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땅 티베트의 역사는 티베트인의 기원부터 오늘날까지 약 1만여 년에 달한다. 그중 기록이 남아 있는 역사는 약 1400여 년으로, 그동안 영광과 번영, 쇠퇴와 굴욕의 시간이 반복됐다. 또 사회 전반에 종교가 영향을 미쳐 종교와 정치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시기도 있었다.

 

사진_티베트 1만년의 이야기ㅣ지토 편집부 지음ㅣ박철현 옮김ㅣ새물결 펴냄.jpg <티베트 1만년의 이야기>는 100폭의 아름다운 탱화를 통해 티베트 민족의 기원과 발전, 불교의 전래와 흥성, 티베트 민족과 중국 각 민족과의 불가분의 관계 등을 소개한다. 독특한 양식 중 하나인 탱화에 묘사된 여러 고사를 통해 간결하면서도 재미있게 티베트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특히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내용을 먼저 기술하고 그러한 사건과 인물을 묘사하는 탱화를 배치해 티베트 역사와 예술을 동시에 설명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문명과 단절된 오지 중 오지처럼 보이는 티베트 역시 문명의 세계와 젖줄을 대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 사는 땅’이다. 티베트는 성과 속, 종교와 정치, 역사와 예술이 어는 문명권보다 긴밀하게 연결돼 온 복잡한 모습을 가진 ‘천의 얼굴’이다.

 

“그들은 원숭이 보살과 나찰녀의 후예인지라 아버지의 관용, 경건함, 의연함 등의 미덕과 어머니의 탐욕, 음욕, 경박함, 거침, 질투 등 악덕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이로 인해 티베트인들은 ‘사람은 누구나 완벽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티베트 민족의 탄생 설화에 따르면, 오랜 옛날 관세음보살의 명으로 땅에서 수행을 하던 원숭이가 만약 부부의 연을 맺지 않으면 세상을 마귀의 땅으로 만들겠다는 나찰녀의 애청 겸 협박에 못 이겨 수행의 계를 깨고 부부가 된다.

 

이 설화는 이 신비의 땅이 인간에 대해 얼마나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티베트 고원의 자연 조건과 당시의 역사적 조건이 어떻게 유인원과 원숭이 사이의 교합이라는 신화적 상상력을 낳았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전하고 있다.

 

역사는 과거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를 안내하는 지도이기도 하다. 또 다른 나라의 역사는 역지사지를 통해 우리를 가장 맑게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이 영혼의 땅의 1만년의 역사를 우리 곁에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동시에 우리에게 반면교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특히 책에 소개되는 탱화는 티베트 불교뿐만 아니라 티베트의 정치와 사회의 상황까지 한눈에 생생하게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