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지향> 이태희 지음, 나남 펴냄.


<변화의 지향>은 인터넷과 포털이 지닌 인문학적 가치를 학문적, 저널리즘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지은이 이태희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나 이에 따른 사회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우리 사회가 만들고자 하는 인터넷의 구조(Architecture)가 무엇이냐에 집중한다. 변화의 목표 내지 지향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1999년 컴퓨터 통신망 ‘나우누리’에 ‘이의제기’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대학생이 “서해안 총격전, 어설프다 김대중!”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나우누리측은 며칠 뒤 정보통신부 장관의 명령에 따라 이 글을 삭제하고 해당 대학생의 통신망 이용을 1개월 중지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불온통신 단속 조항을 어겼다는 이유였다. 


이 대학생은 즉시 법적 대응에 나섰다.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학문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 조항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헌재는 전원재판부까지 구성, 3년여간 고심을 거듭한 끝에 2002년 ‘위헌’을 선고했다. 헌재는 ‘불온통신’ 개념이 모호하고, 주관적이며, 추상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헌재는 인터넷의 성격과 법적 규제에 대한 기념비적 해석을 내린다. 인터넷을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라고 규정한 것이다. 


특히 인터넷을 “질서 위주의 사고로만 규제하려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헌재는 전통적 표현의 자유 이론에서 등장하는 ‘사상의 자유시장’이라는 고전적 개념을 다시 법전 위에 펴 놓았다.

 

우리 재판소는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의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 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 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확인한 바 있음을(헌재 1998.4.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39-340) 환기하여 둔다.


지은이는 위에서 서술한 2002년 헌재의 판결을 중심에 두고 논의를 전개해 간다. 


가령 헌재는 인터넷을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자 ‘표현촉진적 매체’라고 했는데, 이는 사상의 자유시장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이 책에서 주제로 다루고자 하는 인터넷 포털과 사상의 자유시장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사상의 자유시장과 민주주의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보호라는 두 가지 법익의 균형추를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인터넷에 대한 규제는 인터넷 산업의 육성이라는 정책적 목표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등이 그것이다.

 

지은이는 1996년 미국의 통신품위법(Communication Decency Actㆍ이하 CDA) 입법과정에서 포털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의 규제와 면책특권 부여 문제로 미 의회 보수파와 진보파, 종교단체와 ACLU 등 시민단체 간에 벌어진 대(大)논쟁을 추적, 소개하고 있다. 


이어 ISP에게 면책의 우산을 선물한 CDA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를 둘러싼 미국 법원 간 대립과 갈등을 다양한 판례분석을 통해 해부한다. 그는 이 같은 미국의 법률논쟁이 사실상 인터넷 규제에 대한 사이버 자유주의와 규제주의의 충돌을 의미하며, 인터넷에 대한 상반된 세계관의 충돌은 한국의 법원과 사회에서도 포털과 인터넷 규제를 둘러싸고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사이버 자유주의를 기저에 둔 헌법재판소와 규제주의에 가까운 대법원이 대충돌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상할 것은 없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견해도 따지고 보면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정의를 내린다.

 

지은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보급으로 2010년부터 모바일 혁명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포털이 3가지 근본적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한다. 서비스모델의 위기, 생태계의 위기, 시장의 위기가 그것이다.

 

지은이는 사상의 자유시장 관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몰고 올 결과들에 대해 논증한다. 유선 인터넷에서 백화점식 서비스로 경쟁력을 확보했던 포털이 모바일 시장에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과 메일, 검색, 지도, 게임 등등 개별적아이템을 놓고 서비스 경쟁을 해야 하는 구조로 급격히 변환됐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올드미디어들이 모바일 시장에선 유료화 전략을 택하면서 상호 결집해 포털에 대항하는 생태계의 위기가 포털을 덮치고 있다고 분석하며, 모바일 혁명이 기존 언론사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침착하고, 신중하게 논증한다.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림에 따라 인터넷 이용자들이 굳이 포털을 거치지 않고도 해당 언론사에 직접 연결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새로운 광고수익 모델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모바일 시대에 포털을 대체할 새로운 ‘사상의 자유시장’이 설계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는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SNS는 과연 사상의 자유시장으로서 포털을 대체할 수 있을까. 아니면 ‘루머공장’이나 ‘사담(私談)의 마당’으로 전락할 것인가.” 지은이는 모바일 혁명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급성장하면서 사상의 자유시장으로서 포털을 대체하는 ‘시장의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지은이는 모바일 혁명이 몰고 올 변화의 지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과연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인한 급격한 변화의 지향점이 인터넷이 인류에게 선물한 사상의 자유시장을 확대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는 이에 대해 “모바일 혁명이 진행되면서 ‘익명사회’를 지향하던 사이버스페이스가 ‘실명사회’로 급격히 전환중”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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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지향

저자
이태희 지음
출판사
나남 | 2010-12-07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2010년 12월 10일 출간 l 728쪽 l A5정치/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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