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안학교 졸업생이야ㅣ김한성 외 지음ㅣ글담 펴냄 특히 최근 고려대 김예슬 학생의 학교 거부 선언 이후 대안교육은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김예슬 학생의 학교 거부 선언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갖고도 현실에 묻혀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는 현실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진실’ 또는 ‘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교육 분야에서는 공교육의 문제점이 수면으로 떠올라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경향이다.

 

그렇지만 정작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에 비해 정확한 관련 정보는 매우 적은 실정이다. 일례로 ‘우리 아이도 대안학교에 보내볼까?’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기대는 천차만별. 공교육에 지쳐 대안을 찾으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명문대학 진학의 다른 출구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또 대안학교를 공교육부적응자로 보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엘리트를 위한 귀족학교로 보는 시선이 공존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공교육 대안학교가 문을 열어 대안학교의 성격이 더욱 복잡해졌다. 이런 극과 극의 기대와 시선을 점검하는데 지금처럼 사회적 관심이 집중될 때만큼 적기는 없다.

 

<나? 대안학교 졸업생이야!>는 대안학교 졸업생들의 삶을 통해 대안학교의 진짜 모습을 찾고 있다. 이 책에는 10개 대안학교 졸업생 15인의 솔직한 ‘학교 이야기’가 담겨 있다. 15인의 지은이들은 학교를 선택하기까지의 과정, 대안학교이기에 가능했던 배움과 추억들, 대안학교 학생 혹은 졸업생이기에 겪어야 했던 편견, 졸업 후 진로를 선택할 때의 고민 등을 가감 없이 풀어놓고 있다.

 

대안학교의 진짜 모습은?

 

:::졸업생 중 명문 대학을 간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나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경우가 많다. 나는 이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 화랑고등학교 김진:::

 

지은이는 대안학교를 졸업한 20대들로 대안학교에 왜 갔는지,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 시간이 흐른 후 되돌아볼 때 대안학교의 배움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한다. 특히 개인적인 경험담을 넘어 대안학교의 어제와 오늘이 담겨있다.

 

이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다보면 당사자들은 대안학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대안학교의 배움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대안학교가 어떤 곳인지 이해하고, 나아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학교인 ‘간디고등학교’에서 2001년 졸업생을 배출한 지 10년을 맞이하는 해다. 대안학교 졸업생 배출 10년, 졸업생들의 오늘을 통해 대안학교의 진면목을 조명해보는 것은 학부모와 학생들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대안학교에서도 ‘국영수’를?

 

대안학교는 공교육도 아니고 사교육도 아니다. 일정한 틀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200여 곳에 이르는 대안학교들은 각 학교마다 교육철학과 커리큘럼 역시 모두 다르다. 결론적으로 대안학교라는 단어는 있지만 대안학교는 없으며 산청 간디학교, 이우학교, 화랑고등학교 등 학교가 존재할 뿐이다.

 

이 책에 따르면, 대안학교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가 국어와 영어, 수학 등을 가르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대안학교에도 엄연히 이와 같은 교과목들이 존재한다. 다만 해당과목을 공부하되 입시 공부를 하지 않을 뿐이라는 것. 대신 농사와 목공예 등의 체험학습, 국토 순례, 해외 이동 수업이 활성화 돼 있다.

 

또한 학생들은 수업만큼 동아리 활동에 집중하며 체육대회, 문화제 등을 학생이 직접 참여해 기획하고 개최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관심사는 무엇인지 찾아나간다. 결론적으로 대안학교에서는 ‘국·영·수’ 과목은 가르치지만 입시에 대비한 것은 아니며, 또 진학지도는 없지만 진로지도는 있다는 것이다.

 

:::언제나 미래에 대한 걱정들로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던 내게 학교는 남들보다 빨리 가기 위해 경쟁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가 아닌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했다. - 금산 간디학교 최하나:::

 

지은이가 한결같이 ‘나? 대안학교 졸업생이야!’라고 당당히 말하기까지의 과정에는 수많은 고민의 여정이 담겨있다. 지은이는 대안학교 졸업생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대안학교를 꿈꾸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대안학교 학생이 될 것을 권하지 않는다. 다만 먼저 대안학교에 대해 정확이 이해한 후 부모와 자녀에게 맞는지 꼼꼼히 따져 선택하길 바란다고 권한다. 또 현 대안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은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모색하길 바란다.

 

이 책은 대안학교에 관심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