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생명학>은 21세기 지구 살림살이를 위해 새롭게 대두된 ‘생명학’의 정립을 위한 시도와 해법을 담고 있다.

 이 책은 ‘Big Chaos’로 일컬어지는 대혼돈의 시기, 인류가 부딪힌 최대 난제와 화두가 ‘생명 문제’라는 인식 아래 이러한 시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길은 과연 무엇인지 반문하면서 서구적 세계 모델의 한계를 지적한다. 아울러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생명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제시한다.

 

책은 21세기 다원주의 시대를 살아갈 새로운 삶의 문법인 ‘생명’ ‘평화’ ‘상생’에 대해 오래전부터 논의돼온 견고한 사상을 총망라, 인문학적 관점으로 언어, 철학, 과학, 종교, 환경, 사상 등 각 분야의 경계를 넘나들며 생명에 대한 전망을 보여준다. 공동의 생활 운명체가 된 지구촌 시대, 하나뿐인 지구 생명을 살려나가기 위해 동서 철학의 화합과 융합이 필요한 오늘날, 모든 생명체가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상생과 공생의 길을 모색하며, 이는 인문학의 근간인 인간의 근본적인 역할과 존재에 대한 총체적 탐구로까지 이어진다.

 

새 천년을 맞이하여 인류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보다도 ‘생태 문제’이다. 인간이 또 다른 천년을 맞이할 수 있으려면 자연에 대한 관계맺음의 방식이 바뀌어야 하고 우주 안에서의 인간의 사명에 대해서도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인식론적 사유 틀이 ‘존재(있음)에서 생명(살아 있음)’에로 전환되어야 한다. 동서양의 대화를 통해 ‘생명과 더불어 철학’하면서 인류의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려고 시도해야 한다.


지은이 이기상에 따르면, 이제 생명학은 어느 특정 분야에서만 국한해 다뤄질 성과가 아닌, 여러 분야를 관통하는 통합 분야가 됐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삶과 앎, 물질과 정신, 유기물과 무기물, 육체와 영혼 등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도 바로 그 이유다.

 

이 책은 동아시아 고유의 전통적 사상을 바탕으로 한 존재론적 통찰 속에서 새로운 통섭의 원리를 보여준다. 전 세계 공통 담론인 ‘지구 환경과 인간의 관계’라는 보편적 주제를 고찰하면서 동양적 사상, 더 깊게는 우리의 전통적 생활 방식이 만들어낸 자생적 이론을 발굴해 ‘한국적인 이론의 세계화’라는 진취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우리나라 대표적 사상가 류영모, 함석헌, 김지하가 펼치는 ‘한국적 살림살이와 생명 담론’은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진리와 구체적인 방법론을 일깨운다. 또 생명학이라는 학문적 정립에 필요한 ‘우리말 개념화 작업’을 통해 독자적이고 실험적인 담론의 장을 마련해나간다.

 

하늘과 땅의 큰 덕으로 하늘과 땅 사이에 나서 살아가는 모든 것이 생명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 살아 있게끔 하고 있는 모든 것은 하늘의 명을 받은 ‘생명’들로서, 하늘과 땅의 힘돌이와 열돌이, 숨돌이와 피돌이에 참여하고 있다. 인간은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면서 천지 만물과 더불어 지구 살림살이를 꾸려나갈 것을 명령받은 살림지기로서 모든 생명체에서 하늘의 뜻을 읽을 수 있어야 하며, 그 신비로운 생명의 사건에 ‘사이 존재’로서 책임감을 갖고 동참해야 한다.


 

이들 세 명의 사상가가 전하려는 ‘생명 사상’의 핵심은 우리의 시각 너머에 있는 영성적 세계관을 통해 우리만의 독특한 생명관이자 우주관, 인생관, 가치관을 형성해나가자는 데 있다. 즉 자연을 정복과 관리의 대상으로 보던 인간 중심의 서구 사상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통합의 원리, 21세기 생명과 평화의 메시지가 바로 ‘우리 안’에 있음을 역설하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지향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유하게 한다. 왜 우리가 현 시점에서 부분이 아닌 전체를, 해체가 아닌 통합을, 경쟁이 아닌 공감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그것이 가져다주는 교훈이 과연 무엇인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진리에 대한 물음은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항상 함께 제기돼왔으며, 현재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의 삶과 문화 속에 갈무리된 살림살이에서 독특한 삶의 진리, 생명의 진리를 찾아낸다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한 논쟁, 궁극적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나 자신의 진리 찾기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진리의 본질은 자유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 삶의 방식에 뚜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연, 우주, 세계를 존재론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생명의 개념 또는 생명관의 변천에 대한 철학사적 고찰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지은이의 ‘생명 철학 연구’는 살아 있는 것들의 본질적 물음을 넘어선 진정한 자유를 선사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생명 담론은 우리가 살아온 인류의 역사와 지금 살고 있는 인간 사회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멀리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사상적 지평의 탐사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