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과 비관론 사이를 오가는 경제 대가들의 갑론을박을 지켜볼 때, 세계경제는 지금도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듯하다. <새로운 자본주의>는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로의 벽을 허무는 망치와도 같다.

 이 책의 지은이 스튜어트 하트는 “글로벌 자본주의가 갈림길에 와 있다”고 강조하면서 경제 피라미드의 꼭대기 부유층에 중점을 두는 기존의 낡은 자본주의와 대비되는 새로운 자본주의, 즉 ‘지속적 기업(sustainable enterprise)’의 개념을 제시한다. 지속적 기업이란 이윤추구와 함께 전 세계 빈곤층 삶의 질을 높이고 커뮤니티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장래 후손들을 위해 지구의 생태계 보전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을 가리킨다.

 

경제 피라미드 최하층인 빈곤층을 공략하는 지속적 기업의 개념과 실천전략을 제시하는 이 책은 ‘경제위기 이후 세계의 차세대 비즈니스 전략(Next Generation Business Strategies for a Post-Crisis World)’을 주제로 세계 경제의 최신 경향과 함께 지속적 기업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책은 우선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경제위기 이후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는 자본주의의 현재를 짚어보고 있다. 이어 기업들이 사회적 의무인 환경문제를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그린 개념과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전 세계 빈곤 인구까지 포용함으로써 진정한 지속성 있는 기업을 만드는 새로운 글로벌 자본주의의 비전을 제시한다.

 

책은 또 다국적기업이 경제 피라미드 밑부분(BoP)에서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피라미드 저변으로부터의 이노베이션 개념을 소개한다. 특히 방글라데시 ‘마을 전화’의 사례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벌이는 지역에서 ‘토종화’를 이루는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어떻게 사회적 의무를 충족시키면서 경제적 성공까지 거둘 수 있는지를 꾸밈없이 보여준다.

 

이와 함께 다국적기업이 국외자에서 토종기업으로 변신하며 발생하는 문제점과 극복방안, 사업모델,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토종화 능력의 개발 전략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서 다국적기업이 기존의 착취자가 아닌 지속성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길로 안내한다.

 

책에 따르면, 앞으로 새로운 자본주의 창출에 기여하게 될 주인공은 다름 아닌 대기업. 오늘날 전 세계에는 6만 개가 넘는 다국적기업이 존재한다. 이들은 약 25만 개에 달하는 방계기업을 거느리고 세계 GDP의 25%를 주무르지만 고용 총수는 전 세계 노동력의 1% 미만에 지나지 않는다. 자원과 생산기지를 마음대로 이동시킬 수 있어 각국 정부의 경제 통제능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주고 일부에서는 에너지와 소재 집약적인 산업을 개발도상국에 확산시켜 환경 악화를 가속화시킨다는 비판도 거세다. 다국적기업은 과연 ‘악’이기만 할 뿐일까?

 

지은이는 대기업들이 그간 사리사욕만 추구해 많은 지탄을 받고, 심지어는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초래한 장본인인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이들의 자본·인력 등 방대한 자원동원능력과 기술개발 역량,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그들이야말로 새로운 자본주의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 기여와 동시에 기업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설명이다.

 

지은이는 이를 위해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지속적 기업’의 미래에 대해서는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또 실제로 전 세계 40억에 달하는 빈곤층, ‘피라미드 저변’을 공략해 성공한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실제 활용이 가능한 ‘매뉴얼’이나 ‘행동 프로그램’ 등을 제시한다.

 

지은이가 책을 통해 내놓는 다양한 전략이 단시일 내에 효과를 거두기가 힘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출발점을 제공한다는 면에서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