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도서관은 무엇인지. 지적 정보를 습득하고 철학적 담론으로 영혼에 피를 돌게 하는 곳? 아니면, 자료를 보관하는 자료실, 시험공부를 위한 열람실인가?

 “왜 우리 삶에는 도서관이 없을까”라는 의구심을 던지는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은 문헌정보학과 자료조직을 공부하고 한평생 도서관에 몸담은 지은이 최정태의 도서관 순례여행기다. 세계의 유서 깊은 도서관을 찾아 약 2년 동안 세계 12개 곳을 누빈 여정이 담겨 있다.

 

책에는 세계 최초의 도서관인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을 비롯해 시민을 위한 최초의 무료도서관인 보스턴공공도서관, 800년 역사에 빛나는 케임브리지대학 렌도서관, 인류의 영원한 구심점인 바티칸도서관, 고대 도서관의 원형인 터키 에베소 켈수스도서관 등 아프리카부터 북미주, 유럽 각지에 위치한 세계 위대한 도서관의 원형이 언제 어디서 탄생했고 어떻게 출발했는지 소개하고 있다.

 

지은이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학문의 요람’이자 ‘도시의 랜드마크’이고 때로는 지역주민들의 거주 이유이기도 하다. 위대한 도서관은 책 이야기뿐만 아니라 도서관 이야기, 학문 이야기, 사람들 이야기로 가득한 ‘살아 있는 유형자산’인 것이다. 이 책은 그들의 숨겨진 가치와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이 책의 특징은 도서관 순례 가이드와 같이 방대한 정보가 집약돼 있다는 점. 각 도서관이 탄생한 배경과 역사, 도서관 건물의 건축학적 의미, 도서관에 얽힌 사서와 책 이야기 등 도서관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알찬 정보가 가득하다. 아울러 위대한 도서관들이 어떠한 특징으로 세계적인 도서관이 됐는지에 대한 정보도 자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세계 어디서든 일품 도서관으로 인정받으려면, 건물이 특색 있고 아름다우며 크기와 내용에서 설립 목적과 균형이 맞아야 하고, 그 안에는 이용자 수준을 고려한 충분한 장서와 유용한 시설물을 충실히 구비하는 것이 원칙이다. 위치는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걸어서 동선이 가깝고, 주위는 쾌적하며 소음이 적어 독서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곳이어야 한다. 그 다음 도서관의 어메니티(amenity: 건물이나 장소 따위에 잘 어울리고 최적의 분위기를 이끄는 포인트)를 일구어 지적호기심을 주며,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이미지를 준다면 품격은 한층 올라간다.


 

책에 소개된 12곳의 도서관은 모두 이 조건을 충족하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사서들의 투철한 직업정신과 봉사정신으로 도서관을 운영해 전통적인 도서관 봉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캐나다 밴쿠버공공도서관, 세계 최고 대학 수준의 개인도서관이며 거부 헌팅턴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해 공개한 미국 헌팅턴도서관 등 세계 선진 도서관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도서관들 사이에 순천 ‘기적의도서관’이 포함된 것은 눈여겨 볼만 하다. 하지만 권위적이고 도식화된 도서관 모형을 파괴하고 친환경적이고 주민친화적인 건물을 선보인 점, 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도서관을 위해 도시 안에 40여 개의 특화된 도서관을 설치했다는 점, 순환제 보직으로 일정한 자격을 가진 민간인이 전문성을 펼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점 등은 세계적인 도서관들 역시 벤치마킹해야 할 만큼 효율적이다. 지은이는 “이 도서관에서 한국 공공도서관의 희망을 발견했다”고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순례 내내 도서관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지만, 12개의 위대한 도서관을 긍정적인 관점에서만 보지는 않는다. 이용자의 입장에 서서 편의성을 살펴보는 동시에 도서관의 미적·건축학적 요소를 꿰뚫어보는 안목을 보인다. 지중해와 연결된 듯 물속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의 외형을 보고, “해수면 깊숙이 도서관을 위치하면 책이 상할 가능성이 크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지은이는 또 미국 하버드대학 와이드너도서관에서는 물을 사용해 불을 끄게끔 만들어놓은 분사장치를 지적한다. 할론가스를 사용하는 등 불이 나도 책을 보호하며 방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음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로마의 콜로세움을 닮은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캐나다 밴쿠버공공도서관에 대해선 “마치 레고 블록을 쌓은 것같이 날렵하고 높이와 크기도 맞지 않으며 주변 경치와 상극이다”라며 겉모습에 지나치게 멋을 들인 도서관에 혹평을 내놓는다. 그들의 유명세에 연연하지 않고, 비판해야 할 점이 있다면 날카롭게 지적하는 모습이다.

 

지은이의 비판에는 이유가 있다. 세계 공공도서관의 오늘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미래이자 ‘롤모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도서관이라고 해서 단점까지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면 우리 공공도서관의 미래는 밝지 않으므로 철저하게 책의 입장에서, 또 이용자 입장에서 도서관을 다시 살피고 분석한다.

 

지은이는 나아가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이 진정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 도서관의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한 흔적이 이 책에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