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종말을 고하다시피한 글로벌 자본주의. 우리는 기존 주류 경제학이 더 이상 세계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확인했다.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가 “시장주의 경제학자와는 종류가 다른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듯, 시장(기업)과 국가가 아닌 제3의 영역에서 지속가능한 번영을 보장하는 새로운 경제학이 절실히 필요한 세상이 됐다.

 

이미지_ 제3의 경제학, 줄리엣 B. 쇼어, 구계원, 위즈덤하우스.jpg 제3의 경제학, 줄리엣 B. 쇼어/구계원, 위즈덤하우스

 

<제3의 경제학>은 19세기 산업 경제를 구축하는 데 효율적이었던 방식은 대부분의 자원이 고갈되는 21세기 경제에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동시에 이러한 논의가 지나치게 거시적이거나 비현실적이지 않도록 개개인의 새로운 생산과 소비 방식의 변화를 제안한다. 지은이 줄리엣 B. 쇼어는 이 책에서 우선 ‘시장’의 실패를 선언한다. 아울러 ‘시장 바깥’에서 풍요로운 경제를 재구축하기 위해 개인들의 활동을 다양화할 것을 주문한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변화도 필요하고 집단적인 제도 정비도 시급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개혁이 완성되기까지 개인들은 마냥 손을 놓고 있어야만 할까.

 

지은이의 대답은, ‘아니다’. 지속가능한 제3의 경제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안팎에서 동시에 이뤄질수록 희망적이라는 견지에서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풍요로운 경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시간과 지식이라는 자원의 창조적인 활용, 친환경 기술 개발, 지역사회 같은 사회적 자본의 재구축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활방식을 통해 더욱 풍요롭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지은이는 근로 시간이 많을수록 소비와 지출의 규모도 함께 커지고, 사회적인 유대가 허약해지며, 심지어 행복감도 떨어지는 것을 목격, 근로 시간의 감소를 통한 시간 확보로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과 사례를 소개한다. 즉 지금보다 ‘적게 일하고’, 이를 통해 ‘더 적게 소비하거나 환경을 생각하는 새로운 소비를 하며’, 더불어 ‘더 많은 것을 직접 생산해내고’, ‘더 많이 교류하라’는 네 가지 원칙을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과 소비로만 점철된 삶의 악순환에서 벗어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 선구자들은 기존의 소비재 사용을 줄이는 대신 시간, 정보, 창의력, 공동체 등 새롭게 떠오르는 풍요로운 자원을 마음껏 누리며 살고 있다. 도시에서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 손수 집을 개조하는 사람들, 지역 생활정보 교환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전통적인 ‘시장’에 덜 의존적이며, 새로운 수입의 원천과 소비재를 마련할 수 있는 새로운 판로를 확보함으로써 위험을 분산시키고 있다.

 

지은이는 그렇다고 이러한 새로운 생활을 위해 개개인의 상황과 무관하게 천편일률적으로 근무 시간을 줄이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대신 경제 생활의 유형별로 단계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또 소비를 줄이고 직접 생산을 늘리라는 일례에 대해, 그것이 전문화와 효율화와 동떨어지는 행위라는 비판에 대해, 전 세계가 생태계의 위기와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 전적으로 자유시장 자본주의에만 의존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지 못한 행보라고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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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문제가 국민들 가장 큰 스트레스[하이닥 외 공동조사, 2008]

 

 

암울한 경제불안

이제 떨쳐버리자!

   

앞으로 수익과 소득이 더욱 낮아지고 물가는 점차 올라갈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보통 사람들이 전통적인 경제 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 때 올바른 대응 조치는 기존 시장에서 벗어나 경제 활동을 다각화함으로써 기존 경제 활동의 손실을 메우는 것이다. 주류 경제학 모델은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는데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암울한 전망뿐이다. 이 같은 현실에 눈을 뜨고 보다 현명한 사고방식을 갖게 되든, 아니면 심각한 환경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든 간에, 결국 우리는 생산과 소비의 새로운 방식을 찾을 수밖에 없다.

 

책은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해 인류가 향후 가야 할 ‘로드맵’을 제시하고, 새로운 부와 행복을 구축하는 데 참여할 것을 주문한다. 이밖에도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우리가 실천해야 할 새로운 형태의 경제생활을 소개하고 있다.