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느 외딴 섬마을에 국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는 옷가게가 있다. 그런데 이 옷가게는 한 가지 사이즈의 기성복만을 보유하고 있다. 그 기성복의 디자인이나 색상은 동일하다. 손님이 와서 “사이즈가 다르다”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야기 하면, 점원은 “다른 곳에 가서 옷을 사라”고 고압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손님들은 그야말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 가게에서 옷을 살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 교육혁명 학교선택권>의 지은이 오호영은 대한민국의 공교육이 지금 이 외딴 섬마을의 옷가게와 비슷한 꼴이라고 통분한다. 다양한 손님들의 수요에는 아예 눈을 감은 채 “무조건 이 옷만을 입어라”고 강권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성인 남자 옷가게가 100~105 사이즈만 갖춘 꼴”이라면서 “이런 옷가게는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성공해서도 안된다”고 일갈한다.

 

그러나 우리의 학교는 평준화 제도 도입 이후 이런 꼴을 계속 유지해 왔다. 평균적인 학생들은 옷 크기가 별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그보다 몸집이 작거나, 큰 학생들에게 이 옷을 입으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 설사 몸집에 맞더라도 색상과 디자인이 다양하지 못하고 신장이나 몸무게의 미묘한 차이도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결국 소비자는 기성복을 사서 자신의 체형에 맞도록 길이를 줄이는 등의 수선을 하거나(사교육 의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아예 기성복을 포기하고 맞춤형의 값비싼 옷을 사 입을 수밖에 없다. 외국 조기 유학이나 대안학교가 그런 예인 것이다.

 

지은이는 지금 우리나라 초중등학교는 21세기 학생을, 20세기 교사가, 19세기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형국이라고 꼬집는다. 학생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페이스북과 같은 21세기 문명의 세례를 한껏 받아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그들의 사고방식, 가치관, 반응은 기성세대와 당황스러울 정도로 다르다. 하지만 학교를 규율하는 관료주의와 획일성은 19세기와 다를 바 없고, 교사는 여전히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공부에 지치고 싫증난 아이들에게 대부분의 어른들은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면 참고 공부해야 해!’라고 외친다. 그러나 일반에게 알려진 상류권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은 고등학생 중 채 5%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머지 인생’은 실패한 것일까? 80% 이상의 고교생이 대학에 진학하지만, 힘들게 대학생이 돼봐야 취업이라는 또 다른 관문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설사 취업을 해도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혹은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기업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는 미래사회에서 평생직장, 평생 직업은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다. 일생을 살면서 직업을 7~8개 이상 가져야 할지도 모르는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평생 학습은 숙명이다. 어려서부터 공부라면 머리가 아픈 것쯤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지금의 학교 교육, 과연….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우리 교육개혁의 중심 방향으로서 수요자중심의 교육을 내세운다. 그 실천방안으로 교육소비자에게 학교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을 제안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구호로서 외쳐왔던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실천되고, 학교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유일한 길은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필요한 여건을 갖춘다면 인가 학교 설립이 자유로워야 한다. 학교의 설립과 운영이 더 이상 국가와 몇몇 대형 사학 재단의 전유물이어서는 안 된다.

 

학교선택권은 스웨덴의 자유학교, 미국의 차터스쿨 등을 통해 이미 교육개혁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 나라에선 1990년대 초반 시작된 교육 개혁이 이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공교육에 대한 대안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학교와 차터스쿨은 말 그대로 누구나 자유롭게 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비는 정부가 부담하는 제도다. 심지어 기업이 학교를 설립하고 학교 운영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보장해주기까지 한다. 규제와 관료주의로 운영돼 온 공교육 시스템에 시장적 요소를 도입해 혁신과 다양성, 자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책은 현행 교육시스템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가 공급자 중심이라는 점을 진단하고, 교육 소비자에게 학교선택권을 보장하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이와 함께 스웨덴과 미국, 영국 학교선택권 개혁을 추진한 사례를 검토하면서, 우리에 대한 시사점을 찾고 있다. 스웨덴의 자유학교, 미국의 차터스쿨은 성공적인 사례로서 의미가 있고 영국의 아카데미는 정책의 일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책은 또 우리나라에서 학교선택권 개혁을 추진하는데 있어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들을 짚어보고 몇 가지 정책과제를 제시한다.

 

책은 교육수요자가 만족할 수 있는 학교, 변화하는 미래 교육환경 속에서 학교의 새로운 역할을 고민하고 공교육의 대안을 모색하는 학부모를 비롯해 교육당국, 연구자들에게 필요할 교육안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