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라이더(free rider, 무임승차자)’란 말 그대로 요금을 내지 않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하지만 경제학이나 정치학에서는 이 같은 무임승차자의 뜻을 확대해 공공재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정당한 몫 이상의 공공재를 소비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가령, 세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사람이 각종 국방과 교육, 건강보험 등 공공 서비스 혜택을 누리는 게 무임승차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무임승차 문제가 만연하게 되면, 그 국가는 재원 부족 등으로 적절한 수준의 공공재를 제공할 수 없게 되고, 종국에는 붕괴될 수밖에 없게 된다. 때문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국가는 납세의 의무를 규정하고 징병제를 실시하거나 자원의 남용 또는 훼손을 방지하는 규제를 만들어 시행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무임승차자 문제는 정부의 역할을 정당화해주는 기본 논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이러한 프리라이더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취임 직후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를 언급한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것에 가깝다. 대한민국의 진짜 악성 무임승차자는 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악성인 무임승차자들은 따로 있다. 그들 대부분은 우리의 노부모님들이나 가난한 이웃들이 아니라 이 땅에서 가장 돈이 많고, 힘이 센 사람들이다. 그들은 비유하자면,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제대로 내지도 않으면서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동창회비를 자신들 좋은 일에만 흥청망청 써대는 특권층 무임승차자들이다.

 

<프리 라이더>는 바로 그들의 숨겨진 정체와 행태, 그리고 그들 간 내밀한 이해관계의 연결고리를 고발한다. 또 오늘날 대한민국 정부가 얼마나 불공평하게 이 돈을 우리 호주머니에서 거둬 가는지, 그리고 그렇게 거둔 돈을 이들 악성 무임승차자들을 위해 얼마나 흥청망청 쓰는지, 그 비밀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 1998년 미국 민주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으로 한참 궁지에 몰려 있었지만, 결국 그 해 열린 중간선거에서 승리했다.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그 중 하나가 ‘아메리카와의 맹약’이라는 이름 아래 보수 정책 의제들을 이슈화해 당시 공화당의 스타로 떠올랐던 뉴트 깅그리치(Newt Gingrich) 하원의장의 탈세 사실 때문이었다. 그가 국세청으로부터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자 미국하원윤리위원회는 그에 대한 징계 권고안을 결의했다. 국세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의원직을 사퇴해야 했고 사실상 정치권에서 추방됐다.

 

그렇다면 세금의 잣대로 본 한국의 정치권의 모습을 어떨까? 뇌물수수와 군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은 전두환 씨는 미납한 추징금 1672억원과 관련해 추징시효 만료를 몇 달 앞두고 300만 원을 납부해 지켜보는 국민들을 우롱했다. 1원이라도 납부하면 3년씩 강제집행이 면제되는 것을 노린 것이다. 전씨는 29만 원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의 3남 1녀는 수백 억 원대의 자산가다. 손자, 손녀까지도 거액의 부동산 소유자다.

 

그런데 이렇게 추징금을 안 내고도 전씨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너무나도 훌륭히 받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그의 자택 주변을 가보면, 경찰 1개 중대가 주변에서 경호를 서고 출입을 엄중히 단속한다. 그가 일찌감치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주변 주차 구역에 대놓은 차를 빼달라는 경찰의 재촉이 여간 성가시지 않은게 사실이다.

 

현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자신들의 자녀들과 자신, 부인인 김윤옥 씨의 운전기사까지 위장취업시켜 경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탈세한 사실이 드러난 적이 있다. 또 서울 강남권에 여러 채의 빌딩 등을 포함해 모두 수백 억 원대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0∼2002년 동안 사실상 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보험료를 월 1만5000∼2만3000원씩만 내기도 했다. 한 달 수입 100만~200만원인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도 이 대통령보다는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낸다. 그 밖에 그는 지방세를 체납해 여섯 차례나 재산을 압류당했으며, 고용산재보험료를 미납해 강제추징당한 전력도 있다. 미국이라면 이 가운데 단 한 가지 사실만 드러나도 대통령은커녕 정치권에서 사실상 추방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가 비단 이 대통령뿐일까?

 

세계 최대의 부자로 손꼽히는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은 부시 행정부가 실시하려던 기업의 법인세와 상속세 감세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세금 안 내려고 추잡한 짓 하지 말고 정당하게 돈 많이 벌어서 세금 많이 내세요. 그것이 ‘우리나라’ 미국을 사랑하는 것이고, 우리 기업인, 부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세금의 잣대에 대한민국의 재계도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유롭지 못하다. 예를 들어, 2008년 특검 과정에서 4조5000억원에 이르는 차명재산 보유 사실이 드러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단 한 푼의 상속세도 내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냈다면 최소 2조 원의 상속세를 내야 했지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돈이 넘쳐나서 주체도 못할 국내 최고 재벌은 왜 그랬을까?

 

그런가 하면 이 회장이 막대한 재산을 세금 한 푼 안 내고 이리 빼돌리고 저리 빼돌릴 동안 도대체 이 땅의 국세청과 금융감독원과 검찰은 무엇을 했덜 것일까? 이건희 회장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인식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수조 원대의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낸 세금은 달랑 증여세 16억 원이 전부. 2010년 가을 잇따라 불거져 나오는 각종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과 탈세 의혹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일은 비단 삼성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가령 누군가 1년 동안 직장에서 열심히 일한 결과 연봉 5000만 원을 받았다고 치자. 그리고 그의 고교 동창생 A는 같은 해 주식투자로 5000만 원을 벌었다고 치자. 또 다른 당신의 고교 동창생 B는 그 해 2000년대 초반에 4억 원에 샀던 집을 8억 원에 팔아 무려 4억 원의 양도 차익을 남겼다. 이 경우 당신은 연간 수백 만 원의 근로소득세와 주민세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 비례해 A는 주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약간의 증권거래세를 냈을 뿐 차익에 대해서는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B의 경우에도 1가구 1주택자로서 양도차익에 대해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열심히 일해서 번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데 주식이나 주택을 팔아 생긴 차익, 즉 ‘불로소득’에 대해선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다면 납득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 같은 상상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이 땅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이 기본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세금 문제는 우리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식 세대, 즉 우리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 자명하다. 지금 20~30대에게는 어떤 변변한 일자리도 마련해 주지 못했는데 그 다음 세대에게는 큰 부채를 남겨주게 생겼다. 나아가 저출산 고령화 충격으로 납세자의 주력인 경제 활동 인구는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가운데 노령 인구의 급증으로 사회복지 지출 등의 비용은 급증하게 될 판이다.

 

또한 향후에 어떤 형태로든 통일될 경우 천문학적인 재정이 든다. 지금은 340조 원 가까이 쌓여 국가재정이 건전한 것처럼 착시 현상을 유발하는 국민연금은 이대로라면 수십 년 내에 고갈될 공산이 크다. 책은 이에 대해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바보처럼 납세자의 의무만 이행할 게 아니라 당당한 납세자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