정성에서 완전히 벗어나 급여·휴가·복지 면에서 정규직 고용의 혜택을 그대로 누린다.


그렇다고 제멋대로 일하는 것이 스마트 워킹은 아니다. 스마트 워킹은 복지나 혜택이 아니다. 핵심은 바로 성과다. 더 높은 성과를 위해 더 많은 자유가 필요한 것이다. 미래의 지식근로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장시간 하드 워크(Hard Work)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과 혁신을 실현함으로써 차별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다. 스마트 워킹은 ‘양’의 시대에서 ‘질’의 시대로 비즈니스가 바뀌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창조적 결과를 이끌어내는 근무방식이다.

폭 넓은 네트워크와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유연한 근무를 실현하는 시대에는 어떻게 일하며 생활하면 효율성과 성과를 실현할 수 있을까? 그리고 회사는 점점 증가하는 자유정규직 근로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해야 할까? <스마트 워킹>은 이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고 있다.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다.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공원에서는 트레이닝복 차림의 여성이 휴대전화로 어딘가 통화하고 있다. 여기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둘 중 누굴까? 우리는 사무실의 남자가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사무실의 남자는 공상에 빠져 있을 수도 있고, 공원의 여성은 중요한 구매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이들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일하는 사람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산업과 시장의 변화, 삶과 일에 대한 인식 변화, 비즈니스의 글로벌화 등으로 근무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IT를 시작으로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진보적인 회사들은 이미 ‘자유롭고 유연하며 효율적인’ 스마트워킹 방식을 도입해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모두 함께 사무실에 모여 9시부터 6시까지 일하고, 필요하다면 같은 자리에서 연장 근무를 계속하는 것이 진짜 일하는 방식이라고 고집한다면 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다.


이 책은 통제형 근무방식이 사라지고 자유정규직이 부상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분석하고, 미래의 근로자는 어떻게 일하는지, 그리고 회사는 이들을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지를 깊이 있는 통찰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입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책에 따르면, 직원들이 근무 장소나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도록 한다는 것은 직원들에 대한 시혜이며, 이상은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자유정규직은 회사가 그간 고생한 직원에게 베풀어주는 복지 혜택이 아니다.


IBM과 BMW 등의 선진 기업이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자유를 제공한 것은 더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다. 일정한 시간을 사무실에 갇혀있다시피 한다고 해서 모두가 일에 몰입해 열심히 일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창의성과 자발성을 해치고, 눈치 빠른 수동적 근로자만 양산할 뿐이다.


이에 반해 책임 있는 근로자가 스스로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며, 업무를 통제하도록 하면 이들은 보다 적은 시간을 이용해서 보다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도 사무실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성과이므로 회사와 자유로운 근로자들은 서로 정량적·정성적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면 된다. 그 방법이 꼭 ‘9 to 6’의 전통적 근무 방식일 필요는 없다.


근무 시간과 장소에 유연성을 두면 통제하기 어렵다는 불평도 많다. 물론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현대 직장의 업무는 점차 자율성에 무게를 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꼭 출근부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성과평가 방식이 도입돼 투명하고 객관적인 측정이 가능하다. 눈에 보이는 통제가 완전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통제 대신 자율을 선택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크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 태블릿 PC, 화상전화 시스템 등은 영화 속 첩보기관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현실이다. 스마트워킹을 위한 정보통신 인프라는 이미 갖춰졌다. 문화적 거부감이 이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고 있을 뿐이다. 네트워크는 세계로 연결돼 있다. 좁은 사무실을 벗어나 세계 곳곳에 있는 동료들과 협력할 수 있게 됐다. 또 시차를 이용한 근무가 가능해졌다. 아시아의 근로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에 북미나 유럽에 있는 그의 동료가 그를 도와줄 수 있다. 업무 정보가 축적되는 데이터베이스는 더 방대해졌다. 동료가 잠시 또는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때, 혹은 회사를 떠날 때 복잡한 업무 인수인계 과정 없이 다른 사람이 시스템과 매뉴얼, 그리고 관련 정보를 이용해 연속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 정보통신과 네트워크, 시스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스마트워킹을 위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문제는 마음속의 깊은 편견과 습관일 뿐이다.


직원들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스마트워킹이 대세가 되는 가시적인 이유는 효율성 때문. 또 회사와 직원들이 모두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집중적으로 더 높은 성과를 내기에 그렇다. 그러나 스마트워킹이 가져오는 본질적인 혜택은 ‘창의성’에 있다. 산업화 초기에는 만들어내는 대로 팔 수 있었다. 더 많이 일해서 더 많이 만드는 것이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후기 산업화의 마케팅 시대를 거쳐 지식정보화 시대에 접어든 지금, 열심히 만들고 파는 것으로는 높은 부가가치를 획득할 수 없게 됐다. 기업 이익의 원천은 ‘창의성’이 됐다.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 하나가 기업 전체를 먹여 살리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창조적 인재를 발굴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창조성을 억압하는 근무 패러다임을 고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시간과 장소에 엄격한 제한과 통제를 둔 산업화 시대의 근무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창조적 성과물을 요구하는 것이다.


스마트워킹은 근본적으로 창의적인 일과 창의적 성과에 가깝다.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외부의 통제나 주어지는 보상 같은 외재적인 동기가 작용할 때보다는 자신이 주도하는 환경에서 자신의 의도에 따르는 내재적인 동기가 작용할 때 높은 수준의 창의성을 실현한다고 한다. 스마트워킹은 일의 자기주도성과 자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보다 창의적인 성과가 낼 수 있도록 유도한다. 더불어 늘 같은 시간에 동일한 장소를 맴도는 사람의 시야는 한정될 수밖에 없다. 자유롭게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 아이디어 생산에도 유리하다.


회사의 성과와 직원의 자유는 양립할 수 없는 가치가 아니다. 창의성이 최고의 무기가 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자유와 성과가 비례관계에 있다. 폭넓게 연결된 환경에서 자유롭게 일하고, 그 결과 더 높은 성과를 내는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스마트워킹이 뜨고 있다. 과거의 낡은 편견에 매여 더 주저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