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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레지스탕스>사회 2011. 1. 14. 10:37
“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군림했을 뿐이다. 이제 그 법을 우리 것으로 만들 때가 왔다. 법을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하나다. 우리가 그 법 위에 앉는 것이다. 우리의 도덕과 정의감을 법 위에 앉히는 것이다.”
<호모 레지스탕스>는 비정규직, 도시빈민, 농민, 여성, 미성년 학생 등 사회적 소수이자 약자인 사람들이 저항을 통해 현실을 개혁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들이 개혁한 현실은 구체적이고도 제도적이다. 그들은 부당한 현사실적 상황과 그 상황을 제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법, 양자 모두에 저항하고 마침내 법을 창조함으로써 역사의 진보를 추동했다. 그들의 분투는 결과적으로 정의가 들어설 수 있는, 상식적이고 체계적인 정의의 토대, 즉 대강의 정의(rough justice)를 만들어 낸 것과 다름없다.
대강의 정의(rough justice)는 집단소송제도의 핵심요소이다. 이처럼 간접적인 피해 입증을 허용하지 않아 일일이 피해의 종류와 정도를 입증해야 한다면, 동의 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대표할 수 있는 집단소송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집단소송은 전적으로 분산이익의 구제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사법효율의 문제도 있다. (…) 우리나라 법원은 대강의 정의가 뿌리내릴 수 있는 적절한 토양이다. 적은 액수의 피해를 비교적 잘 인정해주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오래된 것이 아니다. 2010년이란 아주 가까운 시점을 공유하고 있다. 그 가까운 역사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법조인 7명이 이야기한다.
책은 시대의 요구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용기 있는 행위가 법체계의 긍정적인 변화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부당한 현실에 저항이라는 행위로 맞서지 않는 인간은 사회적인 무생물과 다름없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책엔 시민으로서의 기본권을 정당하게 행사할 수 없는 도시빈민들의 고단함이 짙게 묻어 있다. 또 거주이전의 자유와 전입신고라는 행정제도가 극빈층을 사회적 유령으로 만들고 있음을 고발한다. 정리해고라는 일방적인 사용자의 횡포를 ‘콜트악기 정리해고에 관한 판결’을 통해 정치하게 기술하고 있다. 아울러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한 현대자동차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헐벗은 사람들이 거대한 권력 앞에 기죽지 않고 짱돌을 들었을 때, 짱돌은 결코 그들의 발등을 찍지 않음을 보여준다.
책은 삼성 비자금과 연루된 떡값검사를 공개한 노회찬 의원의 명예훼손죄를 다룬다. 한미 FTA 반대집회를 위해 입성한 농민들을 폭동을 일으킬 ‘예정된’ 주체라 가정하고 그들에게 공권력을 행사한 경찰의 섣부른 진압, 그 경솔함도 고발하고 있다.
새만금 사건 판결을 통해 상당히 진행된 공공사업의 경우 사법부를 통해 정책의 위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리고 공공정책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 과연 사법부가 이를 판단대상으로 삼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도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 사건의 경과를 보면서 우리는 개발가치와 환경가치의 대립이 필연적인 대규모 공공개발정책에서 꼭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사업을 구상하는 단계에서부터,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진짜 눈물의 공포는 환경의 영역이다. 책은 새만금 사업의 해악성을 알린 꾸준한 움직임이 거의 완공된 공사조차 잠시나마 중단시킬 수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책은 이처럼 경제, 사회, 환경 외에도 역사, 문화, 종교라는 인간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줄기를 통해 대한민국의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자리했던 사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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