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세계의 미래학자들이 모여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미래를 전망하는 유엔미래보고서.

  <유엔미래보고서3: 기후와 에너지로 재편되는 세계>는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최신 전망 연구자료 가운데, 주목할 만한 예측과 아이디어를 분야별로 정리한 이 책은 정보사회, 비즈니스와 경제, 과학과 기술, 컴퓨터와 자동화, 교육, 에너지, 환경, 식량과 농업, 주거 환경, 건강과 의약, 생활방식과 가치, 일과 직장, 국제 관계 등 13개 분야에 대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점점 더 중요해지는 기후 변화와 함께 오는 2035년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는 석유를 대신할 대체에너지가 재편하는 세계를 조망하고 있다.

 

책은 그동안 강조돼왔던 제조업의 소멸이 자동차산업의 황혼으로 상징화되면서, 디트로이트와 같이 특성화된 도시의 소멸을 예측한다. 제조업이 주를 이루던 도시는 첨단 산업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도시의 소멸과 재편은 인구 감소와도 깊이 연관되는데, 특히 직접민주주의와 인구이동과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국가의 힘이 약해지고 도시와 같은 공동체 위주로 강화되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와 함께 디지털 위주의 교육이 낳을 부작용과 대안을 언급하고 있으며, 나노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가져올 의료혁명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산업 전반을 비롯해 사회, 정치, 경제, 교육의 변화를 아우르는 이 책의 장기 예측은 각종 정책을 세우는 각 분야 리더들을 비롯해 미래를 준비하는 현명한 개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책에 따르면, 미국 82개 대도시에서 지난 2008년 초부터 현재까지 총 1236만㎡ 규모의 사무실이 비었다고 한다. 디트로이트와 피닉스, 라스베이거스 등이 25%대의 공실률을 기록해,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특히 디트로이트는 오랫동안 자동차 도시로서 정체성을 유지해왔으나, 2008년의 자동차산업이 파산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면서 ‘유령도시’가 되고 있다. 이런 디트로이트가 최근 살아남기 위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 도시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낙후지역을 철거하는 등 대대적인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이는 디트로이트만의 문제만이 아니다. 책은 “제조업을 비롯해 현존하는 직업의 80%가 10년 내에 사라지거나 진화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모든 도시는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미래의 핵심산업이 될 첨단 산업을 유치하거나 도시농업으로 자급자족하는 미래를 만드는 등 뚜렷한 정체성을 찾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한다.

 

그렇다면 미래에 가장 유망한 산업은 무엇일까? 책은 무엇보다 이상기후 현상과 대체에너지 산업이 미래의 세계를 재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2010년에 두드러졌던 폭설과 폭우로 인한 유통망의 마비, 폭염으로 인한 작물 재배의 실패 등은 의식주라는 기본적인 생존권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선진국이 앞장서서 진행하는 강제적인 탄소 배출 제한 협약 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각 산업은 물론 가정에서조차 절약과 탄소배출을 줄여주는 기술들이 곧 보편화될 전망이다. 한편, 석유가 빠르면 2035년에 고갈되는 등 다가올 10~30년 안에 세계는 모든 자원의 치명적 결핍 시대인 ‘모든 것의 정점(peak everything)’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체에너지 개발은 이제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는 기술과 대체에너지를 생산하는 국가와 기업이 미래 세계의 권력을 쥐게 될 것이라고 책은 강조한다.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기후나 에너지 등과 관련된 산업이 활성화된 도시를 찾아 떠나면서, 인구 이동으로 인한 세계의 재편도 이뤄질 전망이다. 책은 20년 후에는 국가보다는 경제공동체 또는 도시의 힘이 커지는 세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비단 산업 뿐 아니라 디지털화가 이룩한 전자민주주의가 더욱더 진화하면서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각 공동체들에게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란 예측에서다.

 

미래에는 변화의 속도와 폭이 커져 더 이상 예측이 불가능해지는 ‘특이점(Singularity)’의 시대가 온다고 한다. 책은 이를 위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 시대일수록 더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해 미래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