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기업들은 점점 ‘차별화의 대가’가 아니라 ‘모방의 대가’가 되어가고 있다.”

 

만약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지금 기대하고 있는 방향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지는 않은지. 또 우리 자신을 그저 평범한 존재로 추락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이미지_ 디퍼런트, 문영미, 박세연, 살림Biz.jpg ◇디퍼런트, 문영미/박세연, 살림Biz

 

하버드 경영대학원 역사상 첫 한국인 종신교수이자, 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교수’상을 연이어 수상하기도 한 문영미 교수는 <디퍼런트>에서 경쟁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뒤집어놓는다. 후발주자가 어떻게 1등 기업을 뒤집고, 오래된 기업이 어떻게 잃어버린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돈을 퍼부어도 외면하던 소비자를 어떻게 스스로 찾아오게끔 만드는지를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설명한다.

 

“차별화는 전술이 아니다. 일회적인 광고 캠페인도 아니다. 그리고 혁신적인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아니며,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아니다. 진정한 차별화란, 말하자면 새로운 생각의 틀이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이다. 그리고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인정하는 태도이다.”


 

지은이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모든 기업들이 똑같아지고 있으며 남들과 비슷한 전략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시장, 브랜드, 소비자의 심리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동시에 경쟁 무리에서 벗어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혁신적인 기업들의 ‘다른’ 아이디어가 어떻게 ‘다른’ 세상을 만드는지를 설명한다.

 

오늘날 모든 산업과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바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모든 기업들이 똑같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모두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제품군의 종류를 확장하고 남과는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지만,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 다른 경쟁자들과 똑같아져버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동일한 카테고리 내 브랜드와 제품의 수가 증가할수록, 제품들 간의 차이는 점점 좁아지다가 나중에는 구별하기가 힘든 지경에 이른다. 캐논의 EOS 40D와 니콘의 D90의 차이점을 면밀히 아는 소비자는 갈수록 줄어든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경쟁하면 경쟁할수록’ 똑같아진다는 아이러니에 직면한 것이 오늘날 기업들의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 자신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미묘한 차이들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한 나머지, 끊임없이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소비자를 위해 공짜 혜택을 퍼붓고, 마일리지 서비스를 도입하고, 천문학적인 광고비용을 쏟아 붓지만, 정작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그게 그것’인 것이다. 물건을 하나 사면 하나 더 끼워주는 것도 똑같고, 모든 제품이 강조하는 기능 역시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

 

지은이는 이러한 현상을 ‘진화의 역설’이라고 부르는데, ‘더 많은 것이 변할수록 더 많은 것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모두들 발전을 향해 달려가지만, 마지막에 도달하는 곳은 공동의 파멸뿐이라고 그는 꼬집는다.

 

지은이는 오늘날 기업이나 마케터들이 비즈니스 세계의 절대적인 지침으로 여기고 있는 명제들에 대해 재고해야 하는 이유를 다양한 사례를 동원해 설명하는데, 이른바 “소비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노련한 경영자의 경험을 중시하라” “손님에게 친절하라” “소비자는 더 많은 것을 받길 원한다” “따뜻한 이미지 광고가 먹힌다” 등의 덕목들은 우리로 하여금 경쟁의 쳇바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고정관념일 뿐이다.

 

마마이트는 빵에 발라 먹는 발효식품으로서 특히 영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마마이트는 끈적끈적한 갈색 덩어리이다. 흥미롭게도 마마이트의 슬로건은 “좋아하거나 또는 싫어하거나Love it or hate it”이다. 최근에 나온 TV 광고를 보면, 거대한 마마이트 덩어리가 도시를 휘젓고 다닌다. 어떤 사람들은 기겁을 하고 도망을 가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그 덩어리 속으로 뛰어든다. 또 다른 광고에서는, 아기에게 젖을 물리던 엄마가 토스트에 마마이트를 발라 먹자, 젖을 빨던 아이가 엄마의 얼굴에다 격렬하게 구토를 한다. 그리고 “좋아하거나 또는 싫어하거나”라는 문구가 등장하면서 끝이 난다.

 

 

평가 좋아하다가는 본전도 못 찾고, 시장조사를 멀리한 기업이 1등이 되고, 노련한 경영자일수록 함정에 잘 빠지고, 발전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의 많은 사례들은 증명하고 있다.

 

반면 많이 주는 것보다 적게 주고, 손님을 푸대접하거나 적으로 만들고, 제품의 단점을 더 강조하고, 유행을 거스른 기업들이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지 그 이유를 추적한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무엇보다 “차별화와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드는 경쟁의 쳇바퀴에서 과감하게 뛰어내릴 것”을 강권한다. 세상을 향해 근본적으로 다른 가치를 용감하게 외치라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혼자만의 길을 걷는 것이 ‘진정한 차별화’의 길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시장을 다시 짜고 만들어낸 기업을 ‘아이디어 브랜드’라고 부른다.

 

진정한 차별화 ‘아이디어 브랜드’

 

홀리스터는 성인들을 소비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매장 역시, 스무 살이 넘은 사람들이 들어가면 불편한 마음이 들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매장 실내는 마치 바닷가 통나무집을 연상케 한다. 조명은 어두컴컴하고, 음악은 무지하게 시끄럽고, 벽에는 도발적인 모습의 십 대들 사진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게 다가 아니다. 홀리스터는 그들이 생각하는 고객이 아니면 노골적으로 푸대접을 한다. 자매 브랜드인 아베크롬비 앤 피치와 마찬가지로, 홀리스터는 오직 마른 체형의 십 대들만을 위한 옷을 팔고 있다. 미국의 청소년들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홀리스터는 십 대 청소년들을 홀리스터를 입을 수 있는 부류와 입을 수 없는 부류로 나누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아이디어 브랜드는 건방지고 오만한, 그러나 놀랍도록 창조적인 혁신을 통해 시장에 새로운 룰을 만든다. 이를 통해 고객을 쫓지 않고 소비자 스스로를 열성적인 브랜드 추종자로 만들어낸다. 이들은 다른 기업들이 고객에게 모든 것을 다 바쳐 서비스할 때, 놀랍게도 소비자를 푸대접한다. 고객에게 직접 외진 상점까지 찾아와서 물건을 직접 조립하게 하고(이케아), 나이가 많거나 뚱뚱하면 매장에 들어오기 불편하게 하고(홀리스터), 딱 6가지 메뉴만을 고집한다(인앤아웃버거). 그리고 입맛에 안 맞으면 ‘그냥 떠나세요’라고 과감하게 외치고(마마이트), 차가 얼마나 작은지를 더 강하게 광고한다(미니쿠퍼).

 

하지만 이들 브랜드는 시대의 흐름에 거스르는 데 멈추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제안한다. 최대한 단순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일깨워주고(구글, 젯블루), 주방용품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알레시), 인공적인 아름다움의 허구성을 폭로함으로써 평범한 아름다움의 중요성을 재발견한다(도브).

 

어쩌면 ‘엉뚱하고 뻔뻔하고 오만하고 거칠고 적대적으로 보이는’ 이들 아이디어 브랜드는 남들이 무늬만 ‘차별화’인 공허한 메아리를 외치고 있는 지금의 시장에서, 홀로 ‘진정한 차별화’란 무엇인지를 증언하고 있다.

 

책은 이처럼 ‘진정한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면서, 진정한 차별화를 위해 기존의 가치들을 어떻게 털어내고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지, 고객들에게서 무엇을 빼앗고 동시에 다른 탁월한 무엇을 주는지를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