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산업은 라이프스타일뿐 아니라 비즈니스 혁명이라고도 일컬어질 정도로 세상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꿔놓았다. 미래는 IT 산업에 달려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게 느껴질 정도다.

 IT 업계로 관심을 모았을 때 어떤 회사들은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하기도 하고, 혁신적인 상품을 선보이기도 하며, 멋진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같이 전 세계를 움직이는 힘을 보여주는 기업은 많지 않다.

 

<거의 모든 IT의 역사>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이 세 회사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성공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어떻게 미래를 주도해 나가려고 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뉴욕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야후는 페이스북에게 10억 달러에 이르는 매수 제안을 했다. 10억 달러는 명실 공히 억만장자 클럽에 들어가는 액수로, 이때 이미 주커버그는 억만장자로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엄청난 제안을 받고도 그는 야후의 제안을 거절했다. 물론 현재 페이스북은 당시 야후의 제안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에 결과적으로는 옳은 결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결정은 단순히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내린 것은 아니었다.


 

책에서는 이들 기업의 기술적인 면보다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주로 다룬다.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보라는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 수 있을까를 연구하면, 기술은 알아서 따라온다는 설명이다. 지은이 정지훈은 “인간에게서 나오는 에너지와 경험을 읽지 못하면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세상을 뒤바꿀 혁신을 이룰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책에 따르면, 애플의 혁신 비결은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과 부사장 팀 쿡의 관리 능력, 조나단 아이브의 디자인 능력, 지금은 애플을 떠난 존 루빈스타인의 하드웨어 개발 능력이 합쳐진 결과다. 애플뿐만이 아니다. 구글이 인터넷 검색 시장과 광고 시장에서 앞서가게 된 이유도 단지 검색기술이 뛰어나서만은 아니다. 그들은 화려한 배너광고를 붙이는 것을 거부했다. 배너를 붙이면 검색 속도가 떨어지고 검색 결과가 광고에 의해 조작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엄청난 수익을 포기한 것이다. 덕분에 검색 속도와 품질은 향상되는 결과를 낳았다.

 

원래 구글과 애플은 밀월관계라고 불릴 정도로 사이가 좋은 기업이었다. 구글과 애플의 로맨스는 스티브 잡스가 에릭 슈미트를 2006년 자신의 집에 초대하면서 시작했다. 두 거물 CEO는 스티브 잡스의 거실 테이블에 바닐라 컵케이크를 놓고 차를 같이 마시면서 미래를 이야기했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2007년 출시할 예정인 아이폰이 성공하려면 구글의 강력한 서비스들이 필요했고, 구글은 차후 벌어질 마이크로소프트와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했다. 자연스럽게 협력에 합의한 두 회사는 아이폰의 성공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 시작했다.


 

책은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같은 ‘거인들’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던 인물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함께 다룬다. 검색 시장을 휘어잡았지만 실질적인 수익이라곤 없던 구글을 구해낸 것은 그 유명한 창업자도 아니요, 새로 영입한 CEO도 아니었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클린턴 정부에서 일하던 여걸 쉐릴 샌드버그가 그 주인공이었다.

 

샌드버그는 검색광고를 도입, 구글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고, 지금은 페이스북으로 자리를 옮겨 또 다른 성공을 준비하고 있다. 책은 이처럼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면의 이야기들을 날줄과 씨줄처럼 얽히고설킨 것과 같이 역사적으로 풀이한다.

 

책은 무엇보다 기술의 진보만을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화두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한주연 기자 <지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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